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덜(other)은 쓰레기?' 환경운동연합에 올라온 만화, 논란 일으켰다
2021-04-1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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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힘든 플라스틱 재질 other를 '아들'에 빗댄 것 사과
“혐오 인식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게시물을 발행한 것은 분명한 잘못”
환경단체 환경운동연합이 재활용 처리가 불가한 플라스틱을 남자아이에 빗댄 만화 콘텐츠를 게시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플라스틱의 유해성을 강조하는 그림을 올렸다.

공개된 만화 속에는 한 아버지가 훌라수택 도령에게 "우리집 아덜(other)은 쓰레기가 되는 건가요?"라고 눈물을 흘리며 질문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에 훌라수택 도령은 "그렇소. 태생부터 그리 정해져 있었소"라고 답한다.
부모님 뒤에 등 돌리고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 아이 머리 위에는 'other'라고 표기돼 있다. 아들과 발음이 비슷한 영어 단어 '아덜'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은 "재활용의 간절한 희망을 담아 분리수거를 했을 그대들의 갸륵한 심성, 소생은 충분히 헤아리네. 허나 아덜(other) 운명은 본디 쓰레기통으로 정해진 것을 내 어찌할 도리가 없네"라고 적었다.
이어 "금일 이후로는 아덜을 만드는 일도, 쓰는 일도 다시는 없어야 하오. 백성들도 물건을 사기 전에 필히 아덜 표시를 확인하길 내 간곡히 바라오"라고 설명했다.

해당 게시글이 논란이 되자 환경운동연합 측은 페이스북에서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젠더 혐오와 갈등, 아동·청소년 혐오의 문제가 한국 사회의 심각한 모순임에도 불구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오히려 혐오 인식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게시물을 발행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라고 사과했다.
한편 PE(폴리에틸렌), PET(페트)처럼 PS, PP는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재질이다. 반면 other라고 쓰인 플라스틱 재질은 다른 재질이 섞여 있거나 종이, 금속 등이 코팅된 복합 재질이라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하거나 매립된다.
환경운동연합 사과문 전문
금일 환경운동연합 페이스북에 올린 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게시물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편함과 실망감을 드려 죄송합니다.
젠더 혐오와 갈등, 아동·청소년 혐오의 문제가 한국 사회의 심각한 모순임에도 불구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오히려 혐오 인식을 확대재생산할 수 있는 게시물을 발행한 것은 분명한 잘못입니다.
저희 환경운동연합은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한국 사회에 내재해 있는 모순과 갈등을 해소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게 된 사실에 대해 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단체의 성인지·인권 감수성을 제고하고 환경운동연합 이름으로 제작하고 발표하는 모든 콘텐츠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을 사랑하고 성원해 주시는 모든 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2021년 4월 18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철수 김수동 김호철 박미경 홍종호
사무총장 김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