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레인 운전자가 안 비켜주는 자동차에 한 행동 (실제 주차장 사진)

2021-11-1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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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난 굴착기 기사, '구덩이 파기' 복수
양측 모두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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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곳곳에서 욱하면 참지 못하고 막 나가는 경우를 쉽게 볼수 있다. 일종의 분노 조절 장애다. 요즘은 차 빼달라는 주차 문제가 단골 분쟁거리 중 하나다. 이와 관련 과거 등장했던 역대급 주차 시비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한때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자동차 예열에 죽고 예열에 사는 남자'라는 글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을 낳았다. 게시글은 '차 좀 빼주세요'라는 서브 타이틀의 한 방송 영상을 갈무리한 것이다.

에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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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착기 기사 A씨는 현장에 나갔다가 홧김에 사고를 쳤다. A씨는 공사에 필요한 공구를 인근 주차장에 보관해뒀다.

아침 일찍 현장에 도착하니 흰색 외제 승용차(폭스바겐 골프)가 주차장 입구를 떡하니 막고 있었다. 굴착기가 주차장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A씨는 하는 수 없이 승용차 차주인 B씨에게 전화해 차를 빼달라고 요청했다. 이때가 오전 7시 40분께였다.

느닷없는 호출에 잠이 깬 B씨가 짜증이 난 걸까. 졸린 눈을 비비고 내려온 B씨는 차 시동만 걸고 좀처럼 차량을 비켜주질 않았다.

A씨가 이유를 물었더니 B씨는 "자동차 애호가들한텐 여름이건 겨울이건 예열이 중요하다"며 기다려달라고 했다.

에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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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 3분이 흘렀다. A씨 점점 분노 게이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A씨 눈에는 B씨가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보였다.

화를 참지 못한 A씨는 결국 돌발행동에 착수했다. 굴착기로 B씨 차량 바로 뒤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버린 것. 차 한 대가 빠져버릴 만한 커다란 크기였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B씨는 이 사실을 방송사에 제보했고 해당 사연은 한 지상파 교양프로그램을 통해 전파를 탔다.

B씨는 해당 프로에서 "굴착기 기사가 구덩이를 팔 때 무슨 상황인지 판단이 안 서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며 "기사분이 성격이 급하셨던 모양이다"고 인터뷰했다.

황당 시츄에이션을 뒤로한 채 굴착기 기사 A씨는 가져가려던 공구도 내버려 두고 현장을 떠났다.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A씨보다 제보자인 B씨에게 비난의 화살을 더 많이 날렸다.

"차 빼달라 연락왔는데 아침이라 짜증 나 일부러 시간 질질 끈 것", "방송 나와서 피해자인 척 코스프레", "예열하려고 저런 게 아니라 차 빼 달라니까 개긴 것임" 등 반응을 보였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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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시동을 건 후 잠시 기다렸다 출발하는 걸 흔히 예열이라고 한다. 잠깐의 공회전을 통해 엔진오일 등의 온도를 높여주는 거다. 그런데 요즘 출시되는 차량은 여름이건 겨울이건 대개 1~2분 정도면 예열이 끝난다.

이 사례에서 양측 모두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A씨의 공사 업무를 방해할 생각으로 B씨가 고의로 차량 이동을 미뤘다면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다. 타인 소유의 주차장 부지를 허락없이 파헤친 A씨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home 안준영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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