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승무원 유니폼 삽니다" 이상한 글 판치자… 항공사가 급기야 내린 결정
2021-05-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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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등 인터넷 사이트서 인기리에 거래
진품·짝퉁 뒤섞인듯…항공사, 헌옷 반납조치


"항공사 승무원 유니폼 6만원에 팝니다."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19일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유니폼 재킷 그레이베이지 44반, 유니폼 상의 블라우스 긴팔 S55, 유니폼 하의 55, 청자색·흰색 스카프 각 1장'이라며 상세하게 품목을 소개했다. 업체에서 16만원대에 구매했는데 사용감을 감안해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게시글이 뜬 지 얼마 안 돼 물품은 판매 완료됐다.
글쓴이는 승무원 학원을 오픈하게 돼 전시 및 수강생들 시착 목적으로 필요하다고 했지만, 사실 확인은 불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게시 글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여자 승무원 유니폼을 비싸게 산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글쓴이는 서울에서 직거래로만 구입한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이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승무원 유니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각종 옷과 물품들이 비싸게는 수십만원에 사고 팔리는데, 항공사 입장에서는 기업 이미지 실추와 공항에서의 보안 문제 때문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항공사들은 승무원들에게 매년 정해진 의복 포인트를 지급한다. 승무원들은 이 포인트로 낡거나 분실한 유니폼을 대신할 물품을 받는다. 스타킹이나 목에 두르는 스카프, 승무원용 캐리어도 마찬가지다.
유니폼은 일반인은 구매가 불가능하다. 승무원 역시 지급받은 포인트가 많더라도 유니폼의 경우, 재고가 많지 않아 필요할 때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승무원들도 정품 유니폼을 구하기 어려워 정품이 아닌 짝퉁 셔츠를 사서 입는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에 판매용으로 올라온 승무원 유니폼이 진품인지 짝퉁인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거래 자체도 위법이지만 해당 항공사와 승무원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과거 한 판매자는 “(승무원 유니폼은) 남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복 1순위니까 가게 분위기를 새롭게 바꿔보고 싶은 분들이나 파티복으로 좋다”라는 홍보 글을 올렸다. 일부 주점에서 종업원들에게 승무원 유니폼을 입히기 위해 구매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것을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 관음증이나 성도착증 환자에게 흘러가 악용될 소지도 있다.
각 항공사는 승무원 유니폼이 회사의 얼굴이기에 이러한 부정 거래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속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2017년 국내 한 항공사는 중고 유니폼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승무원들에게 헌 유니폼을 반납하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자신들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한다며 반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