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7일간의 무지갯빛 대장정 마치다

2021-11-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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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선보인 민규동 감독 마스터 클래스, 제작지원 프로그램 공개 피칭 등 화제
<머니보이스> 뉴프라이드 신인감독 평론상, <시퀸의 이중생활> 뉴프라이드 신인감독 작품상 쾌거!
한국단편경쟁부문 작품상은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어쩔 수 없는, 하루와 밤>으로 선정!
<저ㄴ을 어떻게 죽이지?>의 방효린 배우 초대 연기상 수상!

2021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이하 프라이드 영화제)가 지난 10일, 총 7일간의 무지갯빛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2021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폐막식 현장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2021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폐막식 현장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올해 프라이드영화제는 개최 10주년을 맞아 32개국 124편 역대 최다 상영작을 선보이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영화제 기간 내내 CGV명동역 씨네 라이브러리는 관객들과 영화인들의 활기와 열정으로 가득 찼다.

그 열기를 반영하듯, 영화제 기간 동안 매진작들이 줄을 이었다. 오픈 직후 최단 시간 매진을 기록한 화제의 폐막작 <티탄>뿐 아니라 <버림받은 자식들>, <모어>, <너에게 가는 길>이 전회차 매진을 달성했다. 개막작인 <안녕, 내일 또 만나> 역시 한국독립영화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매진을 기록했다. <경찰관 크리스티>, <불새>,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시퀸의 이중생활> 등 공개와 동시에 주목을 받았던 화제작들 역시 매진 행렬에 동참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프로그램인 민규동 감독 마스터 클래스와 프라이드 필름 프로젝트 공개 피칭, 그리고 텀블벅 펀딩 330%를 달성한 『한국레즈비언영화사』의 출판기념 대담 및 전시도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이렇게 다채롭게 꾸려진 모든 상영과 행사는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와 소독 진행으로 모두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이루어졌다.

지난 10일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진행된 폐막식에는 3년째 프라이드영화제와 인연을 맺고 있는 장성란 기자와 허남웅 평론가가 사회로 나섰다. 장성란 기자는 “프라이드영화제가 오프라인으로 성황리에 진행되어서 정말 기쁘다”라는 소감을 전했으며, 허남웅 평론가 역시 “오랜만에 영화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관객들과 영화인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성황리에 마무리된 프라이드영화제를 축하했다. 여전한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아쉽게도 폐막식은 시상을 중심으로 짧게 진행되었다.

폐막식 사회를 맡은 허남웅 평론가, 장성란 기자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폐막식 사회를 맡은 허남웅 평론가, 장성란 기자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처음으로 시상이 진행된 부문은 프라이드영화제의 사전제작 지원 프로그램인 프라이드 필름 프로젝트의 제작지원 수상작이었다. 공개 피칭 제도는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제도로, 이를 통해 선정된 작품은 2022년에 열릴 프라이드영화제에서 상영하는 것을 목표로 제작된다. 해당 부문에는 박근영 감독, 염문경 작가와 조윤진 프로듀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염문경 작가가 시상자로 나섰다. 김소희 감독의 <나의 여자친구 이야기>와 새훈 감독의 <우리도 퀴어다>가 그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뚜렷한 주제 의식으로 해당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프라이드 필름 프로젝트 제작지원상 수상 장면 (왼쪽부터) 새훈 감독, 김소희 감독, 염문경 작가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프라이드 필름 프로젝트 제작지원상 수상 장면 (왼쪽부터) 새훈 감독, 김소희 감독, 염문경 작가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뒤이어 뉴프라이드 신인감독 평론상과 작품상의 시상이 이어졌다. 프라이드영화제는 2019년 국제 영화제로 승격된 후 경쟁 부문을 도입하였고, 2021년 국제영화제로 도약하며 영화제의 본질에 충실한 변화를 꾀하고자 올해 섹션과 시상 부문의 개편을 실행했다.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주로 다룬 지난 10년간의 프로그래밍에서 더 나아가 올해는 신인 감독과 새로운 영화를 발굴해 퀴어영화 산업과 문화의 발전과 다양성 확대에 더욱더 집중하고자 하는 결단이었다. 그 결과로 핫핑크 섹션이 폐지되었고, 주목할만한 퀴어영화를 연출한 전 세계 신인 감독들을 주목하는 뉴프라이드 섹션이 신설되었다. 이 맥락 아래에 수상 부문 역시 신인감독 평론상과 작품상으로 바뀌었다.

올해 뉴프라이드 신인감독 평론상의 심사위원으로는 조혜영, 박진형, 정지혜 평론가가 함께했다. 상금 200만 원의 평론상 주인공은 이린보천 감독의 <머니보이스>였다. 이린보천 감독은 코로나로 인해 참석하지 못해 김승환 프로그래머가 대리수상을 했다. 시상자로 나선 박진형 평론가는 <머니보이스>를 두고 “아시아의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남성들의 삶을 게이 로맨스 서사로 세밀하게 그린 작품”이자 “중화권 퀴어영화의 전형을 아트하우스 스타일로 풀어간다는 지점, 섹스와 빈곤, 낭만과 착취의 서사화 등 주목할 만한 논의의 지점을 제시하는 작품”이라며, “퀴어 영화의 오늘에 관한 흥미로운 질문이 되는 영화”라는 점에서 이를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했다는 심사평을 전했다.

이어 발표된 뉴프라이드 신인감독 작품상으로는 사무엘 반 그린스벤 감독의 <시퀸의 이중생활>이 선정되었다. 해당 작품은 상금으로 300만 원을 받게 된다. 심사위원으로는 이혁상 감독, 세바스티앙 시몽 프로그래머, 김영덕 프로그래머가 나섰다. 시상을 맡은 이혁상 감독은 “<시퀀의 이중생활>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한 작품”이라며, 능수능란한 연출력과 서스펜스, 예측할 수 없는 결말 등을 영화의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선정 이유로 “매력적인 배우들, 우아한 화면, 강렬한 편집 기법, 압도적인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 등 이 작품의 대담한 영화적 표현 기법은 충격적”이라는 찬사와 축하 인사를 건네며 심사평을 마쳤다. 사무엘 반 그린스벤 감독 또한 코로나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 호주대사관의 제임스 본이 대리수상을 했다.

다음으로는 한국단편경쟁 부문의 작품상과 연기상 시상이 이어졌다. 프라이드영화제는 2019년 국제영화제로 승격된 후 경쟁 부문을 도입했고, 올해는 감독뿐만이 아닌 뛰어난 배우에게도 주목하고자 연기상 부분을 신설했다. 작품상 부문의 심사위원으로는 박성호 프로그래머, 이민영 배우, 한제이 감독이 활약을 펼쳤다. 200만 원의 상금을 받은 작품상의 주인공은 이지후 감독의 <어쩔 수 없는, 하루와 밤>이었다. 시상을 맡은 한제이 감독은 “디테일한 감정 묘사와 다큐를 보는듯한 섬세한 연기”, 그리고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담담한 연출” 이 영화를 빛나게 한다며, “제작진과 배우들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라는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상한 이지후 감독은 “영화제에서 상영을 하게 된 것으로도 엄청 기뻤는데 이렇게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이라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한국 단편 경쟁 연기상의 심사 역시 작품상과 동일한 심사위원들이 맡았다. 상금 100만 원의 주인공이자 연기상 부문의 초대 수상자는 <저ㄴ을 어떻게 죽이지?>의 방효린 배우로 선정되었다. 시상을 맡은 이민영 배우는 “풍부한 표현력으로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으며, 색다르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라며 “차기작이 무척 기대되는 배우”라는 심사평을 전했다. 수상한 방효린 배우는 “수상을 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고 말하며 “시나리오를 받고 전체 리딩을 했던 떨리는 순간이 떠오른다. 앞으로도 열정을 가지고 더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다”며 수상소감을 남겼다.

한국단편경쟁 연기상 수상 장면 (왼쪽부터) 방효린 배우, 이민영 배우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연기상 수상 장면 (왼쪽부터) 방효린 배우, 이민영 배우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이어 지난 7일간 행사 진행을 위해 애써온 자원활동가와 스태프 소개 후 화제의 폐막작 <티탄> 소개와 김조광수 집행위원의 폐막 선언이 이루어졌다. 폐막식 종료 후, 폐막작 상영이 이루어졌다. 상영 이후에는 허남웅 평론가와 장성란 기자의 해설 GV가 이어졌다. 제74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티탄>은 단연 ‘올해의 미친 걸작’으로, 감독의 칸영화제 수상소감처럼 “정상성의 벽을 밀어낼 수 있는 무기이자 힘”을 가진 작품이다. 허남웅 평론가와 장성란 기자는 관객을 압도하는 스토리와 연출, 선을 넘는 상상력 등 관객을 뒤흔드는 작품의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한층 더 깊게 영화를 읽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김조광수 집행위원장 폐막 선언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김조광수 집행위원장 폐막 선언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티탄> GV 현장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티탄> GV 현장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티탄>의 해설 GV를 마지막으로, 프라이드영화제의 모든 일정이 종료되었다. 올해 개최 10주년을 맞아 선보인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과 더욱더 풍성해진 부대 행사는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과 영화인들에게 다채로운 퀴어영화를 즐길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늘 올해보다 내년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풍성한 축제, 프라이드영화제는 뜨거운 호응과 많은 사랑 아래 총 7일간의 여정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home 이상호 기자 sanghodi@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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