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모의평가에 '게이물' 나왔다?… “나만 느낀 게 아니었구나” 수험생들 난리

2021-07-0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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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모평 국어 영역에 나온 홍성원의 <무사와 악사>
“우리는 서로 사랑했지만 사랑하는 방법이 달랐을 뿐”

고3 6월 모의 평가에 '게이물'이 나왔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3일 실시된 고등학교 3학년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6월 모평) 국어 영역에 '게이물'이 나왔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주인은 소설가 홍성원의 현대 소설 '무사와 악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 셔터스톡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 셔터스톡

국어 영역 시험지에 게재된 '무사와 악사'의 본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네가 일규를 어떻게 아냐? 네깐 게 뭘 안다구 감히 일규를 입에 올리냐?"

기범은 순간 잔을 던지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너무나 돌연한 웃음이어서 나는 그때 꽤나 놀랐다. 기범이 그처럼 미친 듯이 웃는 것을 나는 그날 처음 보았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나는 그놈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허지만 누가 그놈을 진심으로 사랑한 줄 아냐? 너희냐? 너희가 그놈을 사랑한 줄 아냐?"

나는 긴장했다. 그의 눈에서 번쩍이는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너는 그놈이 아깝다구 했지만 나는 그놈이 죽어 세상 살맛이 없어졌다. 나는 살기가 울적할 때마다 허공에서 그놈의 쌍판을 찾았다. 나는 그놈을 통해서만 살아가는 재미와 기쁨을 느꼈다. 그러나 그놈 역시 사정은 나하구 똑같았다. 나를 발길로 걷어 찼지만 그놈은 나를 잊은 적이 없다. 우리는 서로 사랑했지만 사랑하는 방법이 달랐을 뿐이다."

해당 내용은 서술자가 죽은 일규의 장례식 이후 그의 친구였던 기범과 있었던 과거 일의 회상이다. 내용을 보면 기범은 "나는 그놈(일규)을 통해 살아가는 기쁨을 느꼈다. 우리는 서로 사랑했지만 사랑하는 방법이 달랐을 뿐", "네 깐 게 뭘 안다구 감히 일규를 입에 올리냐", "누가 그놈을 진심으로 사랑한 줄 아냐?" 등 일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토로한다.

하지만 '무사와 악사'에서 일규와 기범을 '동성애자'로 보기는 어렵다. 정확히는 서로 싸우고 실망해도 마음으로 이어진 친구 사이라고 봐야한다.

기범과 일규는 학창 시절부터 선두를 다투던 친구이며 기범은 일규를 배신하고 친일파를 변호하는 등 특이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이후 일규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자 기범은 "무사(일규)가 없는 세상에 악사(기범)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라고 말하며 자취를 감춘다.

커뮤니티 '인스티즈' 캡처
커뮤니티 '인스티즈' 캡처
그럼에도 기범과 일규의 남다른 우정에 해당 본문은 논란이 됐다.

9일 커뮤니티 '인스티즈'에 '고3 6모 국어 게이물 나옴??'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커뮤니티 '네이트판'의 게시글을 캡처한 것이다. 글 작성자는 "일규, 기범 그거 게이임?"이라며 본문 내용을 캡처해 올렸다.

해당 글을 접한 수험생들은 "나만 느낀 거 아니구나 수학시간에 쟤네 동성애자로 엮을 생각에 손이 파르르 떨렸다", "기범이 집착광공 ㅋㅋㅋㅋ", "진짜 포타(포스타입) 감성"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커뮤니티 '네이트판' 캡처
커뮤니티 '네이트판' 캡처
home 최재민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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