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 회원 “아내가 전 남친과 찍은 사진 보고 이혼 결심”… 누리꾼들 “너 정상 아니다”

2022-09-1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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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은 대부분 “그게 이혼까지 할 문제냐?”
“결혼식에 전 남친 초대한 게 정상이냐?” 반응도

글과 관련 없는 픽사베이 자료사진.
글과 관련 없는 픽사베이 자료사진.

결혼식 때 축의금 100만원을 낸 남자가 아내의 전 남자친구라는 말을 들었다. ‘멘붕’이 왔다. 아내의 클라우드를 몰래 들여다봤다. 잠깐 사귀고 헤어졌다는 아내의 말과 달리 수년간 전국의 맛집을 돌아다니면서 찍은 사진이 많이도 저장돼 있었다. 사진 속 아내의 얼굴은 명랑해 보였다. 한 번도 내겐 보인 적이 없는 표정이다. 앞으로 살면서 아내가 사진 속에서 짓는 밝고 행복한 표정을 보지 못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혼하기로 결심했다. 디시인사이드에 15일 올라온 사연이다. 누리꾼들은 이혼까지 할 문제냐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글쓴이는 이런 말로 글을 시작했다.

26세 때 나랑 회사에서 사내 소개팅으로 만나고 사귐. 2년 사귀고 결혼. 아직 애는 없고 맞벌이 중. 돈 없고 지원도 변변찮아 둘이 회사대출을 받아 21평짜리 주택을 전세로 얻어 살고 있음. 정말 우연찮게 와이프가 직장 동기이자 대학 동창과 대화하는 걸 듣게 됨. 와이프가 맞벌이하는 게 힘들고 결혼생활이 다들 생각하는 것처럼 로맨틱하진 않다고 하더라. 그러자 와이프 동기가 ‘네가 대학교 때 첫사랑이랑 헤어지고 졸업 거의 할 때까지도 힘들어하던 거 생각 안 나?’라고 하더라. ‘네 남편 정도면 100점은 안 돼도 60~70점짜리는 된다’며 ‘배부른 소리 마라. 난 결혼정보회사에서 못생긴 쓰레기들만 소개받고 있다. 누구 앞에서 신세를 한탄하냐’라고 하더라.

아내의 첫사랑이 누군지 궁금해진 남자는 아내의 SNS를 뒤졌다. 아내가 생각보다 오래 첫사랑과 사귀었다는 걸 알게 됐다. 남자는 아내 동창을 찾아가 말했다. “와이프가 대학 시절에 인기가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전 결혼 잘한 거 같다고 생각해요. 맞벌이하게 하는 게 미안할 뿐이에요.”

그러자 아내 동창의 입에서 아내의 과거가 술술 흘러나왔다. “대학교 입학 때부터 같이 사귄 동기가 있었어요. 유명한 CC였어요. OO(아내 이름)가 제대할 때까지 기다려줬어요. 남자가 전역하고 사귀다가 졸업 시즌 전에 헤어졌어요. 그 남자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해서 정신병원도 다녔어요. 지금 남편 만나서 밝게 잘 지내는 거 같아서 다행이에요.”

남자는 갑자기 결혼식장에서 축의금을 100만원이나 낸 남자를 떠올렸다. 아내 친구에게 물었다. “그러면 그때 축의금 많이 갖고 온 남자가 아내의 첫사랑이에요?” “아, 알고 있었네요. 맞아요. 걔가 부른다고 했어요. 그래야 깨끗하게 출발할 거 같다고요.”

남자는 집으로 돌아가 아내의 클라우드를 몰래 들여다봤다.

“전국 팔도를 여행 다니며 관광지, 먹자골목, 유명한 골목에서 찍은 사진들이 정말 많이 들어 있더라. 사진을 보면 볼수록 화가 나기보다는 신기한 생각이 들더라. 나랑 2년간 연애하고 3년간 결혼생활을 할 때 이렇게 밝게 웃고 기뻐한 적이 있었나. 연애할 땐 차분하고 조용했고 결혼 후에도 말수 적고 신중한 사람이었는데 사진 속 와이프는 다른 여자인 것처럼 참 밝고 명랑하더라. 세상의 모든 행복을 다 가진 것처럼 정말 기뻐 보이더라. 섹스 영상이나 사진이 있었더면 잘 걸렸다면서 이혼하자고 말했을 텐데 그런 건 없더라. 정말 행복해 보이고 기뻐 보이는 모습을 담은 사진만 있으니까 더 ‘현타’가 왔다.”

남자는 아내가 퇴근하자 대화를 시도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아내에게 왜 결혼식에 첫사랑을 초대했는지 물었다. “상식적으로 초대한 것도 이상하고 초대받았다고 온 그 남자도 날 두 번 죽인 거 아니냐. 무슨 생각으로 초대한 거냐.”

그러자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함부로 욕하지 마라. 철없던 시절 첫 남자 첫 사람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이별 후에 따로 연락한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내 20대 초 대학 시절을 함께한 사람이라 끝맺음을 하기 위해 확실히 정리하고 당신한테 간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그 사람한테도 보여주고 싶었다.”

아내의 말투는 덤덤했다. 구구절절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다. 아내 입에서 ‘당신이 더 좋았고 당신을 더 사랑했다’란 말이 나오지 않아 남자는 서운했다. 남자는 이혼하기로 결심했다. 아내가 전 남자친구와 사귈 때 짓던 밝고 행복한 표정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쓸쓸한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리꾼들 반응은 어떨까. 대부분 남자를 비판하고 있다. 아내를 탓할 구석을 찾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잇따라 올라왔다. “연애 한 번 안 하고 결혼해야 한다는 게 우리나라 법으로 정해져 있었나? 뭐가 잘못됐다는 건데?”, “주변사람한테 말해도 여자에게 이혼 잘했다고 할 거고 아무도 네 편을 들지 않을 거다”, “당연히 ‘현타’는 올 수 있다고 봐. 다만 그게 이혼까지 할 문제인가 싶어”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다만 결혼식에 전 남자친구를 초대한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전 남친을 결혼식에 왜 불렀겠나. 복수심으로 결혼했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당당했다면 말했을 텐데 왜 숨겼겠나”라고 말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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