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b] 포브스가 선정한 29세의 ‘한국인 DJ’

2021-03-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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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이자 프로듀서 & DJ로 활동하는 그 이름, 페기 구(Peggy Gou)
유아인, 버질아블로와도 특별한 우정

Article by Brandup Studio(브랜드업 스튜디오 제공 기사)

브랜드의 정의는 점차 달라지고 있다. 어떤 기업 혹은 제품이 아니라,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 특히 요즘의 시대는 그 사실을 더욱 증명한다.

구찌 모델이 된 엑소 멤버 카이
구찌 모델이 된 엑소 멤버 카이

한 예로, 모델이나 셀럽이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완벽하게 소화할 때 우리는 ‘인간 샤넬’, ‘인간 구찌’라며 브랜드와 사람을 연결한다. 대부분 기존 명품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사람에게 대입시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이다. 이로써 유명 셀럽의 이름에 명품 브랜드가 언급되면서 동시에 제품, 특히 모델이 홍보 효과를 누리기도 한다. 반면 브랜드의 페르소나가 되기보다 자신만의 시그니처로 브랜드 자체가 되기도 한다. 그들은 시대를 상징하는 컬처 아이콘이 되며, 브랜드가 역으로 그 이미지를 얻고자 러브콜을 보낸다.

페기 구(Peggy Gou)

이하 페기구 인스타그램
이하 페기구 인스타그램

페기 구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DJ 겸 프로듀서이자 패션 디자이너다. 페기 구는 대한민국 인천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권유로 15살 때 패션 스쿨로 유명한 영국의 ‘런던 컬리지 오브 패션’(London College of Fashion, LCF)으로 유학을 갔다.

공부보다 음악에 빠져버린 페기 구는 레코드 샵에서 일하며 DJ를 꿈꾸었으며 졸업을 하자마자 독일 베를린으로 거취를 옮겨 ‘페기 굴드’(Peggy Gould)로 DJ 활동을 시작했다.(이후 굴드라는 이름이 발음하기 어려워 부르기 쉽게 ‘페기 구’로 바꿨다.)

‘팔로워 2백만 명’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다

페기 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DJ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다. 이국적인 외모에 매력적인 한국어 보컬로 극찬 받은 페기 구는 동양의 오리엔탈과 유럽의 스타일을 섞은 독특한 장르의 음악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그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성지인 베르크하인 클럽&파노라마 바(Berghain club & Panorama bar) 무대에 선 첫 한국인 아티스트로, 이후 코첼라(Coachella), 후지 록(Fuji Rock), 데크만텔(Dekmantel)와 같은 세계 최고의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하며 점차 월드 클래스 아티스트로 입지를 다졌고, 영국 굴지의 다운 템포 전문 레이블인 ‘닌자튠’에서도 앨범을 발매했다.

페기구의 2018년 발매된 앨범 'Once'
페기구의 2018년 발매된 앨범 'Once'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강연한 페기구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강연한 페기구

특히 2018년부터 그의 커리어는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1월에 탄생한 차기작 ‘Once’ 앨범의 첫 번째 트랙 ‘잊게하네’(Itgehane)’는 2018 영국 AIM 뮤직 어워즈 '올해의 노래'로 선정되었고, 유명 축구 게임인 'FIFA 19' 사운드 트랙에 수록되어 전 세계의 게임 유저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어 2019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 30인’ 중 한 명이 되었으며, 최근에는 칸예 웨스트, 리한나, 에이셉라키 등 할리우드 셀럽이 다녀간 바 있는 ‘옥스퍼드 대학교’ 주최 좌담회에서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렇게 현재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되었고, 특히 DJ 세계에서 여성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만연한 편견에 맞서 최고의 커리어를 쌓고 있다.

페기 구는 ‘한국스럽다’

별이 빛나는 밤 뮤직비디오 캡쳐본
별이 빛나는 밤 뮤직비디오 캡쳐본

해외에서 먼저 널리 알려진 페기 구의 음악을 가만히 들어보면 다분히 한국적이다. 유럽에서 많은 인기를 끌 게 된 가장 큰 이유에는 음악의 중간 중간 허스키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한국어가 큰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성질인 ‘음절을 끊는 요소’를 활용해 반복적으로 뱉는 가사는 때로는 주술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인마저 흥얼거리게 만드는 중독성에 페기 구의 공연장에선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도 떼창을 할 정도다.

그는 언어뿐만 아니라 퍼포먼스에도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한다. 대표곡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 뮤직비디오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강강술래를 하는 장면과 태권도를 하는 소년들이 등장하며, ‘흥부’(Hung boo)나 ‘잊게하네’(Itgehane)에서는 가야금과 같은 한국 전통 악기의 선율을 활용하여 동양적 색채의 비트를 만들기도 한다.

특히 ‘흥부’는 페기 구가 만든 첫 번째 음악으로, 여기에는 또 재미난 일화가 있다. ‘2016 SIA 패션 어워드’에서 이 음악을 인트로로 쓰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이 곡이 기술적인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 페기 구는 베를린에서 익힌 디제잉 기술로 코드를 추가해 멜로디를 보강했고, 베이스 라인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여기에 또 차별점을 주기 위해 미디 키보드로 직접 가야금 소리를 샘플링해 재탄생 시켰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더욱 강화한 과감함과 패기가 엿보인다.

결과적으로 ‘흥부’는 ‘2016 SIA 패션 어워드’를 빛냈으며 페기 구의 음악 중 가장 한국다움을 드러내는 대표곡으로 꼽힌다.

팬과 함께 만들어가는 브랜드

무엇보다 페기 구는 자신을 브랜드화 할 줄 안다. 그 시작은 팬들이었다. 팬들이 나이키의 슬로건인 ‘JUST DO IT’을 ‘JUST GOU IT’으로 바꾸거나 나시고랭을 나시구랭(NASI GOU-RENG)으로 바꾸는 등 페기 구의 이름을 패러디한 티셔츠를 선물했고 이를 페기 구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를 본 전 세계 팬들은 너도나도 재미를 느껴 페기 구의 콘서트에 찾아가 본인이 직접 커스텀 한 티셔츠를 페기 구에게 선물하는 등, 일종의 팬 문화를 만들었다.

패션을 빠뜨릴 수 없다.

페기 구는 음악뿐만 아니라 패션에 뛰어난 감각을 드러냈다. 그는 루이비통, 나이키, 포르쉐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할 정도의 패션 아이콘이다. 실제로 루이비통맨의 아티스틱 디렉터이자 DJ인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와도 친분을 유지할 정도로 패션계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음악보다 패션으로 더욱 명성을 얻었다. 특히 그는 스타일에 색감을 잘 매치하며, 스트리트 브랜드부터 하이브랜드까지 조화롭게 스타일링하는 패션 센스를 갖고 있다.

육스X페기구 '레디투고' 캡슐 컬렉션
육스X페기구 '레디투고' 캡슐 컬렉션
레이밴 X 페기구 선글라스
레이밴 X 페기구 선글라스

그는 육스(YOOX), 스틸 뒤 몽드(Style Du Monde), 레이밴(Ray-ban) 등의 브랜드와도 협업을 진행했으며, 이어 자신의 패션 브랜드 ‘기린(Kirin)’을 론칭하기도 했다. ‘기린’은 스트리트 문화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브랜드 오프 화이트(Off-White), 헤론 프레스턴(Heron Preston)이 속한 뉴가즈 그룹(New Guards Group, NGG)에 속해 있다.

이하 페기구의 패션브랜드 '기린'(Kirin)
이하 페기구의 패션브랜드 '기린'(Kirin)

재미있는 점은 그는 자신의 브랜드 ‘기린’에서도 한국적 요소를 집어넣는다는 것이다. ‘기린’의 옷에는 해태나 호랑이 등, 한국 궁궐 장식에 사용되던 전통 동물 형상을 그래픽으로 활용한다.

그는 이에 대해 자신의 예술 철학으로 ‘한국의 멋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로서의 ‘국뽕’이나 ‘전통 계승’,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같은 다소 일반적인 수식어나 이유는 엿보이지 않는다. 그에게 한국적인 요소란 또 하나의 중요한 예술적 영감이자 새로운 스타일로 보이며, 이를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으로 선보이는 것일 뿐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페기 구이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해외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오는 3월 22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2021 FW 서울패션위크’ 피날레 공연을 맡아 한국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선유도공원과 5개의 한강 지구,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서울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대표 명소들이 런웨이 무대가 된다.

페기 구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설치 미술의 대가 이승택 작가의 작품과 함께 디제잉을 펼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그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뽑았을 만큼 그에게 의미가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2021 FW 서울패션위크’에서 그가 어떠한 퍼포먼스를 펼쳐낼지 기대된다.

독특한 스타일의 음악과 패션으로 브랜드가 된 페기 구. 이제 페기 구는 단순히 어떤 브랜드의 ‘인간 XX’가 아닌 ‘페기 구’ 이름 자체로 하나의 고유하고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가 되었다.

[큐레이터b] : 세상의 힙하고 핫한 브랜드와 제품을 엄선해 친절하고 쉽게 소개하는 ‘브랜드업 스튜디오’의 큐레이션 시리즈 입니다.

home 김윤지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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