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처럼 일 한다는 '지옥' 연상호 감독 "창작하는 게 직업이기 때문에 할 뿐" (인터뷰)

2021-11-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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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공백기 없이 꾸준히 작품 활동하는 연상호
“뛰어난 창작자는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감독이 있었던가 싶다. '소처럼 일한다'를 인간화하면 연상호 감독이 되지 않을까.

연상호 감독 / 이하 넷플릭스
연상호 감독 / 이하 넷플릭스

최근 넷플릭스에서 새 시리즈 '지옥'을 내놓은 연상호 감독을 지난 25일 위키트리가 온라인 인터뷰로 만났다. 연상호 감독은 이 인터뷰에서 세계를 강타한 '지옥'과 창작하는 사람으로서의 여러 감상들을 담백하게 이야기했다.

감독 겸 만화가로 소개되는 연상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놀랍기 그지 없다. '사랑은 단백질'(2008), '돼지의 왕'(2011), '창'(2012) 등 애니메이션 작품을 꾸준히 제작했고 2016년 영화 '부산행'으로 1000만 관객을 달성한 후에도 '졸업반'(2016), '집으로'(2016) 등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애니메이션 창작을 지속했다. 또 2018년엔 '염력', 지난해엔 '반도', 무려 지난 7월엔 '방법: 재차의'의 감독을 맡아 개봉시켰다. 이 사이 넷플릭스 '지옥'의 원작이 된 웹툰 '지옥'(2019)도 연재했으니 정말 언제 쉬는 건가 싶다. 많은 화제작의 감독들이 다음 작품까지 상당한 시간을 갖는 것과 비교되는 행보다.

연상호 감독은 이런 꾸준함에 대해 "창작하는 게 직업이기 때문에 할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무슨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다. 내 직업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고, 이 일을 지금의 나는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해나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일을 하고 있다. 창작은 그저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쯤되면 타고난 이야기꾼이 아닌가 싶은 연 감독의 신작 '지옥'은 공개 이후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넷플릭스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지옥에서 온 사자'라는 판타지적 존재를 현실에 있을 법한 일과 잘 버무리며 무겁고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넷플릭스 '지옥'의 한 장면
넷플릭스 '지옥'의 한 장면

연상호 감독은 "'지옥'을 구상할 때부터 최규석 작가와 작품에서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 뭐가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다"면서 "어떤 구체적인 사건을 떠올렸다기보다는 이 세계 안에서 벌어질 만한,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을 그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최 작가와 함께 여러 아이디어들을 들여다 보며 그 안에서 하나의 스토리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적인 상상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일까. 세계 곳곳에서는 '지옥'이 그린 세상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며 다양한 감상을 쏟아내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전 세계에서 보내주는 뜨거운 반응에 "당황했다"면서도 "제작 발표회 때도 말했지만 이 작품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를 나눠 줬으면 하는 소원을 전에 빌었다. 이 소원이 이뤄지고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감사를 표했다.

"아마 내년 하반기쯤엔 '지옥' 그 이후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만화로 먼저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연상호 감독은 지금도 여전히 창작 중이다. 이번엔 '지옥'과 사뭇 결이 다른 SF 영화다. 연 감독은 "SF 영화이기 때문에 대부분 세트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로케이션 촬영을 했던 다른 작품들과 완전히 다른 환경"이라고 귀띔했다.

창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힘이 되는 건 역시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다른 이들의 반응이다. 그것이 긍정적인 반응인가 아닌가는 그 다음 이야기다. 연상호 감독은 "생각지도 못 했던 큰 관심을 받아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책임감도 느낀다"면서 "내가 창작자로서 아주 재능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여전히 창작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잘 만들겠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home 정진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