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에게 '개편하다'가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물었더니… “정말 편하다”

2022-01-2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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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님은 선생님의 줄임말" 당당답변
디지털시대 문해력 떨어지는 학생들

EBS '문해력 유치원'
EBS '문해력 유치원'

고2 수업 시간, 교사가 영화 '기생충'의 가제(임시로 붙인 제목)가 ‘데칼코마니’였다는 걸 설명하며 ‘가제’의 의미를 묻자 학생들이 ‘랍스터’라고 답했다. 지난해 방영된 EBS 〈당신의 문해력〉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방송에 등장한 학생들은 영어 단어를 외울 때도 한국어 뜻을 몰라서 이를 먼저 찾아봐야 했다.

최근 몇 년 새 학부모들 사이에 ‘아이들의 어휘력·문해력이 심각하다’는 푸념이 나돈다. 글자를 읽지 못하는 문맹률은 낮지만,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뜻하는 문해력이 위험 수위라는 우려다.

아이들의 디지털 과다 사용의 부작용으로 이런 경향이 지속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학습 교류가 줄어들자 추세가 더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가제 = 랍스터' 라는 현문우답을 "설마 농담으로 답한 거겠지"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문해 오류 사례를 보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질 것이다.

에펨코리아
에펨코리아

하나같이 어이없는 뜻풀이다. 기성세대들로서는 기가 찰 일이다. 개편하다를 '정도가 심한'을 뜻하는 접두사 개와 편하다의 합성어로 이해하는 대목에서는 웃음보다 한숨이 앞선다.

문해력은 수학(修學)능력, 학업 성취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우리 학생의 문해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표는 국내외에서 공통으로 나오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 연구’ 보고서를 보면 한국 학생의 ‘축자적 의미 표상’ 정답률(46.5%)은 2009년에서 2018년 사이 15%p 떨어져 조사 대상 5개국 중 최대 하락 폭을 나타냈다. 축자적 의미 표상은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문장의 의미를 그대로 이해하는 능력이다.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도 국어를 어려워하는 학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어 영역에서 교육 과정의 20%도 이해하지 못하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중학교 3학년이 2017년 2.6%에서 2020년 6.4%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고등학교 2학년도 같은 기간 5.0%에서 6.8%로 증가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거니는 학생들 / 뉴스1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거니는 학생들 / 뉴스1
home 안준영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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