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이 남긴 '1300억 유산'의 상속이 잡음 없이 매끄러웠던 이유가 있었다
2021-10-30 21:09
add remove print link
유언장 대신 '유언대용 신탁'
생전엔 이익얻고 사후엔 상속
상속세는 부자들만 내는 세금으로 여겨져 왔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아파트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나은행 등의 도움말로 상속세 부담을 줄이면서도 갈등의 여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상속 방법을 알아보자.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대중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음악과 춤 실력만 뛰어났던 것이 아니라 상속 과정에서도 참고할만한 선례를 남겼다.
마이클 잭슨은 2009년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사망 당시 그의 재산은 초상권 가치와 음악 저작권 등을 합쳐 1억1150만달러(약 1253억원)에 달했다.
마이클 잭슨이 남긴 거액의 유산은 유족 사이에 갈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금액이었다. 돌연사로 상속 관련 분쟁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상속은 큰 잡음 없이 원만히 마무리됐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신탁을 통해 상속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미리 대비했기 때문이었다.
마이클 잭슨은 1995년경 ‘마이클 잭슨 가족 신탁(Michael Jackson family trust)’이라는 신탁 계약서를 작성하고 저작권과 부동산 등 재산을 신탁회사로 옮겨 놓았다. 가족 신탁 계약서는 유언을 대신해 유산을 분배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담은 약정서다.
마이클 잭슨은 어머니와 자녀, 자선단체를 상속인으로 지정하고 이들에 대한 상속재산의 배분 비율, 지급 시기까지 신탁 계약서 내용에 포함했다. 그 결과 가족에게 안전하게 자산이 이전됐고 자선단체에 기부까지 할 수 있었다.

마이클 잭슨이 가입한 신탁을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Family Trust)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선 가문이나 가족의 재산을 신탁해 관리하고 이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마이클 잭슨이 활용한 신탁을 우리나라에서는 ‘유언대용신탁’이라고 한다. 유언대용신탁은 신탁계약을 통해 상속설계를 한 후, 생전에는 자신이 수익을 얻고 사후에는 미리 정해둔 수익자에게 상속의 집행 및 신탁의 수익을 지급하게 된다.
유언대용신탁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신탁으로 본인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유언은 유언자의 사망과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지만, 신탁은 생전에도 운용수익을 누린다는 차이점이 있다. 사후에는 미리 정해놓은 대상에게 상속이 집행되고 신탁 수익이 지급된다.
둘째, 신탁재산은 공신력 있는 금융회사가 관리한다. 따라서 상속인이 미성년자라도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고, 위탁자의 갑작스러운 사망에도 대비할 수 있다.
셋째로 구체적인 유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구성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녀가 상속재산만 믿고 안일하게 살지 않도록 학업이나 취업 등 일정한 성과를 달성하는 조건으로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

2대에 걸친 상속도 가능하다. 유언장은 최초 상속인만 지정할 수 있지만 유언대용신탁은 유산이 자녀를 거쳐 손자에게 이어지도록 설정할 수 있다. 자녀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다 손주가 성년이 되면 손자에게 재산을 물려줄 수도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은 가입자가 사망했을 경우 남겨진 반려동물을 돌보는 사람에게 비용을 지급하는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절세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신탁재산으로 인해 발생한 이익은 수익자에게 귀속되며, 소득세 역시 수익자에게 과세된다. 금융 자산이 많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라면 자녀를 수익자로 지정해 재산을 신탁하면 신탁 이익이 자녀의 금융소득이 되므로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고객들이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목적을 크게 두 가지로 본다.
먼저 자녀 간의 상속 분쟁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상속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상속 절차가 진행되면 형제간의 분쟁이 종종 일어난다. 유언대용신탁을 통하면 사전에 상속에 대한 플랜을 짤 수 있어 이를 예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상당한 부를 축적했지만 믿고 의지할 만한 친인척이 없는 경우다. 예컨대 본인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면, 본인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일정 금액을 생활비로 받고 사후에는 남은 재산을 대학에 기부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