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에 대놓고 외모 비하 vs 개그는 개그…심각한 반응 나온 '코빅' 상황
2021-11-1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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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9개월 만에 관객 만난 '코미디빅리그'
외모비하 개그에 대한 날 선 반응
코로나 19 확산 이후 1년 9개월 만에 공개 코미디 현장이 관객에게 문을 열었다. 그러나 너무 오랜 공백 탓일까, 이전과 또 달라진 관객과 개그맨 사이 소통 방식은 서로에게 고충처럼 느껴지게 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tvN '코미디빅리그' 속 '두분사망토론' 코너에서 이상준과 박영진은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 이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시도했다. 특히 이상준은 직접적으로 "소통이 안 되네"라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이날 이상준과 박영진은 "결혼한 사람의 과거와 미래 중 하나만 볼 수 있다면?"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이상준은 '과거를 본다' 편에서, 박영진은 '미래를 본다' 편에서 말했다.
이날 이상준은 한 커플 관객을 지목했다. 남성 관객에게 "배우자의 과거를 보겠습니까? 미래를 보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남성 관객이 과거를 보겠다고 답하자 "옆에 여자친구야? 얼굴부터 봐, 인마"라고 개그를 시도했다. 관객들은 모두 웃었고 여자 관객도 얼굴을 가린 채 웃음을 보였으나 진행자는 "무슨 소리예요, 그게"라며 만류했다.
이상준은 "여자친구 얼굴이 너무 예쁘니까 과거, 미래 볼 필요 없다는 말이다"라고 수습을 시도했다. 그러더니 "여자분 기분 좋아요?"라고 물었다. 여자 관객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상준은 "소통이 안 된다. 마스크 때문이라고 할게?"라며 "1년 반 동안 시대가 많이 변했네"라고 한숨을 쉬었다.
관객석에 앉아있던 동료 개그맨 이진호는 시종일관 얼굴을 찌푸리고 있더니 "왜 좋은 말을 한 번도 안 해요?"라고 호통치기도 했다.

박영진도 커플 관객을 지목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옆에 여자친구야?" 묻더니 "본인이 생각했을 때 여자친구가 예쁘다고 생각해?"라고 물었다. 남자 관객이 예쁘다고 답하자 그는 "그건 네 생각이고"라며 과거 유행어를 선보였다. 일부 관객이 웃음을 보이긴 했으나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옆에서 보던 이상준은 "뭐 하는 거예요. 지금? 웃음을 주고 소통을 하라니까 사람 기분 나쁘게만 해요"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이상준은 "내 얼굴도 놀리더니... 아저씨, 그렇게 얼굴 놀리면 벌 받아요"라고 말했다. 박영진은 "네 얼굴 놀리면 벌 받는 게 아니라, 벌 받은 얼굴이니까 놀리는 거야"라고 맞받아쳤다.
이날 '코미디빅리그'는 '사이코러스' 코너에서도 관점에 따라 외모 비하로 볼 수 있는 개그가 사용됐다. 양세찬은 문세윤에게 "돼지면 돼지답게 수육이면 수육답게 굴어라"라고 말했다. 황제성도 "육수면 육수답게 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문세윤이 부르는 노래에 "우리는 널 돼지로 봐", "그러면 살을 빼" 등 코러스를 넣었다.

개그맨들끼리는 사전에 협의가 된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외모와 관련된 지적으로 웃음을 끌어내는 방식이 더는 이전과 같은 반응을 만들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날 '코미디빅리그' 속 상황들이 알려지자 "언제적 개그인가", "비하가 아니었어도 했던 거 또 하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 "'개그프로가 다 외모 비하만 하진 않아요' 하더니 결국 또 하네", "사람 면전에 대놓고 뭐 하는 거지", "저러니까 안 보는 것", "이러니까 도태된다", "저 관객분 무슨 낭패인가?", "할 줄 아는 게 남 깎아내리는 것밖에 없지 저래놓고 검열 때문에 개그 죽었다고 우는 소리 한다", "관객한테 저러는 건 이해 안 된다", "세상이 바뀌었다", "저게 개그인가? 사람 앞에 놓고 욕하는 거지", "개그랍시고 남 비하하는 거 그만했으면 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방송사 심의 규정 등에 대한 개그맨들의 고충이 공감을 얻는 일도 있었다. 지난 13일 KBS2 채널에서 '개승자'를 방영했을 때는 해당 분량이 편집됐으나, 유튜브에서는 편집 없이 방영됐다. 김준호는 "KBS가 심의가 빡빡하다. 개그는 개그일 뿐이다. 오해하면 안 된다. 그런데 요즘은 개그를 모두 비하로 본다. 우리는 비하할 의도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온라인 이용자들은 "예전에는 예능을 예능으로 보면서 돌아서면 웃기는 수준이라 재밌었다. 거기에 인생을 투영하면서까지 불편 하라고 만드는 지금은 참...", "이런 발언하는 게 본방송보다 재밌는 걸 보면 공개 코미디가 명줄 다한 것 같다", "뭐든 혐오로 몰아가는 것도 지나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