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가기 싫다면서 해외로 도망간 스포츠 스타들, 누구누구인지 알아봤다
2021-06-1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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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차승, 미국 시민권…박주영, 모나코 장기체류
석현준, 헝가리 영주권에 프랑스 귀화 추진까지
남북 분단 현실로 병역 의무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군 복무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한창 잘나가던 연예인을 하루 아침에 퇴출시키는가 하면, 유력 정치인을 순식간에 낙마시키기도 한다. 특히 활동 기간이 짧은 스포츠 선수의 병역 기피 논란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기도 한다. 군대가기 싫어 해외로 도주한 의혹을 받은 스포츠 스타들은 누가 있을까.
1. 백차승

부산고 출신인 백차승(41·미국명 차승 백)은 1999년 미국으로 건너가 120만달러에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입단 계약을 맺었다. 부산고 시절 최고시속 150㎞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진 백차승은 '제2의 최동원'으로 평가받은 특급 유망주였다.
병무청은 2000년 국외여행 허가기간이 만료됐다며 귀국을 요구했지만 백씨는 응하지 않았다. 백차승은 고교 시절 혹사당한 탓에 입단 후 수술을 두 차례 받고 2004년에야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백차승은 미국과 일본을 거쳐 선수생활 은퇴후 입국(귀국이 아닌)했지만 징집되거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미국 현지에서 재미교포인 아내를 만나 2005년 미국 시민권을 땄기 때문. 미국 시민권 취득과 함께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즉 법적으로는 외국인이다. 2016년 한국 법원에 돌연 국적 회복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병역 기피 목적이 명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8년 이후 프로야구 두산 2군 투수 인스트럭터로 활동 중이지만, 여전히 외국인 신분이다.
소수이긴 하지만 백차승을 동정하는 목소리도 있긴 하다. 백차승은 1998년 제3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을 때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자진 강판을 요구했다. 당시 감독이 1루 수비를 지시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간 그는 경기 직후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영구제명됐다.
메이저리그 무대에 뛰면서도 징계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수 없어 병역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없자 어쩔 수 없이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2. 박주영

박주영(35·FC서울)은 대한민국 축구사에서 특이할 정도로 다양한 구설수에 휘말린 선수다. 대표적인 사례가 병역 기피 논란이다.
그는 2012년 모나코 왕국으로부터 10년간의 장기체류 자격을 얻어 입대 연기를 최대 10년 늦췄다. 2008년 프랑스 리그 1 AS모나코에 입단한 박주영은 2011년 8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로 이적했다. 하지만 세 시즌간 모나코에서 활약하며 장기체류 자격을 얻게 됐다.
병역법 시행령 등에는 '영주권 제도가 없는 국가에서 무기한 체류자격 또는 5년 이상 장기 체류자격을 얻어 그 국가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은 37세까지 국외여행기간연장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돼 있다.
모나코는 영주권 제도가 없다. 원래 박주영은 늦어도 만 29세가 되는 2015년 경찰청에 입대해 병역 의무를 치러야 했지만 37세인 2022년 말까지 입대를 미룰 수 있게 됐다.
그는 당시 모나코에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해외 이민자용 장기 체류권을 악용한 셈이었다. 박주영의 선례를 묵인할 경우, 추후 벨기에·모로코·알제리·이란 등 영주권 제도가 없는 나라를 통해 병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꼼수가 보편화될 거란 비판이 따랐다.
그러다 박주영은 운 좋게(?) 2012 런던올림픽에서 숙적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따 합법적으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이었을 뿐 자칫 박주영의 선수 인생이 망가질 수 있었다. 올림픽에서 한국이 동메달을 따리라고는 대부분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을 터였다.
1. 석현준

석현준(30·프랑스 프로축구 2부리그 트루아)은 2016년 리우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에 선발됐지만 메달 획득에 실패해 병역 특례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후 석현준은 유학·해외 취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허가를 받고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체류 기한인 만 27세가 되기 1년 전인 2017년 '영주권을 취득한 부모와 함께 거주 중'이라는 사유를 들어 병무청에 국외이주사유 허가를 신청했지만 불허됐다. 이에 불복해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지난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마저도 졌다.
병무청은 지난해 3월부터 6개월 동안 해명 기회를 줬지만, 석현준은 따로 소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무청은 지난해 12월 홈페이지에 병역 의무 기피자 256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여기에 석현준도 포함시켰다. 현재 그의 여권은 무효가 된 상태다.
석현준이 2017~2018년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임대로 뛸 당시 돈을 내고 헝가리 영주권을 땄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헝가리는 30만유로(약 4억원)를 내면 국채매입 등으로 투자이민이 가능하다. 다만 석현준이 헝가리 영주권을 갖고 있더라도 병역법 위반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병무청에 따르면 영주권으로 병역연기를 하려면 해당국에 3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석현준의 헝가리 체류 기간은 1년도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남은 선택지가 많지 않은 가운데 최근에는 석현준이 프랑스 현지에서 프랑스 국적 취득을 준비 중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귀화를 신청하려면 프랑스에서 3년간 거주해야 한다. 석현준은 이 조건을 충족했다. 다만 국적 취득을 위해선 거주 기간이 5년이 돼야 하는데 이 조건은 내년에 맞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