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고 희롱해 신고했더니… 공군서 최악의 '여성장교 성추행 은폐사건' 발생 (사진)

2021-12-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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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공군 부사관이 장교 성희롱·성추행 의혹
상관은 무마하고 군검찰은 “성적의도 없었다” 불기소

피해자오와 군사경찰대대장인 A상사 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 / 군인권센터 제공
피해자오와 군사경찰대대장인 A상사 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 / 군인권센터 제공
공군 부사관이 같은 부대의 여성 장교를 성희롱하고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피해자는 상관이 사건 무마를 시도하며 2차 가해를 가했고 군 검찰은 가해자와 상관 모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8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 공군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 소속 여성 장교가 같은 대대 B상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으며 대대장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통화 녹취록을 증거로 공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피해자는 공군 장교로 임관해 공군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 소속으로 근무했다. 그런데 하급자인 A상사가 피해자에게 “장기(복무)를 할 생각이면 간부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주인은 부사관이다”라고 말하며 소위 ‘여군 길들이기’에 나섰다.

나이와 경력이 피해자보다 많은 A상사는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며 피해자에게 직접 태권도를 가르쳐는 등 장기복무에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A상사는 이 핑계로 피해자에게 사적으로 연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6일 A상사는 유능한 태권도 스승이라며 사람을 소개했다. 함께 저녁을 먹던 중 A상사는 피해자의 어깨와 등, 팔 안쪽을 만지고 찔렀다. 식사가 끝난 뒤엔 주차장에 서 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가 “귀가 작네”라며 귀를 만졌다. 그날 이후 A상사의 사적 연락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잦아졌다.

A상사는 4월 7일엔 “괜찮으면 우리집으로 초대해 편하게 잡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메시지를 보내 자기 집에서 피해자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4월 8일 밤 10시쯤엔 비번이라 쉬고 있던 피해자에게 “같이 먹게 햄버거를 사 와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자가 ‘정크푸드라 사 갈 수 없다’며 완곡하게 거절하자 A상사는 “순진한 줄 알았는데 받아치는 게 완전 요물”이라 답장했다.

A상사의 말과 행동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피해자는 4월 9일 상급자들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했다. 운영통제실장이 곧바로 군사경찰대 대대장 B중령에게 이를 보고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10전투비행단 여군 장교 강제추행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 뉴스1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10전투비행단 여군 장교 강제추행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 뉴스1

군사경찰대 대대장 B중령은 피해자에게 전화로 가해자 처벌 의사를 물었다. 그러면서 피해 사실을 형사사건화할 경우 피해자가 지휘자로서 역량이 부족하다고 비칠 수 있고, 수사 진행과는 별개로 주홍글씨가 남을 수 있으며, A상사가 역고소, 무고죄 고소 등을 할 수 있다며 회유, 무마, 협박을 시도했다.

피해자가 4월 10일 B중령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고소 의사를 밝히자 B중령은 이틀 뒤 수사를 개시하겠다고 답장했다.

피해자가 군사경찰대 수사실에서 수사관(상사) 입회 아래 진술서를 작성하고 있을 때 B중령이 들어와 ‘진술서에 적히면 되돌이킬 수 없고 수사기관이 인지하면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작성한 진술서를 읽기 시작했다.

B중령은 ‘네가 불리하다, 고소를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면서 입회한 김모 상사에게 ‘알아서 처리하라. 폐기하라’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이로 인해 조사가 중도에 중단됐다.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예람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숨진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 성폭력 특별조사가 시작된 지난 6월에도 B중령의 무마 시도는 계속됐다. B중령은 피해자게 A상사를 상관 모욕 및 지휘관리 소홀로 다른 부대에 전출 보내기로 했다면서 더 이상 사건을 언급하지 말라고 했다. B중령의 말과 달리 A상사는 전출되기커녕 도로 A씨와 같은 곳에서 근무하게 됐다.

피해자는 결국 7월 12일 A상사와 B중령을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에 고소했지만, 군 검찰은 둘 모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불기소이유서에 따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고 군인권센터는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A상사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어깨와 등, 귀를 만진 것을 인정했음에도 불기소이유서에는 ‘피의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A상사가 성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신의 집에 와서 마사지 받으라는 A상사의 성희롱에 대해서도 ‘부상치료 목적으로 마사지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통증이 심한) 피해자가 소리를 너무 크게 내서 집에서 마사지를 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성추행은 있었지만 가해자에게 성적 의도는 없었다’는 해괴한 논리로 불기소 처분을 결정한 것이라고 군인권센터는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대법원 판례는 강제추행을 ‘가해자에게 성적 의도가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그 행위 자체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음에도 군검사는 A상사의 행위는 인정되지만 성적 의도는 없었다며 가해자를 대놓고 비호한 것“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피해자는 현재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을 한 상태다. 재정신청 사건은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이 맡고 있다”라면서 “국방부는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가해자들을 기소하고 사건을 진행하는 한편, ‘몸은 만졌지만 가해자에게 성적 의도가 없어 성추행이 아니다’라는 불기소 논리가 공군본부 법무실에서 어느 선까지 보고되고 결재됐는지에 대해서도 즉시 직무감찰 후 관련자를 엄중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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