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강남을 쑥대밭으로 만든 물난리, 9일엔 발생하지 않은 이유 알려드립니다”

2022-08-1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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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빗물받이 청소 여부가 결과 갈랐다” 서울시 책임론 제기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과거 “빗물받이 청소, 피해규모 결정할 수도”

비슷하게 비가 내린 것 같은데 왜 화요일엔 비 피해가 없었을까. 서울 강남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물난리가 9일엔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서울시가 뒤늦게 빗물받이를 청소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일부 누리꾼이 내놔 관심을 끈다.

한 누리꾼은 10일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에서 “어제(9일)와 그제(8일) 비슷하게 비가 왔는데 어제는 침수가 없었다”라면서 “빗물받이 청소만 잘해놨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지난 8일 벌어진 물난리가 빗물받이를 제대로 청소하지 않아 발생했다는 주장이자 뒤늦게 빗물받이 청소에 나선 덕분에 9일엔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이 누리꾼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신빙성이 전혀 없다고 폄하할 주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전날 0시쯤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사진을 보자.

빗물받이를 청소 중인 강남역 의인. 이 의인이 빗물받이를 막은 쓰레기를 치우자 종아리까지 찬 물의 수위가 내려갔다. / 에펨코리아
빗물받이를 청소 중인 강남역 의인. 이 의인이 빗물받이를 막은 쓰레기를 치우자 종아리까지 찬 물의 수위가 내려갔다. / 에펨코리아
누리꾼은 한 남성이 빗물받이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고선 “아저씨 한 분이 폭우로 침수된 강남역 한복판에서 배수관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맨손으로 건져냈다. 덕분에 종아리까지 차올랐던 물도 금방 내려갔다. 슈퍼맨이 따로없다”란 설명을 첨부했다. 배수로 입구를 막은 쓰레기를 치웠더니 종아리까지 차오른 물이 내려갔다는 것이다.

빗물받이 청소의 중요성은 국가기관 실험을 통해 규명된 바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는 과거 빗물받이 청소와 침수 피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는 2015년 8월 25일 도로변 빗물받이에 각종 쓰레기 퇴적 및 인위적인 덮개 막음이 침수피해를 3배 이상 키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였다. 빗물받이 내부에 토사와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함께 퇴적이 되어 있을 경우 토사만 퇴적되어 있을 때 보다 우수관 막힘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악취나 생활편의로 빗물받이 덮개를 막아 놓은 상황이 침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실규모 검증실험으로 재현한 결과 빗물받이 덮개를 막음으로 침수높이는 약 2배 이상 증가하였고 시간당 50mm의 강우에 10분 이내에 연석(보도블록)을 범람하여 침수피해가 발생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를 토대로 2010년 강남역 침수 현장 수치모의를 통해 분석한 결과 빗물받이가 2/3 가량 막히면 막지 않았을 때보다 침수면적이 3.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으로선 2010년 강남역 침수를 직접 언급하며 빗물받이 청소의 중요성을 한껏 강조한 셈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재난·안전 정책 및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실험 결과까지 제시하면서 빗물받이 청소의 중요성을 강조했음에도 폭우가 예견된 상황에서 일부 빗물받이가 막혀서 제 기능을 못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서울시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말이 나온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빗물받이 청소의 중요성을 강조한 연구결과를 내놓으며 첨부한 사진. /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빗물받이 청소의 중요성을 강조한 연구결과를 내놓으며 첨부한 사진. / 국립재난안전연구원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