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팔아서…” 장애인 유튜버가 밝힌 '사회실험' 영상들의 문제점 (영상)
2021-04-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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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유튜버가 밝힌 '장애인 사회실험' 영상들의 문제점
“철저히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제작된 '장애 전시'”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힌 한 유튜버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실험 영상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9일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은 자신의 채널에 "여태까지 영상을 안 올렸던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날 굴러라 구르님은 과거 한 유명 유튜브 채널에서 제안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실험' 영상의 섭외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굴러라 구르님은 "많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실험들이 '감동 카메라'라는 미명하에 어떻게 소비되어왔는지에 대해서 되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참이었다"라며 섭외 제안을 거절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굴러라 구르님은 해당 채널에서 다른 장애인을 섭외해 촬영한 사회실험 영상들을 보게 됐고 충격을 받아 유튜브를 쉬게 됐다.

그는 "제가 소비자였을 때가 생각나면서 그러한 영상들이 주는 책임감들을 느꼈다. 왜냐하면, 저는 그 영상들이 굉장히 폭력적이고 단편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영상을 본 많은 분은 곤란에 처한 장애인의 모습을 촬영하고 그것을 돕는 비장애인의 모습을 담으면서 '영웅이다', '빛이다', '우리 사회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아직 따뜻하다'라고 말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물론 그분들이 감사한 일을 한 건 맞지만 영웅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일을 했는지는 모르겠더라"라고 장애인의 입장에서 본 사회실험 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리고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그 상황에 부닥친 장애인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당황스러웠을지에 공감하게 되더라. 사실 영상에서 이렇게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영상 속에서 장애라는 건 상품으로 쓰였다. 그래서 그 사람이 얼마나 곤란하고 당혹스러운지 길을 다 건너고 나서의 정보는 주어지지 않는다. 다르게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유튜버로서 고충을 털어놓은 굴러라구르는 "유튜버라는 자아 정체성과 장애가 있는 나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나도 결국에는 '장애를 팔아서 돈 버는 거 아니냐'는 악플에 안 판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