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골을 넣자 그의 아버지(손웅정)는 댓글도 못 보게 노트북 압수했다
2022-05-27 15:26
add remove print link
경사스러운 날에 노트북 압수
자기절제를 배우는 축구 훈련

손흥민(30·토트넘)의 성공 신화에는 엄격한 아버지의 독특한 교육이 밑거름이 됐다. 단적인 일화가 있다. 12년 전 손흥민의 유럽 무대 데뷔골이 터진 경사스러운 날 아버지 손웅정 씨의 뜻밖의 대응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내용이다.


2010년 10월 30일(현지시각)은 손흥민의 인생에서 기념비적인 날이다. 18살의 손흥민은 함부르크 SV에서 뛰었다. 그는 2010~2011 시즌 분데스리가 10라운드 원정 FC쾰른과의 경기에서 1-1로 맞선 전반 24분 역전골을 터뜨렸다.
전통의 분데스리가 정규리그 데뷔전서 데뷔골을 신고한 것이어서 더 강렬했다. 유럽 1부리그에서 터진 한국 선수 최연소 골이기도 했다.
득점 장면도 환상적이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동료가 오른쪽 측면으로 길게 찔러 준 패스가 원바운드 된 상황에서 골키퍼와 맞서자, 오른발로 재치있게 골키퍼 머리 위로 공을 살짝 넘긴 뒤 왼발로 가볍게 골문으로 밀어 넣었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과 해결사 능력이 돋보인 장면으로, 독일 축구팬과 언론에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리틀 차붐'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18세 기대주 손흥민. 그러나 뜻밖의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 뒤 난데없이 노트북을 압수당한 것. 손흥민의 노트북을 빼앗은 사람은 다름 아닌 아버지 손웅정 씨였다. 황당하고 서운할 만도 했지만, 손흥민은 마음을 다시 잡았다.
손웅정 씨는 아들에게 "축구 선수에게 제일 무서운 건 교만이다.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들떠서 밤새 인터넷 댓글 같은 걸 보는 게 아니고, 내일 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다"라는 취지로 프로정신을 다그쳤다. 혹시나 손흥민이 첫 골의 감정에 너무 휘둘릴까 주위의 평가를 보지 못하게 한 조치였다.
관련 기사나 댓글 등 데뷔골 반응에 목말랐던 손흥민은 결국 숙소에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손웅정 씨는 1년 뒤에는 매니저를 대동해 손흥민의 소셜미디어(SNS)까지 차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손웅정 씨는 “지금은 날 원망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지나친 간섭일 수도 있지만 어린 손흥민이 이국에서 유망주로 성장하고 있는 데는 아버지 손 씨의 이같은 엄격한 자식 사랑과 철저한 자기관리의 가르침이 큰 힘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