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멸공이 인생의 목표였던 사람이다” 김제동 6년 전 발언 새삼 화제

2022-01-14 16:36

add remove print link

과거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서 고백
“가장 즐겨 불렀던 노래가 '멸공의 횃불'”

김제동 / 뉴스1
김제동 / 뉴스1

정용진(54)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쏘아 올린 '멸공' 논쟁이 이념 대결로 번지고 있다. 정 부회장의 의중이 어떻든 사전적 의미의 '멸공'은 보수와 맥이 닿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 진영은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 불매 운동을 벌이는 반면 국민의힘을 위시한 보수 진영은 구매 운동으로 맞서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멸공이 범우파 세력의 전유물은 아닌 듯하다. 여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진보 성향 방송인 김제동(48)도 멸공에 몰입(?)했던 적이 있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김제동 충격 고백 "멸공이 내 인생의 목표였다">라는 믿기 힘든(?)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김제동이 2016년 8월 5일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에서 연설하는 영상이 담겼다.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제동은 "뻑 하면(툭 하면) 종북이라고 한다. 여러분들도 이제 종북 소리 듣지 않냐. 하도 종북이라고 해서 '나는 경북이다, 이XX들아' 그랬다"라며 격앙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하 유튜버 '미디어몽구'
이하 유튜버 '미디어몽구'

그러면서 "어릴 때 꿈이 군인이었고 가장 즐겨 불렀던 노래가 (군가인) '멸공의 횃불'이다"라고 고백했다. '멸공의 횃불 아래 목숨을 건다~'라며 후렴구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김제동은 이어 "나는 멸공이 인생의 목표였던 사람이다"고 확인하면서, "그런 나에게 종북이라고 하면 곤란하다"며 시민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해당 영상은 유튜버 '미디어몽구'가 김제동의 멸공 발언 며칠 후 유튜브에 올린 '김제동 사드 반대 어록 탄생' 게시물의 일부분이다.

그런데 '김제동 사드 반대 어록 탄생' 게시물 풀 영상(28분 분량)을 확인해보면 멸공 발언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민감한 이슈여서 통편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멸공은 대한민국 국시(國是)나 마찬가지였다. '충성’이나 ‘단결’, ‘필승’과 함께 전방 부대에서 가장 많이 병사들이 외쳤던 경례 구호였다.

김제동이 촛불집회에서 군부독재 정권 시절 철 지난 구호를 동원한 목적은 자명하다. 자신이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해서 북한 입장에 동조하는 종북파는 아니라는 항변이다.

그런 멸공이 6년 만에 재벌 총수의 손가락을 통해 핫한 키워드로 다시 튀어나온 건 아이러니다. 의도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멸공에 관한 한 김제동이 정 부회장의 선배 격인 셈이다.

한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멸공 논란'과 관련해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이라고 사과했다.

'멸공' '노빠꾸' 등의 게시물이 정치적인 논란을 야기하면서 노조 등 그룹 내부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신세계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이어지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이 앞으로도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지속하겠지만, 기존의 거침없는 언행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