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다방 더클래식] 동요 '아기상어'에도 등장한 클래식,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
2022-04-2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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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 면허를 포기한 작곡가
19세기 국민악파 대표
“세상 모든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선 것을 받아들여라”
한 시대 오피니언 리더들의 고민과 고뇌의 장을 현재로 옮겨, 의견을 나누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제비다방'은 1930년대 구한말 지식인들의 고뇌와 토론의 장이었던 시인 이상의 다방 이름에서 가져왔습니다.
"클래식은 삶을 변화시킨다"
'제비다방' 첫 번째 시리즈는 <더 클래식>입니다. 프라이부르크 국립음악대학원을 졸업하고 뮌헨 국립 오페라단 전속 솔리스트를 거친 클래식 음악 전도사 안우성 지휘자와 함께합니다.
빠~밤 빠~밤 빠밤빠밤빠밤빠밤. 아무리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유명한 멜로디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장년층들은 대번 영화 '죠스'의 배경 음악을, 또 중년층들은 추억의 광고 음악 ‘OO 죠스바’를 떠올릴 테니 말이다.
최근엔 유튜브 최초 100억뷰를 돌파한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의 동요 '아기 상어'의 전주 부분에 삽입되기도 해 어린이들에게도 유명하다.
하지만 이 모두의 오리지널 버전이 클래식 음악, 교향곡 작품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바로 체코 출신의 작곡가 드보르작의 교향곡 '신세계로부터'이다.

1849년 프라하 근교의 시골 마을 넬라호제베스에도 철길이 들어섰다. 몰다우강의 강둑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던 여덟 살 소년은 난생처음 보는, 육중한 증기 기관차가 힘차게 달리는 광경에 넋을 잃는다.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기차가 더 좋아진 소년은 기차가 지나갈 시간이면 매일 철길 옆에 자리를 잡고 어떤 기차가 지나가는지, 몇 시에 도착하는지 등을 기록해 가며 시간을 보냈다. 기차처럼 커다란 사운드를 뿜어내며 힘차게 달리고 싶어서였을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였을까?
음악가 집안도 아니고 신동도 아닌 푸줏간 집의 가난한 아들, 보헤미안 소년 드보르작(1841~1904)은 장차 19세기 국민악파 음악을 이끄는, 체코의 대표 작곡가로 성장한다.
드보르작은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영토였던 보헤미아(지금의 체코), 프라하 근교의 시골 마을 넬라호제베스에서 14남매 중 맏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작은 여관을 함께 운영하는 도축 업자였는데 장남인 드보르작도 자신을 따라 가업을 잇길 바랐다.

도축 면허를 따기 위해서는 독일어를 공부해야 했기에 아버지는 드보르작에게 독일어 선생님을 붙여 주었는데 음악에 소양이 깊었던 독일어 선생님은 드보르작에게 틈틈이 바이올린과 화성학 같은 음악 이론 또한 가르쳐 준다. 드보르작은 당당히 도축 면허를 취득했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을 쫓기로 결심한다.
16세가 되던 해에 프라하 오르간 학교에 입학해 오르간과 바이올린 비올라를 배웠고 작곡 공부도 병행했다. 졸업 후 21세가 되던 해에는 지금의 체코 국립 극장의 전신인 가설극장 오케스트라에 비올라 연주자로 취직하는데 당시 음악 감독이자 지휘자로 있던 국민악파의 거장 스메타나로부터 작곡 활동을 본격적으로 해볼 것을 권유받게 된다.

1873년, 드보르작은 11년간 몸담았던 오케스트라를 떠나 세인트 아달베르트 교회의 오르간 주자로 자리를 옮긴다. 이유는 같은 자리에서 안주하며 소모되는 삶 대신 작곡가로서 성장하는 삶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1877년 드보르작은 그간 모아 온 작품들을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주최하는 한 공모전에 출품해 그랑프리를 거머쥐게 된다. 이로써 작곡가로서의 발판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의 벌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생활비 명목으로 지원받게 되었다. 그리고 일생일대의 전환점이 찾아온다.

당시 심사 위원은 대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였는데 드보르작의 작품에 크게 경도된 브람스는 드보르작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한다. 그의 스승 슈만이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브람스는 베를린의 출판사 ‘짐로크’에 체코의 신예 작곡가를 추천해 주었고 드보르작의 작품 '슬라브 무곡 1집, op.46'은 악보로 출판되며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그의 작품들은 선풍을 일으켰고 그 인기는 오스트리아뿐 만 아니라 영국, 독일에까지 뻗어나가게 된다.

명성이 높아진 드보르작은 어느 날 미국의 재력가 재닛 서버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내용은 미국의 음악 발전을 위해 뉴욕에 음악원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초대 원장으로 초빙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당시 드보르작은 안정적인 자리인 프라하 음악원의 교수로 임명된 지 얼마 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신대륙 아메리카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정신으로 요청을 수락해 1892년 51세의 나이로 뉴욕 내셔널 음악원 원장으로 부임한다.
부임 즉시 그는 인재 발굴과 인종차별 개선을 위해 흑인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도 입학을 허용하는 파격을 감행한다. 원장으로 재직하는 3년 동안 교육에 열정을 쏟았고 한편 학생들을 통해 흑인 영가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음악을 접하며 큰 영감을 받기도 했다.

이때 작곡된 작품이 '신세계 교향곡'으로 잘 알려진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이다.
유럽의 작은 나라, 보헤미아 출신의 작곡가에게 미국의 광활한 대륙과 다양한 인종들의 문화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그의 교향곡 9번의 제목 '신세계로부터'의 신세계는 미국을 뜻하지만 8세의 보헤미안 소년이 평생을 꿈꿔왔던 신세계는 성장하는 삶, 도전과 모험 그리고 두려움 없는 열정이 아니었을까.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드보르작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현대 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레퍼토리이다. 1893년에 완성되었으며 같은 해 12월 15일 뉴욕 필하모닉에 의해 카네기홀에서 초연되었다.
작품의 곳곳에 흑인 영가를 연상케 하는 당김음이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펜타토닉 스케일(5음계)이 등장하지만, 미국의 토속 음악을 직접적으로 차용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토속 음악을 작품에 녹여 내었다기보다는 체코 작곡가에게 비친 미국의 인상과 조국으로의 향수가 배어있는 슬라브풍의 음악에 가깝다.
총 4악장으로 '꿈속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2악장의 라르고 선율이 유명하다. 4악장은 가장 잘 알려진 악장으로 ‘빠밤~ 빠밤’하며 시작하는 선율은 영화 '죠스'의 배경 음악과 흡사하다. 하지만 실제는 철도 마니아였던 드보르작이 묵직하고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증기 기관차 소리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휘자 안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