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쩌라고요?" 극단적 선택한 공군 부사관…군대는 가해자 편 들었다
2021-06-0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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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당한 부사관 2차 가해한 공군
사건 발생 후에도 상관들 조직적 회유 정황

선임 부사관에게 강제 추행을 당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과 관련 공군 부대의 대처와 국선 변호사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일 공군이 작성한 사고 일지 및 유족들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사고 일지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3월 2일 발생했고 3일 신고 접수, 9일 국선 변호인이 선임됐다. 이후 4월 7일 공군은 해당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군검찰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인 A중사의 유족은 "국선 변호인은 피해자와 단 두 차례 통화를 했다. (국선 변호사는) 조사 날짜가 정해진 지 보름이 지난 뒤에 조사에 못 간다고 하고, '대리를 보내줄 수 없냐'고 묻자 5월 16일까지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족 측은 "A중사가 사망한 후 가해자 구속 수사를 요청했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군검찰은 사건 발생 3개월 후에 가해자를 조사하려고 했다. A중사가 사망하자 조사는 고작 3일 앞당겨졌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중사가 사망 후 공군은 'A중사의 정신적 불안정 상태 때문에 조사를 미뤘다'며 책임을 돌렸다. 시신 부검이 끝나자마자 나가라 하고, (장례식) 밥값도 유족 중에서 딱 3명 분만 주겠다. 나머진 알아서 하라고 했다. 공군을 믿지 못해서 새로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국선 변호인은 고소장과 고소인 진술조서 등 기본적인 자료도 없다면서 주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앞서 A중사는 지난 3월 공군 20전투비행 B중사에게 강제로 성추행을 당했다. A중사는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B중사는 A중사를 비웃었고, 공군 또한 A중사와 약혼자를 압박하며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결국 A중사는 지난달 21일 남자친구와의 혼인신고를 마치고 "나의 몸이 더럽혀졌다. 모두 가해자 때문이다"라는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며 핸드폰 영상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방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 사안의 엄중성을 고려해 성폭력 사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상관의 합의 종용이나 회유, 사건 은폐 등 추가적인 2차 피해에 대해서도 군 검·경 합동 수사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신속하고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했다"며 관련 입장을 전했다.

한편 A중사의 유족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랑하는 제 딸 공군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며 청원을 올렸다.
유족은 "국민 여러분,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끊임 없이 발생되고 있다. 제대로 조사되지 않아 (오히려) 피해자가 더 힘들고 괴로워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도 처참하고 참담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은 저희 가족과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저희 딸의 억울함을 풀고 장례를 치뤄 편히 안식할 수 있게 간곡히 호소한다"고 글을 남겼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