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가 자녀들과 함께 병원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는 사연

2021-04-1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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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지키며 살아가는 심상덕 원장 이야기 '감동'
“돈쭐 내야겠다”…폐업할까 홍보나선 누리꾼들

네티즌들이 문을 닫을까 걱정돼 '돈쭐'(돈+혼쭐)을 내줘야겠다고 응원하는 산부인과 병원이 있다. 경영난 등으로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도 돈벌이가 되는 제왕절개 대신 자연분만을 유도하는 의료인의 소신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보배드림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빚만 7억, 집도 잃고 병원에서 사는 산부인과 의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KBS '다큐 공감' 캡쳐
KBS '다큐 공감' 캡쳐

게시 글에는 2019년 KBS '다큐 공감'에서 방영한 '어느 분만 의사의 1년'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방송 내용을 설명하는 글이 담겼다.

주인공은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진오비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 심상덕 원장이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30년 경력의 산부인과 전문의다.

고가 아파트와 외제차로 떵떵거리는 여느 엘리트 의사들과 달리 그는 생활고로 두 자녀와 함께 병원에서 숙식하고 있다. 개인병원이 그에겐 일터이자 집인 셈이다.

병원에 여분의 기거 공간이 없어 아내는 친정으로 들어갔다. 대신 주말마다 병원을 찾아 집안일(?)을 거든다고 한다.

이들이 졸지에 이산가족 신세가 된 것은 심 원장이 과거 동료 의사의 의료사고 합의금과 경영난으로 방송 당시 7억원의 빚을 졌기 때문. 집을 팔아도 빚을 갚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심 원장이 저녁에 잠을 청하는 곳은 2개의 분만실 중 한 곳의 분만 침대다. 그나마 아이를 출산하는 산모가 줄어 잠자리가 났다고 했다.

KBS '다큐 공감' 캡쳐
KBS '다큐 공감' 캡쳐

출산 후 첫 가족사진을 손수 찍어주는 다정다감한 의사인 심 원장에겐 원칙이 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자연분만을 추구한다. 산모가 출산 후 1시간 이내로 회복해 걸어서 병실을 올라갈 수 있는 게 자연분만이다. 산모한테 좋고 대부분의 경우 아기한테도 좋다.

산모 부족으로 산부인과 업계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기준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또 한 번 경신했다.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 사망자 수는 30만5100명으로 사상 첫 인구 자연감소가 나타났다.

심 원장도 타격을 비켜가지 못한다. 그는 한 달에 15명의 산모가 아이를 낳으면 적자없이 병원이 굴러갈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아쉬워했다. 해당 다큐멘터리를 찍은 달도 순익이 잘하면 0원 아니면 마이너스 100만원 나오게 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간호사들 월급도 보름 정도 밀렸는데 기다려주고 있다며 멋쩍어했다.

KBS '다큐 공감' 캡쳐
KBS '다큐 공감' 캡쳐

그는 은행 대출 1년 씩 연장해오다가 이번 만기 때는 9000만원 정도 상환하라고 독촉해 하는 수 없이 시댁 식구들에게 손을 빌렸다고 겸연쩍어했다. 그러면서 죽기 전에 빚을 다 갚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KBS '다큐 공감' 캡쳐
KBS '다큐 공감' 캡쳐

심 원장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다름아닌 문구쇼핑.

원래 의대가 아닌 미대에 가고 싶었다는 심 원장은 방송에서 산모 수첩을 직접 제단하고 사진도 오려 붙여 하나하나 손수 제작했다. 이것으로 미대에 못 갔던 한을 풀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진오비 산부인과 홈페이지 캡쳐
진오비 산부인과 홈페이지 캡쳐

방송이 나간 후 2년간 심 원장의 형편이 나아졌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이런 그의 노력 덕에 진오비산부인과 후기 글에선 '감동', '감사'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게시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병원과의 인연을 댓글로 미담 등을 털어놓으며 심 원장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둘째를 해당 산부인과에서 출산했다는 누리꾼은 "선생님이 산모수첩에 초음파 사진도 일일이 다 붙여주신다"며 "진료비도 저렴해서 국가지원금카드 포인트가 남는다. 불필요한 진료가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출산영상 등 모든 데이터를 퇴원 시 USB에 담아 챙겨주시는 게 인상적이다"며 "부디 흥하길 빌겠다"라고 응원을 보냈다.

이 밖에 "병원문만 안 닫으면 셋째 도전해 저 병원에서 낳고 싶다", "우리나라 출생률 큰일이다", "이런 병원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저기도 돈쭐 내야겠네요" 등 이 병원이 문을 닫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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