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택시기사 욕하는 여론, 싹 뒤집힐 '반전 사실' 확인됐다 (+블랙박스)
2022-03-0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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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택시 여대생 사망사건, 뜻밖의 사실 전해져
사건 발생한 포항 택시 블랙박스 영상 확인 결과
포항 택시 여대생 승객 사망 사건과 관련해 '뜻밖의 사실'이 확인됐다.
택시를 몰았던 60대 운전기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당시 택시 기사가 잘못된 행선지로 향하자 20대 여대생은 달리던 택시에서 갑자기 뛰어내렸고 뒤따라오던 차량에 치여 숨졌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택시 기사를 비난하는 댓글이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쏟아졌다.
하지만 행선지를 잘못 간 택시 기사에게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일보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고령의 택시 기사가 실수로 행선지를 잘못 알아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 8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택시 기사가 일명 '보청기'로 불리는 청력 보조 장치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했다. 매체는 또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내용도 전했다.
한국일보는 "경찰은 택시 기사가 목적지를 잘못 알아듣고 엉뚱한 길로 진입하자 숨진 여대생이 납치된 것으로 오해하고 탈출하려다 변을 당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택시 기사는 청력이 좋지 않아 보조 장치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확보한 택시 블랙박스 영상에서 여대생 A 씨가 택시 기사에게 "OO대학 기숙사로 가 달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러나 택시 기사는 "△△대학(다른 대학 이름) 기숙사로 가면 되느냐?"라고 말했고 여대생 A 씨는 "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대생 A 씨는 택시가 예상한 방향과 다른 길을 달리자 "어디로 가느냐"라고 물었다. 하지만 택시 기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A 씨는 "내려도 되느냐"라고 재차 물었다. 이번에도 기사가 아무 대답이 없자 달리는 택시에서 갑자기 뛰어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신문은 블랙박스 영상에 관한 경찰 측 설명을 8일 보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겨레신문에 "블랙박스를 들어보면 택시 기사가 말을 잘못 알아듣고 '△△대요?(다른 대학 이름)'라고 하는데 피해자 역시 이를 잘못 듣고 '네'라고 대답한 것이 확인된다"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블랙박스에 피해자가 '내려달라'라고 말한 대목이 한차례 등장하는데 택시 기사는 못 들었다고 진술했다. 블랙박스 말고도 (여러 정황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경북 포항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여대생 A 씨는 4일 오후 8시 45분쯤 포항시 흥해읍 KTX 포항역 근처에서 60대 운전기사가 모는 택시를 탔다.
승차 전 여대생 A 씨와 함께 있던 남자친구는 택시 기사에게 행선지를 A 씨가 다니는 대학 기숙사로 밝혔다. 남자친구는 택시에 동승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택시는 A 씨의 대학 기숙사와는 다른 방향으로 달렸다.
그러자 여대생 A 씨는 갑자기 "차에서 내려도 되느냐"라고 물은 뒤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렸다고 택시 기사는 경찰에 진술했다. A 씨는 택시에서 뛰어내린 뒤 뒤따르던 SUV 차량에 치여 숨졌다.
택시 기사는 "행선지를 잘못 알아듣고 다른 대학 기숙사 방향으로 달렸다"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의사소통 과정에 빚어진 오해로 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숨진 여대생 A 씨의 친동생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무 살 우리 누나가 왜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야만 했는지, 밝고 건강한 우리 누나의 죽음을 바로잡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친동생은 청원 글에서 "어둡고 낯선 길에 혼자 있는 누나는 빠르게 달리는 차량 안에서 극도의 공포감과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극도로 두려운 상황에서 누나는 바깥 상황을 살피고 차(택시)에서 뛰어내리는 선택을 했다. 겁이 많은 누나가 그렇게 무서운 선택을 할 정도였으면 그 상황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해당 청원 글 주요 내용이다. (전문 보기)
소중한 친구이자 하나뿐인 우리 누나가 3월 4일 오후 9시 경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터넷에선 누나의 사망을 기사로 보도하고 있지만 부정확한 정보와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의 인과관계가 생략이 되어있어 우리 누나가 왜 그런 무서운 선택을 했는지 사람들은 함부로 상상하고 이야기합니다.
저라도 대신해서 누나의 상황을 전달하고 싶어서 청원을 올립니다. 일파만파 퍼진 기사를 본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로 오해를 하고 있을 거 같아 하나뿐인 동생으로서 죽을만큼 고통스럽습니다.
2022년 3월 4일 저녁 누나는 포항역에서 기숙사로 복귀를 하기 위해 택시에 탑승하고 남자친구가 짐을 실어줬고 누나는 택시기사에게 누나의 대학교 기숙사로 이동하여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택시기사는 **대학교 기숙사로 오인하고 **대학교 기숙사로 이동하였습니다. 누나는 택시가 빠른 속도로 낯선곳을 향해 가고 기사에게 말은 거는 시도에도 택시기사가 미동도 없자 극도의 불안감을 남자친구에게 카톡으로 전달했습니다.
누나는 본인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남자친구는 전화기를 통해 "아저씨 세워주세요" "아저씨, 세워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누나의 목소리를 들었으나 여전히 택시기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어둡고 낯선 길에 혼자 있는 누나는 빠르게 달리는 차량 안에서 극도의 공포감과 생명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극도로 두려운 상황에서 누나는 바깥 상황을 살피고, 차에서 뛰어내리는 선택을 하였습니다. 넘어져 의식이 있는 상태로 택시 뒤에서 이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하고 달려오는 차량과 충돌하였습니다.
누나는 웃음기 많고 화목한 우리 가족에게 가장 소중한 비타민이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털털하고 웃음이 많기로 유명한 친구였습니다. 주사 맞는 것도 무서워할 정도로 겁이 많은 누나가 그렇게 무서운 선택을 할 정도였으면 그 상황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사고가 나기 10분 전까지만해도 누나는 남자친구와 함께 가족, 친구들의 선물을 어떻게 나눠줄지 행복한 고민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믿기 힘든 사고로 제가 누나의 선물들을 전달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천사같은 누나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서 1분 1초가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나의 사고가 누나의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누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참고 청원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매일매일 나와 함께한 우리 누나가 이제 내 옆에 없는게 버틸 수가 없을 정도로 슬프다. 누나, 나보다 1년 더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내 밥을 챙겨주고 내게 잔소리를 하고 내게 든든한 지탱목이 되어줘서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
내가 동생으로서, 상주로서 누나의 마지막을 함께 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고 행복했어. 얼마 전 내가 아플 때 죽지말라고 울면서 날 안아주던 누나가 너무 그립다. 예쁜 우리누나 꿈에라도 나와주면 내가 웃는 모습으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잘 가라고 말해주고 싶어.
누나랑 약속했던대로 내가 부모님께 누나 몫까지 열심히 하고 누나처럼 애교도 떠는 멋진 자식이 될게. 사랑하는 누나에게 동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