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이 '그냥 잘생긴' 배우가 아닌 이유 [인터뷰 종합]

2022-08-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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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트' 통해 이정재와 23년 만에 재회한 정우성
“출연 제의 3번이나 거절, 틀에 갇히지 않으려 노력해”

배우 정우성이 ‘헌트’ 출연 전부터 개봉까지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털어놨다.

정우성은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위키트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절친 이정재의 영화감독 데뷔작 ‘헌트’ 개봉을 기념해 열린 자리다.

정우성 / 이하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정우성 / 이하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 이정재와 정우성이 ‘태양은 없다’(1999) 이후 23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이날 정우성은 ‘헌트’에 대해 “큰 의미가 있는 영화”라고 말했지만, 정작 절친 이정재의 캐스팅 제안은 3번이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1년에 한 번씩 거절했어요. 영화가 좋고 나빠서가 아니에요. 처음에 정재 씨가 ‘이런 작품이 있는데 프로듀싱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는 동료로서 응원하고 옆에서 도울 일 있으면 조력하겠다는 입장으로 지켜봤어요. 그때는 감독을 찾는 게 급선무였는데, 그 시간이 길어지고 우여곡절 끝에 스스로 시나리오를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죠. ‘나한테 연출해 보라는 데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하는데 얼마나 고된 작업인지 아니까 웃었어요.”

정우성이 출연을 고사한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연예계 절친으로 소문난 두 사람의 재회, 이정재의 첫 감독 데뷔작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이 달랐기 때문. 정우성은 감독이자 주인공으로 활약할 이정재가 받을 날선 시선을 걱정했다.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이 배우로만 작업에 임할 때랑은 완전히 달라요. 작품에 대한 평가도 날선 시선으로 받을 거고요. 감독도 하고 제작도 하는데 우리 둘이 같이 출연하면 평가하는 시선이 더 날카로울 것 같았어요. 바구니에 계란 두 개 넣고 깨지는 것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감독에만 도전하는 게 낫지 않냐는 생각이었어요.”

몇 년의 고민 끝에 ‘헌트’ 출연을 결정한 정우성은 이정재와 함께 새로운 첩보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 뒤에는 캐릭터에 대한 정우성의 섬세한 연구가 있었다. 그는 군인 출신인 김정도를 ‘무게감 있는 인물’로 해석해 외적인 모습에서도 허점 하나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영화의 배경과 동일한 80년대 인물 사진을 관찰하며 헤어스타일을 정한 것이 그중 하나다.

“김정도의 헤어스타일을 하려면 바버샵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곳에서 영화의 캐릭터를 설명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찾아서 조언을 구했어요. 마침 일본에 가서 사 온 제품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50년 넘게 포마드를 만든 일본의 노부부가 만든 것인데, 옛 감성이 묻어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했죠.”

정우성은 이번 작품에서 계단에서 구르는 맨몸 액션부터 총기 액션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하지만 그는 액션신 이야기가 나오자 “너무 힘들었다. (체력이) 작년이랑 올해가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어떤 무기를 사용하는 액션보다 주먹 액션이 제일 체력 소모가 크다”면서 “그러니 둘이 얼마나 고생했겠나. 메이킹 있으면 나중에 노출 좀 됐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이정재와 함께 영화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하고, 캐릭터를 만들어간 정우성의 노력이 통했을까.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헌트’는 지난 16일 14만 6177명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 수는 209만 6029명으로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런 인기는 시사회 직후 쏟아진 호평에서 먼저 예견됐다.

“영화 관계자분들이 ‘좋은 자극을 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자체가 너무 찬사라고 생각해요. ‘우리만의 의미로 남는 작품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어요. 가장 경계한 지점이라서 치열하게 했는데, 그게 잘 전달됐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진 것 같아서 좋아요.”

1994년 데뷔해 29년 차가 된 정우성은 자타공인 톱스타, ‘잘생김’ 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됐지만, 그는 한 이미지로 규정지어지는 것을 거부한다. 이것이 우리가 오랜 시간 다양한 작품에서 정우성의 연기를 즐길 수 있는 이유다.

“인간 정우성은 사람이 규정지어지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요. 인간 내면에는 여러 모습이 있고 배우는 그중 한 모습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직업이잖아요. 내 성향이 맞는 연기가 무엇인지 보다는 할 수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 찾고 있어요. (‘잘생긴 배우’ 타이틀은) 20대를 넘어서면서 많이 희석됐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각인된 이미지를 깨고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home 김하연 기자 iamh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