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품아 끝판왕' 아파트 속출하나
2021-08-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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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품아 분양시장서 인기… 30·40대 주수요층 영향
'학교 6층부터 아파트 쌓기' 정세균표 초품아 논란

#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박모(38)씨는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 배정받는 초등학교는 신호등을 세 번 건너야 한다. 맞벌이 가정인 박 씨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혼자 등교를 해야 하는 아이를 생각해 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있는 아파트를 물색 중이다.
30·40대가 분양시장의 핵심 수요층으로 자리잡으면서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자녀의 등·하굣길이 비교적 안전한 데다 법적으로 주변에 유해시설이 들어설 수 없어 주거환경도 쾌적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분양시장은 초등학교를 도보로 통학할 수 있는 단지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상반기 전국 1순위 청약자 수 상위 10개 단지 중 9개 단지가 반경 500m 내에 초등학교를 두고 있다.
예전엔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군을 많이 따졌다면 최근엔 안전한 통학을 중시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떄문에 부동산 시장에서 초품아는 집값이 높게 형성되고 안정적이며, 가격방어도 상당하다.
단순히 초등학교와 가까운 아파트 단지라고 초품아가 아니다. 아파트와 학교가 바로 붙어있고, 중간에 도로가 없어야 한다.
가령 인천 '주안역 신일해피트리' 아파트는 단지 내에서 주안북초등학교 정문까지 20초도 걸리지 않지만, 차선이 그어지지 않은 소폭의 길이 하나 있어 초품아로 인정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 머지않아 '초품아 끝판왕'이 곳곳에 속출할 듯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SLR클럽에는 '진정한 초품아'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주목받았다. 게시글은 '"학교 6층부터 아파트 짓겠다" 정세균의 주택공급 폭탄공약'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최근 보도된 중앙일보 기사를 갈무리한 것이다.
해당 보도는 정 전 총리가 10일 발표한 '주택공급폭탄 280만호' 공약을 소개한 내용이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이 공약의 세부 방안으로 도심에서의 주택 확보를 위해 학교 부지에 주거시설을 마련하겠다고 제시했다. 국·공립학교 부지에 1~5층은 학교 시설, 6층 이상은 주거 공간으로 조성해 학생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학부모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서울 지역 학교들이 굉장히 오래된 곳이 많은데 건폐율과 용적률을 상향해 재건축하겠다, 완공되면 1~5층은 학교로 쓰고, 그 이상은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전 총리는 이같은 초품아 방법을 통해 서울에서만 20만호를 추가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교와 붙어있는 정도가 아닌 숫제 학교를 깔고앉은 아파트인 셈이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누리꾼이 디자인한 '정세균표 초품아' 조감도까지 내걸렸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나름 새로운 아이디어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바로 위에 있으면 선생님들 스트레스 어휴', '운동회 하면 볼 만하겠다', '민주당 부동산정책은 신춘문예 작가들과 논의하나'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 댓글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