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회장님 앞에서 밥 먹었다가 찰지게 욕 먹고 퇴사당했습니다"

2022-04-2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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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같은 X한테 일 맡길 수 있나” 모욕
누리꾼 “군대도 그렇겐 안 한다” 격앙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한 구내식당 모습 / 뉴스1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한 구내식당 모습 / 뉴스1

오너 갑질은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너 일가에 대한 회사 내 견제 시스템이 허술하고 기업문화가 후진적인 중견·중소기업에서 더욱 만연돼 있다.

회장님 앞에서 밥 한번 잘못(?) 먹었다가 졸지에 퇴사 당한 직원의 억울한 사연이 뒤늦게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반찬을 남겼다고 욕설에다 인사불이익까지 내린 치졸한 기업체 회장이 사건 발생 후 몇 년이 지나 만시지탄 비난을 받는 것이다.

요즘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뜬 사연이다. 해당 글은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라온 것이었다. 당시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다른 커뮤니티로 소환되면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하 에펨코리아
이하 에펨코리아

글쓴이 A씨는 게시글을 올릴 즈음 30살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직원이었다.

어느 날 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중 옆자리에 회장이 동석한 것이 화근이었다. 다른 직원들은 꼬투리라도 잡힐까 봐 다른 테이블에 앉는 통에 졸지에 회장과 '독대 오찬'을 갖게 된 것.

불편한 분위기여서 체할 것 같았던 A씨는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서둘러 자리를 뜨려던 찰나. 회장이 그를 불러 세웠다.

"너 뭐 하는 XX냐. 왜 반찬을 남기느냐"는 호통과 함께였다. A씨의 식판에는 오리 불고기 비계 3~4개 정도와 뼈가 조금 남아 있었다고 한다.

회장의 질책은 속사포처럼 이어졌다. "식당 아줌마가 땀 흘리며 해준 음식을 남기냐. 개념이 없는 XX. 그런 생각과 사상을 가지고 살아왔냐. 너 같은 XX한테 일을 맡길 수 있겠냐"며 20분 동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욕을 들어야 했다.

그 와중에 한 여성 신입사원은 자기 식판을 A씨와 회장 사이에 들이밀더니 "회장님 저는 다 먹었습니다"라며 확인받기도 했다.

회장의 닦달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A씨가 근무지로 돌아가니 직속 상사(대리)는 회장실로 호출된 터였다. 대리는 30분 동안 회장실에서 털렸다고 한다.

회장은 대리에게 "밑에 있는 XX 어떻게 관리했기에 반찬을 남기냐. 그딴 XX를 지금까지 일을 시키고 있었느냐"고 호되게 대리를 나무랐다.

그날 오후 A씨에게 타 공장 전출 명령이 떨어졌다. 관리자도 조반장도 아닌 생산직 사원인 A씨가 반찬을 조금 남겼다고 좌천당한 것이었다.

새로 발령 난 공장은 근무 환경도 열악하고 위험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조반장이나 임원들이 찍히면 그 공장으로 밀려서 옷 벗고 나갈 때까지 회장이 트집 잡아 괴롭힌다는 소문이다.

오리불고기 / Sofia Lily / Shutterstock.com
오리불고기 / Sofia Lily / Shutterstock.com

결국 사직서를 낸 A씨는 며칠 뒤 회장실을 찾았다. 회장에게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마침 회장이 출타 중이어서 A씨는 오리 주물럭과 '많이 먹고 오래 살아서 계속 갑질하십시오'라 적힌 메모를 두고 오려 했는데 이마저도 주위 사람들이 극구 말렸다.

"너는 나가면 그만이지만 윗사람들 다 죽는다"는 얘기였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군대도 그렇겐 안 한다", "요즘 세상에 저런 짓을", "보기만 해도 혈압 오르네", "조선, 자동차에서 왜 강성노조가 나오는지 다녀보면 안다", "여직원 어이없네"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home 안준영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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