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벼슬?…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남친이 여친에게 통보한 '황당 데이트매뉴얼'

2021-09-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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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만나고 싶으면 지켜라' 역대급 꼰대 공시생
여친 '할말 잃어'…누리꾼 '부탁해도 모자랄판에'

tvN 드라마 '혼술남녀'
tvN 드라마 '혼술남녀'

공부는 해야 하는데 연애도 하고 싶고 그런데 내가 맞춰주긴 싫고…. 국가시험에 붙으면 팔자가 펼 거라 생각해 미리 어깨에 힘이 들어간 걸까. 여자친구에게 '꼰대질'로 가스라이팅(심리 지배)을 노리는 듯한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눈총을 받고 있다.

최근 더쿠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친이 공시준비 낼부터 하는데 이렇게 지키자고 보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의 남자친구는 이달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 머리 끈을 졸라맨 남친은 꼼꼼한 생활계획을 세웠다. 장기전이 될 공시 생활 동안 면학에 지장이 없도록 연애 지침도 마련했다.

A씨에게 양해를 구해 구두로 합의하면 될 일. 그런데 A씨는 남친으로부터 데이트 매뉴얼을 받아보곤 벙쪘다

더쿠
더쿠

남친이 A씨에게 건넨 데이트 매뉴얼의 제목은 '오랜 기간 연애할 수 있는 비결서'였다. 법 과목 공부가 필수인 공시생답게 매뉴얼은 딱딱한 계약서 양식으로 작성됐다.

유효기간은 이달 2일부터 내년 4월9일까지 220일로 잡았다. 그때까지 합격하겠다는 다짐일 수 있다.

'계약서' 내용을 보면 우선 첫 번째 항목에서 '주말 4회 데이트.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일요일 오후 4시'라고 구체적인 데이트 횟수와 시간을 설정했다.

두 번째 항목에서는 '상기 1번 항목 관련 개인 업무로 인해 일정 변경 시 최소 전날 통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세 번째 항목에서는 '상기 1번 항목 관련 월 4회 데이트를 기준으로 하며 일차를 증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엄포를 놨다.

네 번째 항목에선 '상기 1번 항목 한련 야외/실내 데이트 각 2회를 기준으로 실행한다'며 장소에 따른 데이트 횟수마저 지정했다.

다섯 번째 항목에선 '상기 4번 항목 관련 야외는 자신(남친)이, 실내는 A씨가 담당해 기획한다"며 업무 분담을 했다.

여섯 번째 항목에선 '일요일 데이트 추가시간 연장 시 업무와 공부를 목적으로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평일에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도 허용했다. 단 '철칙'이 붙는다.

일곱 번째 항목에선 '긴박한 상황으로 평일 데이트 요청 시 최소 3시간 전 통보하며 밤 9시부터 실행하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고 했다. 이 때 '식사를 원하면 최소 6시간 전 통보를 철칙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여덟 번째 항목에선 '상기 7번 항목 관련 A는 가벼운 산책·운동 또는 귀가 스카우트(에스코트의 오타인 듯)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선심을 썼다.

'계약서'에는 일종의 부칙도 담았다.

우선 A씨가 주간 스케쥴표를 매주 일요일마다 남친에게 공유 및 간략 보고하도록 했다.

또 A씨는 아침 9시부터 밤 10시 시간대는 연락해서는 안된다. A씨는 기상 전이나 취침 전에만 연락해야 한다. 남친은 아침·점심·저녁 시간 때 매 30분 휴식 시간을 이용해 답장한다.

이 밖에도 A는 자신의 생활 패턴을 남친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의무가 부여됐다.

더쿠
더쿠

매뉴얼을 모두 읽은 A씨는 "할 말을 잃었다. 기분 나쁜데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라고 누리꾼들의 조언을 구했다.

A씨 남자친구는 즉각 누리꾼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누리꾼들은 '부탁해도 모자랄 판에 명령조로', '저런 거 쓸 시간에 공부나 하지 X병', '저렇게 만날 거면 헤어지는 게 낫다' 등이 반응을 보이며 황당해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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