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이 쓴 '베르세르크' 만화가 추모사… 모두를 울리고 있다 (전문)
2021-05-2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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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그의 길을 가진 않으나 그가 간 길은 찬란하리라'
누리꾼들 “모든 추모글의 좋은 내용만 정갈하게 정리한 멋진 추모사”

허지웅이 만화 '베르세르크'의 작가 미우라 켄타로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미우라 켄타로는 지난 6일 오후 2시 48분 급성 대동맥박리로 사망해 그를 사랑하는 팬들을 슬프게 했다. 향년 54세.
미우라 켄타로가 1989년부터 연재한 베르세르크'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단행본만 약 4000만부 팔려나갔을 정도. 어두운 세계관, 격렬한 액션, 치밀한 디테일과 더불어 '베르세르크'의 가장 큰 특징은 작품이 진행될수록 크게 발전하는 작화였다.
스토리가 방대한 데다 단순한 만화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작품의 퀄리티가 높은 덕분에 연재를 중단하는 일이 잦았다. 작가가 평생을 바쳐 30년 넘게 연재했음에도 고작 40권(한국판 기준)까지만 발매됐다. 그림 수준이 대체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 '베르세르크'는 미완결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허지웅은 21일 올린 글에서 미우라 켄타로에 대해 “보통 만화의 연재가 늦어지면 재촉을 하게 되기 마련이지만 연재가 늦어져도 괜찮으니 그저 건강을 돌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만드는 작가”라면서 “다른 작가가 한권에 기울일 작업량을 단 한 컷에 쏟아부으며 오랜 시간 동안 버텨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화의 완성도에 관한 높은 기준 때문에 조수를 고용해도 그의 기준을 따라갈 만한 능력이 있는 직원이라면 이미 조수를 할 필요가 없기에 번번히 도망가버리고 혼자 남기 일쑤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거의 곧바로 이 작품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만화를 그리는 일 이외에는 해본 것이 없었다. 결혼도 하지 못했고 자식을 갖는 기쁨을 누리지도 못했으며 건강 또한 챙기지 못했다”고 했다.
허지웅은 “다만 그가 평생을 다해 그리겠다 마음 먹은 작품을 한 페이지씩 완성해나가는 일에 온전히 투신해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초월적인 의지와 끈기를 붙들고 끝내 스스로를 증명해냈다. 이제는 더 이상 증명할 게 남아있지 않다. 이미 오래 전부터 그랬다. 어떤 창작자도 그의 길을 따르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모든 창작자는 그의 길을 흠모하고 사랑할 것이다”라면서 “결국 완결되지 못했으나 완벽이란 결말이 아닌 과정에 달려있음을 입증한
만화 베르세르크의 작가 미우라 켄타로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허지웅의 글을 읽은 누리꾼들 사이에선 “왜 이렇게 슬프냐” “모든 댓글들의 좋은 내용으로만 정갈하게 정리한 멋진 추모사다” “새하얗게 불태운 삶을 산 작가” “그저 연재만 하다가 저렇게 생을 마감했다는 게 너무 슬픈 거 같다” “평생을 ‘베르세르크’ 한 작품만을 위해서 바치다가 가셨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프더라” 가장 높고 험난한 길을 걸어간 고행자였기에 그걸 봐온 나는 존경하고 우러러보나 곁에서 설 자신이 없었다. 뒷모습에 진 그림자는 어떤 정성보다도 무거웠고, 그가 보던 장광이 어떤 풍경일지는 그만이 알 거라 생각한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보통 만화의 연재가 늦어지면 재촉을 하게 되기 마련이지요.
좋아하는 만화라면 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연재가 늦어져도 괜찮으니 그저 건강을 돌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만드는 작가가 있었습니다.
89년에 연재를 시작하여 여태까지 계속 같은 작품을 그리고 있었던 작가는
다른 작가가 한권에 기울일 작업량을 단 한컷에 쏟아부으며
오랜 시간 동안 버텨왔습니다.
작화의 완성도에 관한 높은 기준 때문에 조수를 고용해도
그에 기준을 따라갈만한 능력이 있는 직원이라면 이미 조수를 할 필요가 없기에
번번히 도망가버리고 혼자 남기 일쑤였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거의 곧바로 이 작품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만화를 그리는 일 이외에는 해본 것이 없었습니다.
결혼도 하지 못했고 자식을 갖는 기쁨을 누리지도 못했으며 건강 또한 챙기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가 평생을 다해 그리겠다 마음 먹은 작품을 한 페이지씩 완성해나가는 일에 온전히 투신하여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초월적인 의지와 끈기를 붙들고 끝내 스스로를 증명해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증명할 게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그랬습니다.
어떤 창작자도 그의 길을 따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만 모든 창작자는 그의 길을 흠모하고 사랑할 겁니다.
결국 완결되지 못했으나 완벽이란 결말이 아닌 과정에 달려있음을 입증한
만화 베르세르크의 작가 미우라 켄타로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