배고픈 형제에게 치킨 공짜로 준 치킨집이 '영업중단'을 선언했다
2021-03-01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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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7호, 누리꾼 관심 폭발에 드디어 패배 선언
"주문 폭주로 잠시 영업 중단… 금방 돌아올게요"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공짜로 치킨을 대접했던 치킨집 사장이 드디어 패배(?)를 선언했다.
철인7호 홍대점 가맹점주인 박재휘씨가 영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배달의민족 2월 28일 '사장님 한마디’ 코너에 글을 올려 “현재 많은 관심으로 인해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밀려오는 주문을 다 받고자 하니 100%의 품질을 보장할 수가 없어서 영업을 잠시 중단한다”고 했다.
그는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돌아오겠다”면서 “여러분의 관심 잊지 않고 보답하겠다”고 했다.
그는 “영계7호 닭을 사용하고 숙성을 통해 깊은 맛을 안겨드린다”면서 홍보도 잊지 않았다.
박씨가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치킨을 제공한 사실은 김현석 철인7호 대표가 익명의 학생이 보낸 A4 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이런 감동적인 사람이 우리 브랜드 점주 분이라는 게 너무 감사하다"면서 철인7호 본사에 고등학생 A(18)군이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해당 편지는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저는 마포구 망원동에 살고 있는 18살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이렇게 편지를 보내는 이유는 철인 7호 사장님께서 베풀어주신 잊지 못할 은혜와 사랑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찾아뵙기도 하고 전화도 드렸지만 계속 거절하셔서 무슨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고 인터넷에 철인 7호를 검색했습니다.
‘비비큐나 교촌치킨 같이 전국에 여러 곳이 있는 가게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런 식으로라도 철인 7호 사장님께 감사 말씀드리고 싶어서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와 7살 차이 나는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해지면서 알바하던 돈가스 집에서 잘리게 되고 지금까지도 이곳저곳 알바 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미성년자인 제가 일할 수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나이를 속여 가끔 택배 상하차 일을 해서 할머니와 동생의 생활비를 벌어가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힘이 들지만 동생과 할머니와 제가 굶지 않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동생이 제게 집에 와서는 치킨이 먹고 싶다며 울며 떼를 써서 우는 동생을 달래주려 일단 바깥으로 데리고 나왔고 치킨집만 보면 저기 가자고 조르는 동생을 보니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집 근처 치킨집에 들어가 조금이라도 좋으니 5천원에 먹을 수 있냐 하니 저와 동생을 내쫓으셨습니다. 망원시장에서부터 다른 치킨집도 걸어서 들어가봤지만 다 먹지 못했습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철인 7호 수제치킨 전문점이라는 간판을 보게 되어 가게 앞에서 쭈뼛쭈뼛하는 저희를 보고 사장님께서 들어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제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사장님께서 포장은 안 되고 먹고 가라고 말씀하셔서 얼떨결에 자리에 앉게 되었고 메뉴 이름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난리세트라는 메뉴를 저희에게 내어주셨습니다.
딱 봐도 치킨 양이 너무 많아 보여 사장님께 잘못 주신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치킨 식으면 맛없다며 콜라 두 병을 가져오시더니 얼른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혹시나 비싼 걸 주시고 어떻게서든 돈을 내게 하려는 건 아닌지 속으로 불안했지만 행복해하며 먹는 동생을 보니 그런 생각은 잊고 맛있게 치킨을 모두 먹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계산할 생각에 앞이 캄캄해졌고 나쁜 생각이지만 동생 손을 잡고 도망갈 생각도 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활짝 웃으시면서 맛있게 먹었어? 라고 물어보셨고 이것저것 여쭤 보시길래 잠깐 같이 앉아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외모와 다르게 정이 많으신 분 같았고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참 따뜻했습니다.
치킨 값은 영수증을 뽑아둘 테니 나중에 와서 계산하라고 하시며 사탕 하나씩을 주시고는 그래도 5천원이라도 내려는 저를 거절하시더니 저희 형제를 내쫓듯이 내보내시더군요. 너무 죄송해서 다음날도 찾아뵙고 계산하려 했지만 오히려 큰소리를 내시며 돈을 받지 않으셨습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따뜻함이었는지 1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에 동생이 언제 사장님께 명함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저 몰래 사장님께 찾아가 치킨을 먹으러 갔다고 자랑을 하길래 그러지 말라고 동생을 혼냈습니다. 그때도 사장님이 치킨을 내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은 덥수룩하던 동생 머리가 깨끗해져서 돌아온 걸 보고 복지사님 다녀갔냐 물어보니까 알고 보니 치킨을 먹으러 간 동생을 보고 사장님께서 근처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까지 깎여서 집에 돌려보내신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죄송하기도 하고 솔직히 쪽팔리기도 해서 찾아뵙지 못하고 있습니다. 뉴스 보니 요즘 자영업자들이 제일 힘들다 그렇다 여러 가지 말들이 많이 들려 철인 7호 사장님은 잘 계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막상 볼펜을 잡으니 말이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 것 같고 이상한 것 같아요. 이해 부탁드릴게요. 다만 제가 느낀 감사한 감정이 이 편지에 잘 표현되어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처음 보는 저희 형제에게 따뜻한 치킨과 관심을 주신 사장님께 진짜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앞으로 성인이 되고 돈 꼭 많이 벌어서 저처럼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며 살 수 있는 철인 7호 홍대점 사장님 같은 멋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편지 읽고 울었다", "덕분에 인류애가 충전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런 가게는 '돈쭐'을 내줘야 한다"며 해당 치킨집에 치킨을 주문하는 운동을 벌였다.
박재휘씨는 2월 26일 배달의민족 '사장님 한마디'에 글을 올려 "어느 날과 다름 없이 가게 생각에 잠 못 들고 뒤척이다가 아침 해가 다 뜨고 나서야 잠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속 울리는 전화벨에 눈을 뜨게 됐고 지금까지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면서 갑자기 주문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누리꾼들의 관심이 폭발해 주문이 폭주하자 결국 의도하지 않은 영업중단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