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마우스' 김주헌, 빌런 최도하 연기하며 느낀 고충 털어놨다 [인터뷰 종합]

2022-09-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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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우스' 최도하 역으로 열연한 김주헌
“정체 숨기는 빌런, 힘든 점도 있었죠”

배우 김주헌이 ‘빅마우스’ 최종 빌런 최도하를 연기하며 느낀 점을 밝혔다.

김주헌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 카페에서 위키트리와 인터뷰를 진행,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를 통해 느낀 소회를 털어놨다.

김주헌 / 이하 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주헌 / 이하 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7일 막을 내린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는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가 우연히 맡게 된 살인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희대의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Big Mouse)'가 되어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음모로 얼룩진 특권층의 민낯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

극 중 김주헌은 숨겨진 빌런이자 구천시의 시장 '최도하'역을 맡아 활약을 펼쳤다. 준수한 외모, 젠틀한 말투와 매너를 가진 구천시장으로 등장한 그는 속내를 알 수 없는 눈빛 연기로 캐릭터의 궁금을 쌓았다. 극 중후반부에는 숨겨진 서사가 공개되며 차곡차곡 쌓은 빌드업을 폭발적으로 터트려 빌런으로서의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김주헌은 ‘빅마우스’ 결말에 대해 “나는 좋았다. 배우들은 대본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 좀 더 확장시켜서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았다. ’최도하가 합당한 벌을 받아야지 너무 쉽게 가는 거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악을 처단하는 방법이 그렇게 안 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 대본을 받았을 때 어떻게 잘 이해시킬 수 있을지가 먼저였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조금 더 치열하게 다가갔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프리 다이빙 촬영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2015년에 아는 형을 통해 프리 다이빙을 접하고 조금씩 해왔는데 함께했던 옥자연 배우가 전혀 못했다.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되게 잘하더라”라면서 “물 안에서 오래 대기해야 하니까 수중 촬영팀이 호흡기를 물려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호흡기를 물었을 때 패닉이 왔다. 공기통을 무는 게 훈련이 안 되니까 간혹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 그것 말고는 너무 좋았다”고 비하인드스토리를 밝혔다.

최도하의 프리 다이빙 신이 특별한 점은 김주헌의 실제 취미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김주헌은 “조성연이라는 인물의 어릴 때 트라우마와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프리 다이빙을 작품에서는 잘 사용을 안 했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저게 뭐야?’ 이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안심했다.

정체를 숨겨야 하는 최종 빌런, 복합적인 캐릭터라 어려운 점도 있었다고. 그는 “최도하를 떠올릴 때 안개, 늪, 불쾌한 것을 생각했다. 딱 봤을 때 불쾌한 게 아니라 계속 함께 있을수록 불쾌한 이미지를 계속 생각했다”며 “이게 언제 수면위로 뛰어오를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참고 해보자 싶었다. 그게 쉽지 않았다. 최도하가 어떤 감정인지, 앞으로 어떤 감정이 되는지 두루뭉술한 가운데 모른 척 하는 건 쉽지 않더라”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 감정은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다. 내가 지금 하는 연기가 후반에 어떤 회상 장면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데 자칫 잘못해서 표현했다가 안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지 않나. 한편으로는 최도하가 자신의 성격을 드러냈을 때 불규칙함을 넣으려고 노력했다. 규칙적으로 오는 행동 패턴이 예측되면 불쾌함과 공포도 없어지고 익숙해져버리지 않나”라고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이처럼 김주헌은 캐릭터 설정은 물론 장면 하나하나 ‘내가 최도하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며 ‘빅마우스’를 만들어갔다. 그중 최도하의 모습을 가장 잘 보일 수 있었던 장면은 죽은 줄 알았던 박창호(이종석)가 장례식장에 걸어오는 장면이라고 한다.

그는 “죽은 줄 알았던 박창호가 걸어오는데 놀랍지 않았다. 대본에는 놀랐다고 쓰여있지만 저는 최도하와 한 몸이라 박창호가 안 죽었다고 생각했다. ‘차실장이 나에게 말을 안 했을까?’ 생각했다”며 “박창호가 와서 ‘너의 모든 걸 다 까발리겠다고 하는데, 대사가 없는 상황에서 이 사람한테 리액션을 해야 할까 생각했는데 눈물 하나 튕겨주면 동작이 떠올랐다. 이거 하나로 최도하가 다 설명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극 중 부부로 호흡을 맞춘 현주희를 진짜 사랑했냐는 질문에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한 가지는 진짜로 현주희를 사랑한다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나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내 반려인이라 짜증이 난 것이다. 나는 연기할 때 후자의 가능성이 더 있었다. 나중에 빌런으로 나올 때 당위성이나 연기할 때 편하게 하려면 그런 사고가 필요했다. 일반적인 사람과 똑같이 생각한다고 보면 안 됐다”고 답했다.

연기에 대한 만족감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항상 그렇지만 만족하지 못한다. 특히 후반에 슈트를 멋있게 입고 온 박창호랑 유리 하나 대면에 두고 바라보는 신이 있다. 그걸 찍고 다음날 감독님한테 ‘이거 잘못 찍었어요. 잘못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왜 나 혼자 있는 공간에서 그렇게 봤을까에 대해 뼈대를 잘못 세웠다고 생각했다. 내가 동작 하나만 추가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괜히 대립이라고 너무 힘을 준 건 아닌가 싶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주헌은 개인 인스타그램에 “마음껏 욕하세요. 괜찮아요”라는 글과 함께 ‘빅마우스’ 스틸컷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아마 제가 13부쯤 올렸던 것 같다. 다른 촬영하고 재방송을 봤는데 많은 분이 최도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분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할 텐데 여기 와서 욕해주길 바랐다. 아주 간단하게 ‘여기서 풀고 계속 갖고 가세요’ 였다. 그때만 해도 ‘좋아요’ 눌리는 거 보면서 어찌나 통쾌하든지 너무 재미있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막방 주에는 외로워지기 시작했다. 좀 슬프더라. 다른 배우들은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감사하다’고 하는데 이 시점에 내가 올리면 안 되지 않나”라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2007년 연극 ‘갱스터 no.1’으로 데뷔 후 대학로에서 활약한 김주헌은 2018년 tvN ‘남자친구’를 통해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이후 그는 ‘60일, 지정생존자’, ‘낭만닥터 김사부2’, ‘사이코지만 괜찮아’, ‘도도솔솔라라솔’,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 다양한 작품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남자친구’와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는 코믹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빅마우스’를 통해 빌런 역할을 톡톡히 해낸 김주헌은 차기작으로 서향숙 작가의 신작 ‘별들에게 물어봐’에 출연을 확정했다. 그는 차기작에 대해 “지금까지 제가 해온 작품과 다른 결이다. 직업도 우주비행사고 그것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와) 또 달라서 어떻게 재미있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상대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하 MBC '빅마우스' 제공
이하 MBC '빅마우스' 제공

끝으로 그는 “작품이 가진 의미는 항상 새롭다. 다 새로운 역할이기 때문이다. ‘빅마우스’에서 빌런 역할을 한 것도 과분했다. 결과적으로 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드라마가 관심을 얻었다는 것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기분 좋아도 될 것 같다. 시청자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home 김하연 기자 iamh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