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제게 환자 가래통 끼얹으며 태운 선배가 간호학과 교수가 됐네요"
2021-03-09 08:53
add remove print link
한 대학병원 응급실서 13개월 근무한 글쓴이의 태움 고발글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렸지만 노조도 외면... 결국 퇴사

최근 스포츠·연예계가 잇따른 학폭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한 대학교 간호학과 교수가 과거 신임 간호사들에게 폭언·폭행 등을 일삼는 일명 '태움' 가해자라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9년 전 저를 죽일 듯이 태운 당시 7년 차 간호사가 간호학과 교수님이 되셨대요(간호사 태움 글)'라는 제목의 사연이 게제됐다.
네일아트가 취미라고 밝힌 글쓴이는 "무료 실습 모델을 구하던 중 간호학과 학생에게 네일을 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학생이 자신이 다니는 H대학교 간호학과에 이번에 새로 온 A교수가 제가 나온 C대학교 출신이라고 밝히며 저에게 아시는 분이냐고 물었다"면서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제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고, 손이 떨려서 네일아트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어요. 오래 지나서 잊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2012년 6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약 13개월 동안 C대학병원 응급 중환자실에서 근무한 글쓴이는 "근무하는 동안 보리차 끓이기, 세탁물 찾아 정리정돈, 커피 타고 빵 썰기 등 갖은 허드렛일도 힘들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중환자실 안에 갇혀서 다른 선배들 앞에서 A에게 속수무책 폭언, 폭행을 당해야만 했던 것이었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당시 7년 차였던 A는 이유 없는 폭언과 폭행은 물론 부모 욕, 대선에서 특정 후보 뽑기를 강요했다"면서 "또 환자에서 뽑은 가래통을 뒤집어씌웠으며 X-ray 찍는 기계 앞에서 보호장비를 벗고 서 있게 한 후 '방사능 많이 맞아라'는 주문을 외웠다"고 폭로했다.
또 "당시 어머니가 만성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을 하고 계셨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네가 재수 없어서 네 애미 아픈거야'라고 말해 자취방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싸구려 립스틱을 쓰니까 못생겼다' '네가 재수 없어서 환자가 죽었다' 등의 말로 수개월 동안 절 괴롭혔다"고 전했다.

A는 글쓴이에게 신체적 학대도 자행했다.
글쓴이는 "A는 무릎 뒤 발로 차기, 쇄골 아래 주먹질하기, 명치 때리기, 겨드랑이 꼬집기, 옆구리 꼬집기, 등짝 팔꿈치로 때리기 등 간호사 유니폼으로 가려지는 부위만 때렸다"며 "겨드랑이 꼬집히는 게 가장 기분 나쁘고 아팠고, 서 있다가 불시에 무릎 뒤를 차여서 고꾸라지는 게 가장 치욕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수시로 맞아 반팔티로 가려지는 상체의 많은 면적은 일 년 내내 보라색투성이"였다며 "어차피 때릴 텐데 오늘은 소리 지르지 말고 차라리 주먹부터 날아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결국 글쓴이는 "밤새 울다가 브래지어만 입고 찍은 상반신 사진을 들고 병원노조로 찾아갔다. 노조 직원이 제 사진을 보더니 '유산했던 직원도 노조에 안 왔는데 왜 왔느냐'고 하기에 사직서를 썼다"며 "평소 퇴사를 말리던 엄마에게 '대학병원 다니다 자살한 딸 엄마 할래? 그냥 살아있는 백수 딸 엄마 할래?'라는 말도 했다"고 고백했다.
글쓴이는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저는 아직도 맞은 기억, 가래통을 뒤집어쓴 기억, 샤워하며 울었던 기억 등이 생생한데"라며 "A는 모르겠지. A가 교수가 됐다는 말에 그때 그 상의탈의한 사진 버리지 말 걸 후회가 된다"고 덧붙이며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은 "가래통을 쏟았다고? 범죄행위 아냐?" "나도 간호학과 다니는데, 교수나 선배들이 태움 선물 사서 바치라고 하더라. 진짜 간호레기라고 불려도 할 말 없다. 후배랑 학생 돈 뜯는 양아치들" "진짜 세상은 왜 저런 인간들이 판을 치고 다니는지"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분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