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론' 여성가족부가 시작한 청소년 억압 정책... 결국 없어지게 됐다 (공식)

2021-08-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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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했다”
게임시간 선택제만 유지

밤 12시부터 오전 6시 사이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게임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해를 돕기 위한,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셔터스톡
이해를 돕기 위한,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셔터스톡

업계 안팎에서는 PC 사용 환경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이 제도가 모바일 중심의 변화된 게임 환경에는 실효성을 지니기 어렵게 된 점을 주된 폐기 원인으로 꼽는다.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25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1년 11월 청소년 수면권을 보호하고 게임 과몰입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만 16세 미만 청소년과 아동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컴퓨터(PC)를 이용한 인터넷 게임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도입 당시에는 인터넷 게임 사용자의 주된 이용 경로가 PC였기 때문에 셧다운제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PC 기반의 게임만을 규제 대상으로 설정했다.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 / 이하 연합뉴스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 / 이하 연합뉴스

10년이 흐른 현재 인터넷 게임 시장에서 우세를 점령한 것은 모바일이다.

2020년도 대한민국 게임백서 나타난 청소년 345명의 게임 이용 통로를 보면 모바일 게임이 90.1%(중복응답)를 차지하며 PC게임(64.3%) 이용률을 1.4배로 웃돌고 있다.

청소년들이 셧다운제 제약과 공간 제약을 받는 PC게임 대신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을 주로 이용하게 되면서 PC에만 적용되는 셧다운제는 사실상 규제력을 잃은 셈이다.

반면 모바일 게임에는 청소년 이용 규제나 청소년 과몰입을 방지할 정부 조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돈을 주고 민간 업체의 게임 시간 제한용 프로그램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 정작 정부의 관리가 필요한 모바일 게임 분야는 민간의 손에 맡겨진 셈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유명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 유튜브 '은아생황'
리그 오브 레전드 유명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 유튜브 '은아생황'

여기에 최근 온라인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디지털 범죄가 급증하며 게임 업계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과연 게임만을 규제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청소년 9천19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넷 서비스 이용 조사에서도 게임(59.2%·중복응답)보다는 대화하기(100%), 사진·동영상(82.8%), 음성·영상통화(68.6%)에 이용도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유해 매체로 인식되는 콘텐츠가 더는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 다는 의미다.

주요 게임 이용층인 청소년들은 셧다운제가 이처럼 현실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기 결정권과 문화권 침해 소지를 안고 있다는 주장도 펼친다.

게임 '마인크래프트' /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마인크래프트' / 마이크로소프트

최근에는 국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 '초통령 게임'이라고도 불리는 마인크래프트를 서비스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셧다운제를 이유로 만 19세 이상만 이 게임의 자바 에디션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 셧다운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르며 폐지 논의에 더욱 불을 붙였다.

정부는 결국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현행 '게임시간 선택제'만을 유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당초 셧다운제 도입의 주요 목적이었던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고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기조절능력 향상 교육을 확대하고 게임 과몰입 청소년을 상대로 한 상담·치유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 이하 뉴스1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 이하 뉴스1

한편 셧다운제 폐지 논란이 거세지자 그러지 않아도 ‘여가부 폐지론’이 거세지고 있던 여가부는 이에 대해 “우리끼리 검토하겠다”라고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또 셧다운제 폐지 관련 자체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경선 여가부 차관은 지난 달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던 도중 ‘여가부 폐지론’에 대한 질문을 받자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제도를 거론하면서 "지난 20년간 여가부는 성평등 가치 확산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

그러면서 "이런 분들이 여성가족부가 없다면 어디에서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나"며 "저희(여가부)는 저희의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항상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컥하는 김 차관  / 이하 유튜브, '연합뉴스 Yonhapnews'
울컥하는 김 차관 / 이하 유튜브, '연합뉴스 Yonhapnews'

이어 김 차관은 "정책효과가 부족하다는 것하고 그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이나 기구가 없어져야 된다고 하는 것하고는 별개인 것 같다"면서 "이 부분은 저희가 더 노력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답변을 하면서 감정이 올라왔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차관이 ‘울컥’하는 모습은 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톡 앱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김 차관의 손과 스마트폰
카카오톡 앱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김 차관의 손과 스마트폰

김 차관은 '울컥' 이후 같은 날 스마트폰 카카오톡 앱을 통해 정영애 여가부 장관에게 브리핑에 대해 보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답변에는 "전화 드리려고 했는데 계속 연결이 안되서 문자 드려요"라며 "브리핑 때 갑자기 질문이 나와서 답변했네요 OOO기자 (중략) 썼네요"라고 쓰여있었다.

김 차관(왼쪽)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김 차관(왼쪽)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또 그는 같은 날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home 황찬익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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