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사연을 올리면 노래를 만들어 드립니다”
2021-06-1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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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이네 생선가게'로 감동 전한 인디 뮤지션 홍동현
유튜브 라이브 중에 받은 댓글로 신곡 '속쓰려위쓰려' 제작 중
[권상민의 파 프롬 차트(Far From Chart)] <5> 홍동현
음원 차트 진입이 노래의 성공을 의미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총공과 음원 사재기는 차치하더라도 TV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차트에 진입하는 노래가 많습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새로운 성공을 만들어 가는 노래도 있습니다. 음악적 완성도와 듣는 재미를 바탕으로 리스너들의 입소문을 타는 경우죠. '파 프롬 차트'는 그런 노래와 가수를 알리는 연재 기사입니다.


차고 넘치는 인디 뮤지션 중에서도 홍동현은 유독 눈에 띈다. 어느 무대에 올려놔도 기죽지 않고 분위기를 리드할 줄 안다. 무대 아래에서는 남다른 친화력으로 사람들의 호감을 산다. 타고난 끼가 있다. 그래서 그는 고향에서 유명하다. 그의 결혼식에는 동두천시에서 음악 좀 한다하는 또래들이 전부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홍동현이 음악한다는 핑계로 소위 놀러 다니기만 좋아하는 류는 아니다. 직접 만난 그는 겸손하고 진지했다. '당신의 일상을 예술로'라는 철학을 갖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영이네 생선가게'는 홍동현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곡이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실제로 영업 중인 생선가게를 모티브로 만든 곡으로 제작 과정도 독특하다. 유튜브에서 구독자 댓글을 노래로 만드는 작업을 하다 생선가게 아들이 올린 댓글에 감동해 만들었다고. 남편 없이 3남매를 키우기 위해 생선을 팔아야 했던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는 댓글이었다.
'소영이네 생선가게'가 발매 1주년을 맞았다. 홍동현을 만나 제작 뒷이야기와 함께 그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자기 소개해달라.
7년 차 밴드 '스프링스' 리더로 활동 중인 홍동현이라고 한다. '홍반장'이라는 이름으로 솔로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동두천과 홍대에서 버스킹을 주로 하다 최근 무대를 전국으로 넓히고 있다.
코로나 이후 무대가 많지 않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공연 말고 여러 일을 하고 있다. 개인 유튜브 채널 '홍반장'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즉석에서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 트로트가수 정들레 님과 곡 작업도 하고 있다. KBS 개그맨이자 고향 선배인 홍현호 님과 함께 '수호천사'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콩트 등 다양한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
구로구 오류동에 영업 중인 생선가게의 사연을 토대로 만들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남편 없이 3남매를 키우셨다. 자식들이 '아비 없는 자식'이라고 놀림 받을까 봐 뒷바라지하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더라. 생선 파느라 손이 부족해 막내 아들을 친척 집에 보냈는데 나중에 가게에 들른 아들이 엄마를 '아줌마'라 불러 눈물도 많이 흘리셨다. 이게 주인 아주머니 사연이지만 어찌 보면 자식을 위해 희생한 우리 부모님 세대 모두의 사연이기도 하다. 그 깊은 사랑을 노래로 만들었다.
어쩌다 만들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스프링스 활동 중 구독자들이 올려주신 댓글로 노래를 만들어 드리는 활동을 해왔다. 여러 댓글이 올라왔는데 유독 그 사연이 눈에 띄었다. 막내 아들이 어머니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며 댓글을 올렸더라. 노래로 만들고 보니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제대로 편곡해 스프링스 정규 앨범에 넣을까 했다. 그런데 기존 스프링스 음악과 결이 달랐다. 고민하다 솔로 활동으로 방향을 틀어 작업했다.


직접 소영이네 생선가게를 방문해 뮤직비디오도 찍었더라.
주인 아주머니께서 노래를 듣고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셨다. 가족분들도 '생선 먹으러 다시 방문해달라'고 말씀해주셨다. 촬영 중에는 동네 어린이, 어르신들도 많이 보러 오셨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 계획을 수정, 주민분들도 출연하도록 했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노래를 만들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말씀드렸듯이 스프링스 활동이 아니라 솔로 활동이었다. 평소와 달리 외부 인력 도움받지 않고 작업 과정 모두를 제가 다 했다. 기타, 베이스, 코러스, 드럼, 믹싱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해서 더 의미가 있다.
'소영이네 생선가게'처럼 사연 댓글을 바탕으로 작업 중인 다른 노래도 있나?
'속쓰려 위쓰려'를 작업 중이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에 시청자분이 '숙취 때문에 죽겠다'는 사연을 올리셨다. 살을 붙여 즉석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반응이 좋더라. 술을 마시고 힘든 몸을 이별하고 힘든 마음과 비교한 노래다. 제대로 편곡해서 빠르면 7월 즈음 곡을 완성하려고 한다.
앞으로 활동도 궁금하다.
스프링스 밴드로서는 현재 발매된 디지털 싱글 5곡에 새로 4곡을 추가해 정규 2집을 발매할 생각이다. 솔로 활동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팬들과 계속 소통하고 싶다. 채팅과 댓글을 통해 인상 깊은 사연이 있다면 노래로 만들어 보고도 싶다. 음악 외적으로는 유튜브 '수호천사'에 당분간 출연할 예정이다. 직접 촬영, 편집, 연기를 하는데 정말 재미있다.
홍동현의 라이브 방송은 유튜브 '홍반장'에서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