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아이스크림 택배시켰는데요' 글이 화제 모으는 이유

2022-03-1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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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롯데택배 기사의 감동 사연
배송 누락되자 사비로 편의점 아이스크림 배달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사회가 얼어붙고 있는 요즘 따뜻한 마음을 교환한 고객과 택배기사의 뭉클한 사연이 화제다.

최근 더쿠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쿠팡에서 아이스크림 택배시켰는데요'라는 글이 올라와 누리꾼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안겼다.

글쓴이의 쿠팡 주문 내역 / 더쿠
글쓴이의 쿠팡 주문 내역 / 더쿠

글쓴이 A씨는 최근 쿠팡 접속을 했다가 시중 저가 아이스크림도 배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신기한 생각에 아이스크림 몇 개를 주문했다. 하루 이틀 지나도 물건이 도착하지 않길래 배송 출발을 늦게 한 건가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며칠 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월요일 오후 누군가가 A씨 집을 노크했다. A씨가 현관문을 열어보니 40대 초반쯤의 피부가 거뭇한 아저씨가 하얀색 스티로폼 박스를 안고 서 있었다. 택배기사였다.

쿠팡에서 시켰다고 무조건 쿠팡맨이 오는 게 아니다. 로켓 배송으로 주문하지 않은 상품은 일반 택배기사들이 물품을 배송해준다. 이번에 A씨 집을 찾은 택배기사는 롯데택배 소속이었다.

그런데 택배기사는 박스를 건네는 대신 "저기, 죄송한데요"라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원래 토요일 배송했어야 했는데요. 토요일 이 근처까지 배송 왔었다가 다른 물건들만 배송하고 빨리 차 빼달라는 요청 때문에 급히 차를 빼다가 실수로 이 물건을 배송하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배송 누락인 거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택배기사는 A씨에게 "배송 누락으로 회사 측에 환불 처리 요청하면 번거로우니 비용이 얼마인지 알려주시면 그 금액을 현금 배상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A씨는 "그러면 기사님이 피해를 보시니 제가 회사 측에 반품 요구를 하겠다. 배송 받았더니 이미 녹아 있었다고 하면 될 거 같다"고 택배기사를 다독였다.

그런데도 택배기사는 자기가 책임지겠다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고, 5분 정도의 입씨름 끝에 결국 A씨는 결제 대금이 1만3500원이라고 얘기했다. (실제 결제 대금은 배송비 2000원 포함 1만5500원이었다)

A씨는 1만원 만 달라고 했고 3000원을 더 손에 얹으려는 택배기사와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A씨는 "3000원이 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택배비가 2000원이다. 저 무거운 짐 날라 배송하면 고작 2000원인 거다. 그것조차 온전한 택배기사의 몫이 아니다. 회사 수수료 떼고 유류비 떼고 세금 떼고…"라고 당시 심경을 되짚었다.

끝까지 A씨는 3000원을 받지 않았고, 택배기사에게 냉장고에 있던 음료 한 캔을 들고 와 쥐어 드렸다.

현관문을 닫고 돌아선 A씨가 "난 5000원 손해, 기사님은 1만원 손해. 다들 손해만 봤네"라는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10분 정도 시간을 보낼 무렵 누가 또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택배요."

배송 올 택배가 더는 없었던 A씨. 고개를 갸우뚱하며 문을 열었더니 방금 전 왔었던 그 롯데택배 기사가 서 있었다.

그는 난데없이 까만 비닐봉지를 건네며 "밑에 편의점에서 사 왔어요"라고 했다.

더쿠
더쿠

A씨가 열어보니 아이스크림 몇 개가 들어 있었다.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A씨가 쿠팡에서 시켰던 아이스크림이 종류별로 하나씩 다 들어 있었다.

택배기사가 스티로폼 박스를 열어 무엇무엇을 주문했는지 확인하고, 그것에 맞춰 편의점에서 하나씩 사온 것이었다.

글쓴이는 "편의점 아이스크림은 비싸서 저렇게만 사도 1만원인데, 3000원 돌려드리고 2만원 받은 꼴이 됐다"라며 "아이스크림 비닐 껍질을 벗기는데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전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눈물 난다", "따뜻하다", "글쓴이와 택배기사님 모두 좋은 분들이다",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 등 감동했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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