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인하대 사망 사건 ‘공범’ 언급하며 이런 글 올렸다

2022-07-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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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올라온 긴 글
“피해자 비극적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공범”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인하대생 사망 사건 언급하며 긴 글을 남겼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8·2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뉴스1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8·2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뉴스1
지난 15일 20대 여성이 발견된 인하대 공대 건물의 모습 / 이하 뉴스1
지난 15일 20대 여성이 발견된 인하대 공대 건물의 모습 / 이하 뉴스1

박지현 전 위원장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 ‘피해자의 비극적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공범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한 대학교에서 대학생이 남성 동급생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추락해서 사망하는 일이 터졌다.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으로 피해자의 명복을 빈다”며 긴 글을 써 내려갔다.

박 전 위원장은 “정말 참담하다. 학문과 지성이 넘쳐야 할 대학교 안에서 발생한 상상조차 하기 힘든 비극이다.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가해자에게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처벌을 해야 할 것”이라며 “도대체 대한민국에 여성이 안전한 공간이 있기는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 공동체가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회적 합의는 하고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폭력과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감싸기 바쁜 정치인들,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여성가족부도 폐지해야 한다는 대통령, 성착취물을 수십만 건이나 유통한 중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법원, 모두 이 사건의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20대 여성이 추락한 인하대 공대 건물에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여져 있다
20대 여성이 추락한 인하대 공대 건물에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여져 있다

그는 또 다른 공범으로 언론을 지목하며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유사한 성범죄를 막는 데는 관심조차 없다. 누가 더 자극적으로 보도하는가 경쟁이라도 하듯, 선정적인 단어들을 남발하고 있다”며 “피해자는 '여대생'으로, 가해자를 '동급생'으로 표현한 것도 문제다. 피해자는 피해자일 뿐이다. 피해자가 오롯이 ‘피해자’가 아닌 ‘여대생’으로 호명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렇게 반복되는 참담한 비극을 막으려면 입법부는 제대로 된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사법부는 가장 엄중하게 처벌을 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죽음은 이 모든 것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사회적 죽음이다. 정치인과 대통령과 판사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리고 언론이 선정적인 보도로 뉴스 장사나 하려는 잘못된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이런 비극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오전 3시 49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에서 20대 여성이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머리에 피를 흘린 채 발견된 이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수사하던 경찰은 20대 여성이 숨지기 직전 함께 있었던 20대 남성을 임의동행해 조사를 벌였다. 이후 해당 남성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다음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SNS 전문이다.

<피해자의 비극적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공범입니다.>

한 대학교에서 대학생이 남성 동급생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추락해서 사망하는 일이 터졌습니다.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으로 피해자의 명복을 빕니다.

정말 참담합니다. 학문과 지성이 넘쳐야 할 대학교 안에서 발생한 상상조차 하기 힘든 비극입니다.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가해자에게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처벌을 해야 할 것입니다.

도대체 대한민국에 여성이 안전한 공간이 있기는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우리 공동체가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회적 합의는 하고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 듭니다.

성폭력과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감싸기 바쁜 정치인들,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여성가족부도 폐지해야 한다는 대통령, 성착취물을 수십만 건이나 유통한 중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법원, 모두 이 사건의 공범입니다.

공범은 또 있습니다. 언론입니다.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유사한 성범죄를 막는 데는 관심조차 없습니다. 누가 더 자극적으로 보도하는가 경쟁이라도 하듯, 선정적인 단어들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여대생'으로, 가해자를 '동급생'으로 표현한 것도 문제입니다.

피해자는 피해자일 뿐입니다. 피해자가 오롯이 ‘피해자’가 아닌 ‘여대생’으로 호명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보도행태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합니다. 실제 이런 보도를 본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피해자에 대한 모욕과 혐오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인권이나 보도윤리는 모두 팽개친 보도를 멈추어야 합니다. 이런 보도가 피해자의 인권보호에 맞는지, 성폭력 근절이라는 정의를 이루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비극적인 일로 자식을 잃은 유족분들 가슴이 얼마나 찢어질지도 깊이 한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참담한 비극을 막으려면 입법부는 제대로 된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사법부는 가장 엄중하게 처벌을 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죽음은 이 모든 것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사회적 죽음입니다. 정치인과 대통령과 판사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리고 언론이 선정적인 보도로 뉴스 장사나 하려는 잘못된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이런 비극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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