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에서 8200억원 복권 당첨자가 나왔는데…이런 난리가 났습니다”
2021-06-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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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복권 당첨자 둘러 싸고 벌어진 소동
미국 역사상 5번째로 큰 복권 당첨금
미국 메릴랜드주의 한 폐광마을에서 8000억원이 넘는 거액의 복권 당첨자가 나왔다. 지역 주민들은 낙후된 도시를 살리기 위해 당첨자가 복권 당첨금 일부를 기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당첨자가 익명을 고수하고 있는 탓에 복권을 판 가게 주인만 시달리는 상황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월 메릴랜드주의 소도시 로나코닝의 '복권 미스터리'에 대해 보도했다. 이곳의 상점 '코니 마켓'에서 판매한 복권이 7억 3100만 달러(약 8268억원)라는 거액에 당첨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WP에 따르면 이는 미국 역사상 5번째로 큰 복권 당첨금이고, 메릴랜드주에서는 역대 최고 금액이다.

문제는 당첨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50개 주 중 7개 주에서는 복권 당첨자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으로 당첨금을 수령할 수 있는데, 메릴랜드주 역시 이 중 하나다. 로나코닝은 인구 1200명에 불과하는 작은 마을 이기 때문에 복권 당첨자가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면 삽시간에 관심을 모을 것이 뻔하다. 이 때문에 당첨자는 자신의 신분을 지금껏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복권 당첨 소식을 들은 외지인들도 마을로 몰렸다. 인근 오하이오주는 물론 조지아, 아칸소주에서까지 돈을 나눠달라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돈을 달라는 이유도 가지가지였다. 아픈 친척을 돌봐야 한다는 사람부터 농장을 경영할 돈이 필요하다는 사람, 오랫동안 가고 싶어 했던 유럽 여행에 필요한 돈을 달라는 사람까지 있었다.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건 외지인들뿐만이 아니다. 로나코닝 주민 역시 당첨자가 마을에 뭉칫돈을 기부해주길 바라고 있다. 로나코닝의 빈곤율은 24%로, 메릴랜드주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주민들은 냄새가 나고 더러운 수돗물의 수질을 개선하고, 거리를 수선하며, 한 달에 500달러도 받지 못하는 은퇴자들에게 자선 금액을 베풀라고 당첨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당첨자가 밝혀지지 않았으니 돈을 달라고 부탁해야 할 곳이 없었다. 결국 '코니 마켓'의 주인 리처드 레이븐스크로프트가 적선 요청의 창구가 돼 버렸다. 조지아주에 사는 한 여성은 레이븐스크로프트에게 편지를 써 농장 일에 필요한 전기톱 2개를 사달라고 했다. 다른 여성은 진입로를 포장하려 하니 돈을 나눠달라고 했다.

최근에는 마을 분위기가 비교적 진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레이븐스크로프는 "여전히 복권 당첨자에게 편지를 전해달라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지만 예전에 비해선 많이 줄었다"며 "편지는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했다. 그는 "복권에 당첨된 이들은 결국 돈을 쓰게 될 것이고, 그렇게 돈을 쓰다 보면 결국 친구나 지인들의 압력을 견뎌낼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조용히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 당첨자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