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폭염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대한민국이 '대정전 위기'에 처했다

2021-07-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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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공급 예비율 10% 이하로 떨어져... 15일 기준 9%
이 상태 지속될 경우 2011년과 같은 대정전 우려도

2011년 9월 15일 대정전 당시 한 가게의 모습(좌)와 전력수급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한전 직원. /연합, 뉴스1
2011년 9월 15일 대정전 당시 한 가게의 모습(좌)와 전력수급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한전 직원. /연합, 뉴스1

전국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다음 주 전력수급 비상단계 발령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2011년 9월 발생했던 대정전까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15일 최대전력 사용시간대인 피크예상시간을 오후 4~5시로 예상하고 최대부하(전력사용) 8만9500㎿, 전력 공급 예비율을 9%(전날 대비 0.6%p ↓)로 예고했다.

발전기 고장 등 돌발 사고로 인한 블랙아웃(대정전)에 대비하기 위해선 통상적으로 전력 공급 예비율은 1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탈원전 여파와 역대급 폭염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으로 전력 예비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올여름에도 2011년 9월 대정전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전력수급 관리 지침을 보면 전력 공급 예비 능력이 7000㎿ 아래로 밑돌 시 '모니터링' 단계로 들어서며 5500㎿ 아래로 떨어지면 '비상' 조치를 발령한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 앞에 마련된 용산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선풍기로 잠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 앞에 마련된 용산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선풍기로 잠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전력수급 경보는 공급 예비력에 따라 '준비(5500㎿ 미만)', '관심(4500㎿ 미만)', '주의(3500㎿ 미만)', '경계(2500㎿ 미만)', '심각(1500㎿ 미만)' 등 5단계로 나눠 발령한다.

이날 예비 전력량은 8053㎿를 기록했다. 공급 예비 전력이 통상적인 안정 수준 1만㎿ 이하로 하락한 것 역시 작년보다 한 달 이상 빨랐다. 작년엔 8월 25일이 돼서야 1만㎿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발전소를 정비하고 기업을 대상으로 전력 사용 자제를 요청하는 등 수급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대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11년 9월 15일 대정전이 일어날 당시에도 8월 하순쯤부터 전조가 나타났다. 당해 8월 31일 최대 전력 수요는 7만2190㎿, 공급 예비 전력과 예비율은 각각 5440㎿, 7.5%까지 하락했다.

당시 정부는 여름철 전력 수급을 위한 비상대책본부 가동을 연장 운영, 전력 수요 공급 안정화를 꾀했다.

하지만 9월 중순 늦더위가 닥치자 최대 전력 수요가 갑자기 6만7280㎿까지 치솟으면서 공급 예비 전력은 3340㎿(예비율 5%)로 급락했다.

정부는 전국에서 일시에 전기가 끊기는 대정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순환 정전에 들어갔고, 전국 212만 가구가 전기가 끊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한 피해 신고 건수는 9000여건, 피해액은 610억원에 달했다.

첫 고비는 다음 주가 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오는 20일부터 지금보다 한 단계 더 강한 폭염과 열대야가 찾아올 것으로 예보했다.

이상고온 등이 나타나면 7월 넷째 주에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령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력수급 비상단계 발령은 2013년 8월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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