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에 사연 올라와 누리꾼들 경악시킨 '흙수저 소년' (사진)
2022-05-0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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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도주로 독거소년 된 고교생
“집주인을 부모로 여기려고 한다”
야반도주한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졸지에 독거소년이 된 고교생의 눈물겨운 생존기가 재조명되면서 누리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디시인(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을 경악시킨 흙수저'라는 애잔한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은 2019년 크리스마스이브 때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중세게임 갤러리'에 뜬 사연을 퍼온 것이다.
글을 올릴 당시 고교 2학년생이었던 누리꾼 A군은 "고 2 중붕이 집주인 안 만났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듯"이라는 등의 글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읊었다. 중붕은 중세게임 갤러리 이용자를 뜻한다.
경기도 평택에서 거주한다는 A군은 "고1 때 애미 애비(엄마 아빠)가 나 버리고 도망갔다"며 "집주인이 불쌍하다고 반지하를 싸게 줬다"고 소개했다. 이어 "학교 다니면서 주말에 알바 뛰는데 자퇴할까 생각 중이다"며 "크리스마스인데 일을 못 나가서 1000원짜리 라면 사서 집에 도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주인이) 김치도 사주시고 쌀도 주시고 반찬도 가끔 해주신다"며 "오늘도 (집주인이) 크리스마스이브인데 라면 먹냐며 내일 반찬 조금 해주신다는데 너무 고맙다"고 덧붙였다.
그는 "(집주인이) 밥솥도 하나 남는다고 주셨다"며 "집주인을 부모로 여기려고 한다"고 했다.

내용 파악이 제대로 안 된 누리꾼이 댓글로 "고 2인데 자취를 하냐"고 묻자, A군은 "부모 도망갔어"라고 확인했다.
A군은 "(부모가) 새벽에 'A에게 드는 돈이 많다. 그냥 도망가서 우리 둘이 살자' 라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진짜 도망갔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다른 누리꾼이 "부모가 어린가? 30대임?"이라고 질문하자 A군은 "ㅇㅇ(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A군의 사진으로 자신의 생활 환경도 공개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낡고 초라한 이부자리는 집주인이 사준 것이라고 했다. 소형 냉장고에는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종이상자 하나와 생수통 몇 개 뿐이다.
그나마 생수통에 든 액체는 생수가 아니다. 집 근처 약수터에서 길어온 약수다.

A군은 "난 이렇게 살고 있고 반지하라 곰팡이는 어쩔 수 없나 봐"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중세게임 갤러리 누리꾼들의 도움 제안에 A군은 "집주인분 만난 걸로도 나한테 너무 큰 것 같다"며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만 받을게. 응원 고맙다"고 글을 맺었다.
어린 소년으로선 감당하기 버거운 역경을 꿋꿋이 헤쳐 나가던 A군의 이후의 행적은 알려진 바 없다. 고교를 무사히 마쳤을 수도, 본인의 고민대로 학교를 자퇴했을 수도 있다.
애틋한 사연을 2년 여 만에 접한 에펨코리아 누리꾼들은 경악과 분노가 교차하는 반응이었다.
"아기 버리는 건 많이 봤어도 고딩 버리는 건 처음 보네", "친부모가 고1까지 키운 자식을 버려두고 동반 도주하다니", "저 정도면 동사무소 가면 뭐라도 줄 텐데", "저래도 (징병검사) 현역 판정받을 듯","난 앞으로 열심히 살 거야"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