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이재용 부회장 입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비장한 한마디가 나왔다

2022-05-3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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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450조 투자, 목숨 걸고 하는 것"
"액수는 잘 모른다… 앞만 보고 갈 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한 언론사의 취재기자에게 던진 한마디에 재계가 초미의 관심을 쏟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광장 앞에서 아시아경제의 기자를 만나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450조원 투자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시찰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요.’

그러자 이 부회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목숨 걸고 (투자)하는 겁니다." 그는 "액수는 잘 모르겠고 앞만 보고 가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배터리·통신 등 공급망 협력 강화 내용이 담긴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발표한 지 사흘 만에 5년간 8만명 신규 채용을 포함해 팹리스, 파운드리 등에 450조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팹리스란 반도체 제품을 직접 생산(fabrication)하지 않고 반도체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것을 뜻하며, 파운드리는 반도체산업에서 외부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공급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한국 정부의 예산이 558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투자하겠다는 450조원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액수인지 실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연간 순이익만 놓고 봐도 투자액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279조6048억원, 영업이익은 51조6339억원, 당기순이익은 39조9075억원이다. 10년치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5년 내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목숨 걸고 투자하는 것이라는 이 부회장의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한 바 있다. 이에 앞서 2020년 신년사에선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이들 발언을 두고 ‘지금의 삼성이 최전성기의 삼성일까봐 두렵다’는 의중이 읽힌다는 말이 재계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 발언이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메시지보다 다소 정제된 것은 사실이다. 이 부회장은 생전에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라는 거침 없는 화두를 밀어붙여 지금의 1등 삼성을 만들었다.

특정 언론사의 기자 앞에서 내놓은 말이라곤 하지만, 이 부회장 발언의 수위가 거칠어진 것은 이 부회장이 그만큼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이 절박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은 소니, 노키아, 야후의 사례를 봐라. 현재의 1등이 미래의 1등을 보장하지 않는다. 우리도 까닥 잘못하면 죽을 수 있다.’ 글로벌 긴축 기조가 전 세계를 덮친 가운데 이 부회장은 이런 심정으로 막대한 규모의 선제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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