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이후 41년 만에... 전두환 사망한 뒤 아내 이순자가 마지못해 꺼낸 말
2021-11-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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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장 내내 취재진 질의에는 묵묵부답
41년 만에 전두환 유족, 사죄의 뜻 밝혀
전두환 씨의 부인 이순자 씨가 남편을 대신해 사과했다.

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23일 사망한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의 발인식이 열렸다. 유족 대표로 나온 이 씨는 "오늘 장례식을 마치면서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이켜보니 남편이 공직에서 물러나고 저희는 참 많은 일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말씀하곤 했다"라고 덧붙였다.
전 씨 유족은 5일장을 치르는 동안 취재진의 5·18 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입장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시신 화장 직전에 고개를 숙였다.
전 씨 측이 역사적 과오에 대해 공개 사과한 것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무력진압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이 씨는 "남편은 평소 사망하면 장례를 간소히 하고 무덤도 만들지 말라고 했다"라며 "또 화장해서 북녘땅이 보이는 곳에 뿌려달라고 했다"고 유언을 전했다.
그는 "6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부부로서 함께 했던 남편을 떠나보내는 참담하고 비참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고통 없이 편안한 모습으로 이 세상과 하직하게 된 것은 감사해야 할 것 같다"라는 말도 했다. 끝으로 장례 기간 조문 온 사람들에게 용서와 감사를 구했다.
한편 5·18 관련 단체는 이날 발인식 이전부터 전 씨에 대한 규탄 시위에 나섰다.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 서울지회 등 11개 단체는 지난 25일 연세대 정문 앞에서 장례식장까지 행진한 뒤 "전두환 유족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불의한 재산을 환원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장례식에 참석한 5공 시절 신군부 실세들도 수십 년간 부와 권력을 누려왔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5공 말 실세'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장례 기간 내내 빈소를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 사자명예훼손 재판 법률 대리인 이양우 변호사는 영결식에 자리했고, 전두환 정권 시절 핵심 실세로 꼽혔던 '쓰리(3)허(허화평·허삼수·허문도)' 중 한 명인 허화평 전 의원도 곁을 지켰다.
현역 정치권 인사들은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를 제외하고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