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까지 벗는데 얼굴은 가린다… '누드 자전거 대회' 한국서 열린다면

2021-06-1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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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재개…화석연료 의존 비판 취지
퍼포먼스…한국도 처벌안될 가능성 높아

과거 미국 '누드 자전거 대회' / 인스타그램
과거 미국 '누드 자전거 대회' / 인스타그램

"셔츠·바지는 물론 속옷도 필요없습니다. 맨몸에 자전거만 가지고 오세요. 그런데 마스크는 쓰셔야 합니다."

오는 8월 미국 필라델피아시에서 '누드 자전거 타기' 대회가 열린다. 매년 열리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취소됐던 대회다.

주최 측은 예년과 달리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맨몸이 아니라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참가해달라고 당부했다.

예년 이 대회의 참가자는 수천 명 수준. 자전거 출발에 앞서 공원에 모여 옷을 벗고, 서로의 몸에 '보디 페인팅'을 해준다.

이 행사는 신체의 긍정적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화석연료 의존에 대해 항의하는 뜻도 담겨 있다. 참가자들은 16㎞ 거리의 코스를 자전거로 이동하게 된다. 영화 '로키'에 등장하는 필라델피아 미술관을 비롯해 독립기념관, 자유의 종 등 필라델피아의 명소를 도는 코스다.

한국에서 이런 누드 자전거 대회가 열린다면 어떤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처벌 대상 안 될 가능성 높아

과거 미국 '누드 자전거 대회' / 인스타그램
과거 미국 '누드 자전거 대회' / 인스타그램
네이버법률 등에 따르면 누드 자전거 대회가 한국에서 개최돼 알몸을 노출하더라도 음란성이 없고 대회 참가 등 목적이 확실하다는 전제만 있다면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옷을 벗고 노출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징벌하는 건 아니다. 개별적인 상황마다 다를 수 있어 따져봐야 한다.

노출과 관련해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법 조항은 형법상 공연음란죄 또는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죄 등이다. 이 두 범죄는 모두 신체를 과도하게 노출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행위를 문책한다.

형법의 공연음란죄는 음란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신체 노출이 과하더라도 음란성이 없다면 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반면 과다노출죄는 자신의 신체를 노출해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 적용된다. 음란함이나 성적인 의도가 없더라도 처벌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조항 모두 직접적으로 이 대회 참가자들에게 적용시키는 건 곤란하다. 이 자전거 타기 대회는 일종의 시위 내지 퍼포먼스로 볼 수 있다.

2018년 6월2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앞에서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페이스북의 성차별적 규정에 항의하는 상의 탈의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년 6월2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앞에서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페이스북의 성차별적 규정에 항의하는 상의 탈의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에서도 이렇게 노출을 통해 시위를 벌였던 전례가 있다. 2018년 서울 강남구에서 한 여성단체 회원들이 상의 탈의 시위를 했다. 당시 경찰은 이 시위에 대해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음란성이 없고 시위를 위한 상체 노출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본 것이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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