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박은빈이 공개한 '우영우'의 A to Z [인터뷰 종합]

2022-08-3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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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촬영 기간, 시험 보는 것처럼 살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무사히 마친 박은빈

배우 박은빈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출연 전부터 종영 후까지 느낀 감정,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박은빈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위키트리와 인터뷰를 진행,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박은빈 / 이하 나무엑터스 제공
박은빈 / 이하 나무엑터스 제공

지난 18일 종영한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작품. 지난 6월 0.9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마지막 회에 전국 17.5%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우영우'는 탄탄한 스토리와 흠잡을 곳 하나 없는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박은빈은 극 중 주인공 우영우 역을 맡아 디테일한 감정 표현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처음 매체에서 신드롬급 인기라는 이름을 붙여주셨을 때만 해도 얼떨떨했어요. 오히려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니까 들뜨지도 않고 그렇게 신나지도 않고 오히려 좀 관찰자적 입장으로 관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가 솔직한 심정이에요."

박은빈이 '우영우' 출연 제안을 여러 번 고사했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좋은 작품이 될 수 있겠다' 싶었지만, 배우로서는 해내기 어려운 역할이라 생각했기 때문.

"내가 잘나서 거절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이 좋은 작품을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게 커요. 우영우를 처음 맞닥뜨렸을 때 이 역할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어떤 소리와 어떤 행동을 보여줄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서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인식 감독, 문지원 작가는 박은빈을 믿고 기다렸다. 이에 박은빈 역시 두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드라마 출연을 결심, 두려움이 컸던 역할에 도전하게 됐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는 쉽게 만나볼 수 없었기에 그에게 많은 고민을 안겼다.

"장애라는 증상을 부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개인적으로 좀 방어적으로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내가 오히려 인물이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간과하게 될까 봐 우영우 세계관 안에서는 마음껏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접근을 해보자는 마음이었죠."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매회 다른 에피소드를 선보인 '우영우'. 박은빈은 3회 '펭수로 하겠습니다' 에피소드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고 밝혔다. 주인공의 시련이 후반부에 나오는 게 아니라, 초반부터 등장한 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

"좋은 변호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과 답을 좇다가 클라이맥스에 그만두는 게 아니라 초반에 그렇게 원하고 도움이 되고 싶었던 자리를 내려놓는다는 것, 영우가 용감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지는 에피소드였어요. 자신만의 철학이 뚜렷한 친구라 드라마에 보이지 않았던 세월도 잘 헤쳐나왔구나 추측할 수 있고, 다른 자폐인 김정웅과 대조시키는 부분, 연대하는 부분이 있어서 마음에 많이 남았어요."

천재성을 지닌 변호사 역할을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건 전문 지식이 필요한 법적인 용어, 상상을 초월한 대사 분량이었다. 이에 박은빈은 '우영우' 촬영 기간 7개월을 매일 시험 보는 것처럼 살았다고 털어놨다. 법과 관련된 대사들이 어려워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고시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대사를 통으로 외웠다고.

"미리 대사를 외울 수 없는 점이 항상 힘에 부쳤어요. 내일도 많고 모레도 많고 항상 많으니까. (웃음) 내가 더 신경 쓰이는 대사라고 해서 일주일 전에 미리 외울 수 있는 게 아니라 당장 다음 신, 내일 촬영이 급해서 그때그때 많은 양의 대사를 외우는 게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쉬는 날에도 마음의 짐이 가득했던 7개월입니다."

이준호(강태오)와 러브라인에 대해서는 투명하고 무해한 느낌으로 비치길 바랐다고.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힐링, 성장 드라마에 러브라인이 꼭 필요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박은빈은 '영우의 성장'에서는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영우와 사랑도 가능할까?'라는 의문도 있겠지만, '이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는 걸 미디어를 통해 보여드려야 희망을 가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러브라인이 개인 성장에 필요한 것인가는 모르겠지만, 영우는 자신만이 가득한 세상에 살았기 때문에 너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외로움을 신경 쓰게 되는 것 자체가 내적으로 성장이 있을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던 '우영우' 촬영 기간. 박은빈은 영우의 대사 톤부터 의상, 헤어스타일까지 고심하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여러 방면에서 힘을 쏟았기에 마지막 회는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다. 특히 영우가 흰머리고래에 속한 외뿔고래라는 걸 인정한 점, 태수미를 설득하겠다고 직접 나선 점과 감정신 등이 그랬다.

"외뿔고래에 관한 내용이 사실상 이 드라마에서 우영우의 입을 통해 하고 싶었던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위해 영우가 16부 동안 성장해야만 했구나라는 게 느껴졌어요. 태수미를 설득하겠다고 나선 장면도 의미 있어요. 용기 내서 뭔가를 해보겠다고 일어서는 것 자체가 영우가 걸어온 길이자 용감한 모습인 것 같았거든요. 그런 영우의 모습을 인간 박은빈이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죠."

작품 속 영우는 마지막에 '뿌듯함'을 느끼며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영우를 연기한 박은빈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그는 '우영우'에 대해 "혼신의 힘을 다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종영 소감을 하면서 오랜만에 눈물을 쏟았어요. 좋은 분들과 힘을 합쳐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늘 성취감을 주고 좋은 작업이지만, 개인적으로 부담감이 컸어요. 내부, 외부적으로 피로도 쌓였고 끝까지 잘 해내자를 목표로 악전고투했어요. 혼신의 힘을 다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라면 안 돌아가고 싶은 정도예요. 만족도와 비례하지 않을지라도 최선을 다한 만큼 불만족스럽게 여기고 싶지 않아요."

'우영우'는 종영과 동시에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제작진은 시즌2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전작에 힘입어 시리즈로 진행되는 작품은 생각보다 많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배우들이 시리즈물이 되는 걸 환영하지만, 박은빈은 조심스럽지만 신중하게 조금 다른 입장을 전했다.

"시즌2 소식을 기사로 접했어요. 아직 정식으로 제안받은 건 없지만, 어려운 문제긴 해요. 사랑을 많이 받은 만큼 기대치와 바라는 게 더 많아지실 텐데 과연 그 이상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요. 현재로는 어느 것도 확언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마지막 엔딩에서 뿌듯함으로 끝난 영우의 모습 그대로 보물 상자에 넣어주시면 어떨까 생각했거든요. 정말 뿌듯하게 보내주고 싶었어요. 그 상자를 다시 열어보라고 하면 영우를 마주하기로 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결심이 필요할 것 같아요."

1996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 이후 배우 생활을 하며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박은빈. 어느덧 데뷔 27년 차를 맞이한 그는 '우영우'를 통해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는 4일에는 데뷔 최초로 팬미팅을 개최하고 팬들과 만난다.

"사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30살이 넘고, 대중적인 사랑을 크게 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난 건 큰 복이었다고 생각해요. 좋은 감독님과 좋은 작가님을 만나서 이렇게 마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참 큰 행운인 것 같아요. 팬미팅은 최소 6년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여러 사정으로 이제서야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동안의 사랑에 감사드리고자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우영우'를 마친 박은빈에게는 수많은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지만, 결정된 차기작은 없는 상태다. 촬영이 끝나고도 이어진 스케줄 탓에 아직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해 검토조차 못했다고. 박은빈은 향후 계획을 궁금해하는 취재진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우영우' 다음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까에 대해서는 사실 그렇게 큰 고민은 아닐 것 같아요. 왜냐면 항상 바라는 어떤 작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을 거예요. 제 마음을 두드리는 작품을 찾아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지 고심해서 보여드릴게요!"

정점을 찍은 인기, 쏟아지는 호평에도 자만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박은빈. 뚝심있는 그가 어떤 작품으로 돌아올지 기대가 모인다.

home 김하연 기자 iamh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