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 “오징어게임 별로인 99가지 이유, 깔 게 너무 많다” (전문)

2021-10-0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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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으로 조목조목 비판한 위근우
'오징어 게임'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해석

위근우 평론가가 장안의 화제작 '오징어게임'을 실랄하게 비판했다.

위근우 평론가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대한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달 24일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장문에는 세세한 분석과 적나라한 표현이 가득하다.

이하 위근우 인스타그램
이하 위근우 인스타그램

위근우는 "'오징어 게임이 별로인 99가지 이유'로 표현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단점들조차 유기적이지 않고 산발적"이라 주장했다.

그는 드라마에서 화제가 된 장면 몇 가지를 언급하며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위근우는 "게임엔 편법이 난무한다", "이 작품은 마구잡이로 설계된 세계관", "구슬치기 할 때 지영이 죽는 건 대충 끼워 넣은 서사적 톱니바퀴 수준"이라 혹평했다.

특히 드라마에서 남성과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를 맹렬히 꼬집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위근우는 "주요 여성 캐릭터 중 하나인 미녀는 섹스를 재화 삼아 깡패 장덕수와 거래하고, 새벽과 지영이 옛날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청년으로 서사 안에서 도구적으로 활용된 건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중년 여성에게 좀 더 익숙할 게임은 언급만 될 뿐 별다른 어드밴티지도 작동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극중 상우가 죽음 직전 "우리 엄마"를 되뇌이는 장면에 대해 위근우는 "험난한 세상에서 망가져왔지만 가슴속엔 자식과 엄마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잃은 적 없는 한국 중년 남성 판타지를 완성한다"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깔 게 많아 원문은 더 길다"라며 끝까지 차가운 일침을 날렸다.

사실 <오징어게임>은 한 호흡의 칼럼보다는 차라리 ‘<오징어게임>이 별로인 99가지 이유’ 같은 리스티클 형식으로 풀어내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작품이다.

단점들조차 유기적이지 않고 산발적이기 때문이다.

‘평등한 세상’이란 제목의 에피소드에서 게임의 지휘자인 검은 가면의 프론트맨은 참가자 병기와 내통하던 진행요원을 죽이며 “이 게임 안에선 모두가 평등해. 참가자들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공평하게 경쟁하지. 바깥세상에서 불평등과 차별에 시달려 온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야”라고 말한다.

중략

유리 공장 노동자가 다섯 번째 게임인 유리 다리 건너기에서 빛의 반사를 통해 강화 유리를 구별하는 재능을 보이자 평등한 싸움 운운하던 프론트맨은 조명을 꺼서 그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

프론트맨이 말하는 공평은 약자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이러한 자가당착으로부터 이 서바이벌 세계의 모순을 비판하기란 어렵지 않으며 또한 의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주제에만 집중하기엔, 이미 이 게임에선 어이없는 편법이 대놓고 등장한다. 밖에서 몰래 라이터를 반입한 한미녀는 달고나 뽑기 게임에서 바늘을 불에 달궈 쉽게 통과한다.

뽑기 모양을 맞추지 못하고 달고나를 쪼개면 바로바로 옆의 진행요원 총에 맞고 죽어나가는 세계에서 미녀는 미끄럼틀 밑에 숨어 잘도 이런 짓을 한다.

모두가 평등한 싸움을 하도록 통제된 세계라는 게 실제론 어떻게 모순적인지 비판하자니, 그들의 통제란 이토록 선택적으로만 전능하다.

그러니 이 작품은 동의할 수 없는 세계관으로 설계되었다기보다는 마구잡이로 설계되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그럼에도 이 세계에서 어느 정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이 있다면 한국 중년 남성에 대한 연민의 정서다.

일남이 설계한 작품 속 게임은 종종 단순함보다는 중년의 추억에 방점이 찍힌다.

구슬치기 게임이 진행된 옛 골목은 일남이 살던 골목을 재현해놓은 것이며, 기훈의 동네 후배이자 서울대 경영학과 수석입학 출신 조상우가 설탕물에 대한 강새벽의 힌트로부터 달고나를 떠올린 것은 경영학이 아닌 과거 운동장 풍경에 대한 기억 덕이다.

거의 100% 운으로 최종전까지 살아남은 기훈이 처음으로 주인공다운 당당함을 보여주는 건 마지막 오징어게임에서 중간의 다리를 가로지르는 ‘암행어사’를 성공하고 그 명칭을 굳이 입 밖으로까지 내놓을 때다.

사채에 쫓겨 벼랑 끝에 몰렸던 중년 남성이 화려하게 귀환할 수 있는 무대로서의 옛날 게임.

그에 반해 공기놀이나 고무줄놀이처럼 중년 여성에게 좀 더 익숙할 게임은 참가자들의 대화에서만 언급될 뿐 여성 캐릭터에게 과거에의 추억은 별다른 어드밴티지로 작동하지 않는다.

주요 여성 캐릭터 삼인방 중 중년인 미녀는 섹스를 재화 삼아 깡패 장덕수와 거래하고, 나머지 둘인 새벽과 지영은 옛날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청년으로 설정해 서사 안에서 도구적으로 활용한 건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작품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뒤 게임 중 뜬금없이 불우한 과거사를 고백하다 자신을 한 팀으로 맺어줘 고맙다며 새벽을 위해 죽어주는 지영 캐릭터의 납작한 프로필은 해당 에피소드의 비극미를 위해 대충 끼워 넣은 서사적 톱니바퀴 수준이다.

배우 정호연의 열연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새벽은, 그럼에도 최종전을 앞두고 상우의 타락과 기훈의 각성을 위한 수단으로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에 반해 주인공 기훈을 괜찮은 인물로 포장하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프로필이 부여됐는지 앞서의 여성 캐릭터들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다.

딸 생일에 치킨이라도 사주라며 노모가 준 용돈뿐 아니라 노모의 카드까지 털어 경마에 걸던 개차반이지만, 그에겐 쌍용차 노조 복직 투쟁의 알레고리가 분명한 드래곤모터스 복직 투쟁의 아픈 기억이 있고, 이혼한 아내에게 양육비 한 푼 주지 않는 무책임한 생부지만 딸에 대한 진심은 패밀리 레스토랑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포장마차 떡볶이의 정감 있는 맛으로 증명하는 따뜻한 아빠다.

중략

기훈을 위한 변명으로 점철되던 이야기는 타락한 상우가 마지막 게임에서 “형하고 이러고 놀다보면 꼭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불렀는데”라며 회한에 빠지다 스스로 목에 칼을 꽂고 “우리 엄마”를 수없이 되뇌는 장면을 통해 험진 세상에서 망가져왔지만 가슴속엔 자식과 엄마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잃은 적 없는 한국 중년 남성 판타지를 완성한다.

후략

깔 게 많아 원문은 훨씬 깁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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