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부사관 성추행' 엄정 수사하겠다는 국방부, 이미 사건 다 알고 있었다
2021-06-0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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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에게 성추행당해 극단적 선택한 여성 부사관
사건 보고 받고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국방부
공군 부사관이 선임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가 1주일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SBS는 2일 공군 중사 A 씨가 부대 선임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건을 국방부와 공군 지휘부가 이미 지난주 초부터 알고 있었으며 2차 가해 정황까지 보고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성용 참모총장을 비롯한 공군 지휘부는 25일 해당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보고 받았다. 같은 날 국방부도 사촌 동생의 글 등을 취합한 사건 보고서를 장관과 차관에게 보고했다. 특히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성용 참모총장의 별도 전화 보고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주 초 회유, 무마 등 2차 가해의 개요를 보고받아서 알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서 장관은 보고를 받은 뒤 공군에 엄정 수사를 지시했으나, 수사는 사고 부대인 20 전투비행단이 그대로 맡았고 결국 2차 가해 의혹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앞서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여성 부사관 A 중사가 지난 21일 부대 내 성추행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 중사는 지난 3월 같은 부대 선임 B 중사에 의해 강제 추행을 당했다. 이후 B 중사는 상관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한 A 중사를 찾아가 조롱하고 가족까지 동원해 A 씨를 협박했다. 직속 상관들 역시 A 씨를 회유하고 약혼자에게 연락하는 등 사건의 은폐를 시도했다. 결국, A 중사는 억울함을 견디다 못해 약혼자와 혼인 신고를 마친 당일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누르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해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는 초동수사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을 확인하고 2차 가해 여부 등을 포함해 지휘관리감독 상 문제점이 없었는지 살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장관은 또 2일 A 중사의 빈소를 찾아 유족에게 사과했다. 서 장관은 "죄송하다. 저도 사실은 A중사와 같은 딸 둘을 둔 아버지다. 딸을 돌본다는 마음으로 낱낱이 수사하겠다"라고 약속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