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거지' 속출한다는데… 돈 몇 푼 아끼려다가 이렇게 될 수 있습니다

2021-03-3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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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된 음식 챙긴 뒤 환불 요청
명백한 범죄… 사기죄 성립가능

의도적으로 음식을 잘못된 장소로 배달시킨 뒤 부당하게 가로챈 일명 '쿠팡 거지'가 속출하고 있다. 고객이 배달을 받지 못했다고 환불을 요청할 경우, 배달 기사는 본인 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지 못하면 비용 부담을 내야 하는데 이를 악용한 사례다.

서울 강남의 모 오피스텔에서 한 남성이 잘못 배달된 쿠팡이츠 음식을 가져가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 강남의 모 오피스텔에서 한 남성이 잘못 배달된 쿠팡이츠 음식을 가져가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소셜미디어(SNS)에는 쿠팡 거지에게서 피해를 입었다는 배달 기사들의 증언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쿠팡 라이더 A씨는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배달을 하는 도중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음식을 배달했는데 고객이 받지 못했다고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30분이 지나고 고객 센터는 A씨에게 연락해 음식값을 배달수수료에서 차감한다고 통보했다. A씨는 배달했던 곳을 다시 찾아갔지만, 음식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A씨는 CCTV를 통해 누군가 그가 배송한 이후에 음식을 가져간 정황을 잡았다.

영상에 따르면 배달을 완료한 뒤 한 남성이 복도에서 나타나 음식을 챙겨서 사라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정작 배달이 접수된 해당 호수의 문은 수십분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일부러 다른 주소로 주문한 후 해당 건물에서 기다렸다가 배달기사가 오면 음식을 챙긴 뒤 배달 실수가 난 것처럼 속인 것으로 추측된다.

서울 강남의 모 오피스텔에서 한 남성이 잘못 배달된 쿠팡이츠 음식을 가져가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 강남의 모 오피스텔에서 한 남성이 잘못 배달된 쿠팡이츠 음식을 가져가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타인의 주소로 음식을 주문한 뒤 공짜 음식을 챙겨가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다. 돈 몇푼 아끼려다 감방에 갈 수도 있다.

네이버법률 등에 따르면 위 사례는 거짓 주문을 한 거여서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 돈을 내지 않고 음식을 가로챈 만큼 고의의 불법영득의사도 성립한다.

다만 고의가 아닌 복도를 지나가던 길에 우연히 보게 된 배달음식이 탐나 순간 손을 댄 경우 사기죄가 아닌 절도죄가 적용된다.

근본적인 해결책도 요구된다.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 무조건 배달기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배달대행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배상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등 생명이 직결된 문제에서도 배달 기사에게 불리한 약관이 적용되고 있다.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이용약관을 보면 배달 기사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회사는 어떤 경우도 부담하지 않고 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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