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Wet (feat. JMIN)은 어떻게 CAMO를 바꿨나

2021-05-0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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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O(카모)가 말하는 Life is Wet (feat. JMIN) 비하인드 스토리
뮤비 돋보이는 라웻, 입소문만으로 유튜브 조회수 400만 회 돌파

[권상민의 파 프롬 차트(Far From Chart)] <1> CAMO(카모)

음원 차트 진입이 노래의 성공을 의미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총공과 음원 사재기는 차치하더라도 TV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차트에 진입하는 노래가 많습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새로운 성공을 만들어 가는 노래도 있습니다. 음악적 완성도와 듣는 재미를 바탕으로 리스너들의 입소문을 타는 경우죠. '파 프롬 차트'는 그런 노래와 가수를 알리는 연재 기사입니다.

CAMO(카모)는 국힙에서 주목받는 신인 래퍼다. 외힙을 연상케하는 독특한 음색으로 허세 없는 사랑 가사를 부른다. 지난해 3월 데뷔 후 EP 1개와 싱글 2곡을 발매했다. 이중 베스트를 뽑으라면 단연 ‘Life is Wet(라이프 이즈 웻, 이하 라웻)'이다.

여름 해변가가 떠오르는 청량한 멜로디와 날 것 느낌 가득한 뮤비가 돋보이는 라웻은 TV 노출 없이 입소문만으로 9개월 만에 유튜브 조회수 400만 회를 돌파했다. 라웻으로 카모에 입문해 그의 다른 곡을 찾아 듣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카모에게 라웻은 어떤 의미일까. 그를 만나 '라웻 썰'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카모 / 인스타그램 @camokr
카모 / 인스타그램 @camokr
Life is Wet (feat. JMIN) Official Music Video / 유튜브, 502

400만 조회수에 대한 소감을 묻자 카모는 "신기하다. 5만만 나왔어도 만족했을 텐데 그 몇십 배를 봐주시니 너무 감사하다"며 웃었다.

카모는 고민을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곡 작업도 오랫동안 붙잡기보다 첫 느낌(?)을 중요시했다. "비트를 들으면 가사가 바로 나온다. 비트가 맞지 않으면 아무리 들어도 안 나온다"며 "라웻도 타입 비트를 듣고 (가사가) 한 번에 나왔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는 사비를 들여 부산의 바닷가 한 펜션에서 친구들과 찍었다. 처음부터 뮤비를 찍을 생각은 아니었다. 노래가 좋으니 뮤비도 찍어보라고 주위에서 권했다. 마침 피처링을 해준 JMIN(제이민)도 한국에 있다며 뮤비 출연에 흔쾌히 동의했다. JMIN은 미국 유명 힙합 채널 'No Jumper'(노 점퍼)가 주목, 국힙에서 일찍이 눈도장을 찍은 LA 출신 래퍼다. 카모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딱 봐도 사비 느낌 나지 않아요? (웃음) 300~400만 원 정도 들었어요. 뮤비 제작 비용치고는 적지만 당시 저한테는 정말 큰 돈이었어요. 친구들 KTX 비용 왕복으로 내고 수영장 딸린 펜션 빌리고 촬영 비용 내니까 그렇게 나왔어요. 촬영은 도저히 맨정신으로 못 할 것 같아 술을 잔뜩 마시고 찍었어요.”

카모에게 든든한 힘이 돼 준 제이민 / 이하 502 제공
카모에게 든든한 힘이 돼 준 제이민 / 이하 502 제공
이하 뮤비 촬영 중인 카모
이하 뮤비 촬영 중인 카모

언뜻 무모해보이던 뮤비 촬영은 신의 한수가 됐다. 라웻 특유의 청량한 멜로디는 부산 바다와 어울렸고 카모의 매력적인 비주얼도 시선을 끌었다. 유튜브 조회수는 빠르게 올라갔다. 카모의 일상도 빠르게 달라졌다.

인스타 팔로워와 길에서 카모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영어학원 알바를 그만두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다음 곡인 'Wifey'에서 쌈디의 피처링도 받게 됐다. 딸이 힙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던 부모님도 달라졌다.

"아빠, 엄마는 제가 음악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공부를 계속할 줄 알았던 딸이 뜬금없이 음악 한다니까 얼마나 답답하셨겠어요"

하지만 라웻 성공 이후 카모를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수월해진 곡 작업이다. 과거에는 마음에 드는 비트를 찾기 어려웠는데 이제 '비트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금 저한테는 돈보다 비트가 더 소중해요. 비트로 음악을 만들 수 있으니까. 예전엔 비트를 찾거나 타입비트를 편곡해야 했는데 이제 프로듀서님들이 먼저 보내주시니까 너무 행복하죠."

카모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레이블로부터 계약도 제안받았다. 데뷔 1년 동안 EP 하나, 싱글 둘을 발매한 '신인'에게는 무척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국힙에서 소위 성공 루트를 탈 수 있는 이 계약을 카모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지금 함께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겸 신생 레이블 502(파이브오투)를 잊지 못해서다.

"제가 휴학하고 사운드 클라우드에 노래 올리던 시절에 502는 저를 찾아줬어요. 솔직히 제가 당장 돈이 되는 애도 아닌데 저를 그냥 믿어준 거죠. 502랑 더 해보고 싶어요. 같이 성장하는 기분이 좋거든요."

이하 502와 새 EP 작업 중인 카모
이하 502와 새 EP 작업 중인 카모

카모에게 라웻 작업 당시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딱히 없다고 답했다. 혹시 있더라도 자신이 바꿀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며 최대한의 바이브를 담기 위해 노력했으니 후회는 없다는 반응이었다.

카모의 관심은 곧 발매할 새로운 EP를 향해 있었다. 인스타 라방에서 선공개했던 ‘애초에 사랑하지 말자’와 ‘빽도’를 포함, 일곱 곡이 수록된 새 EP는 높아진 인지도에 발맞춰 완성도를 부쩍 높였다.

뮤직비디오를 두 편 촬영했고 머천다이즈 출시도 앞두고 있다. 영어 가사가 많던 이전 곡과 달리 한국어 가사 비중도 늘렸다. 카모는 특히 공간감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소리를 빵빵하게 틀면 훨씬 좋게 들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카모의 새 EP는 오는 20일 발매된다.

home 권상민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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