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환이 '모가디슈' 태준기 참사관을 선택한 이유 (인터뷰)
2021-08-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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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이 밝힌 '모가디슈'의 매력
“태준기 참사관, 궁금한 게 많았던 인물”

구교환이라는 이름을 전혀 몰랐다 하더라도 영화 '모가디슈'를 봤다면 태준기란 이름 석 자는 확실히 기억하게 될 것이다. 김윤석, 허준호, 조인성 등 선 굵은 배우들 사이에서 확실히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이 낯선 얼굴을 잊기는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태준기 참사관을 좋게 봐 주셨다면 아마 그건 저 때문이 아닐 거예요. 태준기 참사관으로 펼친 연기는 저 혼자 이뤄낸 부분이 아니었어요. 보셨겠지만 태준기 참사관을 바라보는 두 분의 대사와 강대진(조인성) 참사관의 리액션들이 아마 태준기 참사관의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일 거라고 생각해요."
극에서와 사뭇 다른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구교환은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을 할 때의 인상은 강렬했던 태준기 참사관과 사뭇 달라서 '배우란 정말 다른 인물을 삼켜 소화시켰다 다시 뱉어내는 직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모가디슈를 배경으로, 소말리아에서 벌어진 내전으로 고립된 대한민국과 북한 대사관의 직원들이 힘을 합쳐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다. 북한 대사관의 참사관인 태준기는 자신이 믿는 신념을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타협이 없는 인물이다. 구교환은 긁는 듯한 목소리, 굽히지 않는 눈빛으로 태준기이란 인물의 디테일을 살려냈다.
"(태준기가) 장난꾸러기 같다고 생각했어요. 자기 나름대로는 장난꾸러기인데 남을 웃기지 못하는 장난꾸러기 있잖아요. 자기는 혼자 재미있는데 남들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오는. (웃음) 그런 여러 기질들이 제게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구교환은 궁금한 인물을 연기한다고 했다. '저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할까'를 생각하게 하는 인물을 지금까지 작품에서 주로 맡아왔다. '모가디슈'의 태준기 역시 마찬가지다.
"(태준기는) 저랑은 많이 다른 기질의 인물이었어요. 끝없이 의심하고 신중한 사람이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탐색하는 태도가 신기했어요. '무엇이 저 사람으로 하여금 저런 에너지를 만들어내게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태준기 참사관이 궁금했던 이유예요."

고립된 상황에서 펼쳐지는 일촉즉발의 탈출기. 여기에 대한민국과 북한이라는 한 이불을 덮고 자지 못 하는 골 깊은 갈등의 동족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설정은 '모가디슈'를 한층 흥미롭게 만든다. 계속해서 대한민국 대사관 사람들의 저의를 의심하고 강대진과 날을 세우는 태준기는 극을 한층 긴장감 있게 만드는 중요한 인물이다.
하지만 구교환은 그 어떤 것도 자신의 공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앞서 태준기라는 인물이 다른 인물들의 시선과 다각적인 관계 안에서 형성된 것이라 했듯 그는 이번에도 '앙상블'을 이야기했다. 구교환은 '모가디슈'를 본 관객들이 '앙상블이 좋았던 영화'라 평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갈등과 긴장감은 저 혼자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제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으면 북한 대사관 직원 분들, 그리고 다른 동료 분들이 리액션을 해 주시고 그걸 받아 주시죠. 선배들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줬기에 태준기가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캐릭터로 기능할 수 있었다고 봐요. 저 혼자 뭘 한다고 해서 뭐가 만들어지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앙상블'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거고요."
구교환이 출연하는 '모가디슈'는 8월 현재 전국 극장가에서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 121분.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