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 의장 “집 절대 사지마라”… 그런데 한국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2022-06-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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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모기지 금리 13년 만에 최고치
한국 매수세 하락, 주택 폭락장 신호?

이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 뉴스1
이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 뉴스1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한국 부동산 시장에도 폭풍이 몰아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택담보대출업체인 프레디 맥의 자료를 인용해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가 5.78%를 기록해 국제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고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전주 모기지 평균금리는 5.23%였다. 불과 일주일 만에 고정금리가 0.55%포인트나 폭등한 것이다.

모기지 금리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앞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모기지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전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하면서 주택 구입을 고려하는 미국인들에게 “수요와 공급이 재조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금리 인상이 주택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란 중앙은행이 금융기관과 환매조건부증권(RP) 매매, 자금조정 예금 및 대출 등의 거래를 할 때 기준이 되는 정책금리를 뜻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위원장은 주택 구입을 고려하는 미국인들에게 “수요와 공급이 재조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사진=연준 페이스북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위원장은 주택 구입을 고려하는 미국인들에게 “수요와 공급이 재조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사진=연준 페이스북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 미국 부동산 시장엔 한바탕 회오리가 닥칠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주택 수요가 가파르게 줄어든 상황에서 모기지 금리까지 가파르게 올라 주택 시장에 찬바람이 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미국 주택 거래가 크게 줄고 있다. 일각에선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촉발한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떠오른다는 말까지 나온다. 당시에도 주택 가격이 폭락한 바 있다.

문제는 한국 상황은 미국보다 심상찮다는 점이다. 한국의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연 7%를 넘어섰다.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국내외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는 까닭에 연내 8%를 넘어설 게 거의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16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오는 3분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은행 등 대출기관에서 돈을 빌려줄 때 담보가 되는 자산의 가격에 대비해 인정하는 대출의 비율) 상한을 소득, 주택가격, 지역과 무관하게 80%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현재 주택 구매 이력이 없는 무주택자 세대는 LTV 상한이 투기지역 60%, 조정대상지역 70%다. 또 이 조항은 부부합산 연 소득 1억원 미만에 9억원(조정대상지역은 8억원) 이하 집을 살 때만 적용된다. 이런 제약 조건을 없애기로 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쉽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광풍이 재연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택 가격이 워낙 높게 형성돼 있는 데다 대출 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기 때문이다.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하면서 아파트 매물은 늘어가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하락하고 있다. 이런 매수세 하락이 본격적인 부동산 가격 하락의 신호인지를 두고선 의견이 갈린다. 다만 주택 가격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데 시장은 인식을 대체로 같이하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