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정문성의 두 얼굴 [인터뷰]
2022-09-2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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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드라마·영화·뮤지컬을 사로잡은 배우
정문성 “배우의 눈은 가짜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배우 정문성이 극과 극의 캐릭터를 소화하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정문성은 지난 16일 막을 내린 티빙 오리지널 ‘개미가 타고 있어요’(이하 개미타)와 18일 종영된 JTBC 토일 드라마 ‘모범형사2’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2007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한 정문성은 뮤지컬 ‘빨래’를 비롯해 ‘김종욱찾기’, ‘왕세자 실종사건’ 등 뮤지컬 배우로 활동해왔다. 이후 연극 ‘모범생들’을 시작으로 ‘나쁜 자석’, ‘안녕, 여름’, ‘두근두근 내 인생’, ‘트루웨스트’, ‘스피킹 인 텅스’, ‘거미여인의 키스’ 등 연극 무대에서 활약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2012년에는 SBS 드라마 ‘유령’으로 브라운관에 데뷔, 이후 MBC ‘뫼비우스:검은태양’,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방법’, SBS ‘해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로 배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개미타’와 ‘모범형사2’를 통해 극과 극의 매력을 발산했다.

먼저 ‘개미타’에서는 주식 하나에 울고 웃는 초보 개미 강산 역을 맡아 안방극장에 시원한 웃음을 선사했다. 반면 ‘모범형사2’에서는 티제이그룹 법무팀장 우태호 역으로 묵직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이렇듯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열일 중인 정문성을 위키트리가 만나봤다. ‘개미타’와 ‘모범형사2’ 등 다양한 작품과 관련해 정문성과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 19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모범형사2’ 종영 소감.
▲ 드라마 절반까지 공개됐을 때 죽는 바람에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했어요.(웃음) 새로운 현장이고 이 역할이 매력 있어서 행복하게 또 재미있게 찍었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맡은 역할이 죽고 나서는 시청자 입장으로 보게 됐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미가 타고 있어요’와 ‘모범형사2’가 동시에 방영됐는데.
▲ 실제로 촬영도 겹쳤어요. ‘개미가 타고 있어요’에서는 가발을 썼지만, 워낙 (‘모범형사2’와) 캐릭터가 달랐어요. 각자의 색깔대로 연기를 해야 했죠. 찍을 때도 그랬지만 결과물이 나왔을 때도 사실 너무 가볍지도 않고, 또 너무 진중한 것 같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 어렸을 때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가 아닌 사람을 만들어서 ‘그 사람으로 살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어떤 고민을 하든 어쨌든 내 안에 발현되지 않았던, 내 인생에서 남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내가 표현되는 거더라고요. 내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모습 중 하나가 나오는 거잖아요. 그래서 나중에는 생각을 좀 바꿨죠. 인물을 만들어서 상황에 들어가려고 하지 말고, 여러 가지 상황을 해결해서 그게 모여진 한 사람이 되자고. 저는 사실 작품을 그런 식으로 접근해요.
-두 작품의 촬영 기간이 겹치는데, 전혀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가.
▲ 어떤 사람이든 일을 많이 하게 되면 힘들잖아요. 물리적인 시간과 양 때문에 힘든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재미있고 신나게 연기할 수 있다면 일이 많다고 무조건 나쁘다고 보지 않거든요. 그게 행운일 수 있는데 문제는 체력이죠. 체력이 떨어지고 부족해서 피곤함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괴롭기도 하고 그래요.(웃음)

-‘모범형사2’에서 천나나 역을 연기한 김효진과 호흡은 어땠는지.
▲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낀 건 엄청나게 밝아요. 한 번도 거짓 없이 정말 환하게 웃어요. 그런 사람이 나쁜 연기를 하려고 하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저도 배우라 연기를 해봐서 알지만, 자기와 다른,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할 때는 상상력을 발휘하잖아요. 그런데 효진 씨는 '우리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어요. 저는 그렇게 눈으로 대화하는 걸 좋아해서 같이 연기하면서 참 좋았어요.
-수많은 작품에 러브콜을 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 제가 조각같이 생겼거나 보자마자 재밌게 생긴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데 여러 감독님이 평범한 듯 여기저기 뜯어볼 데가 많은 얼굴이라고 해요. “너는 재밌는 건 못할 거 같은데”, “너는 심각한 건 못할 거 같은데” 등 한쪽으로 편견을 가질 수 없는 얼굴인데 편견을 가지시더라고요. 제가 나온 작품을 보고 “저런 역을 잘하니까 다른 역을 시켜보고 싶다”라는 욕심을 갖는 분들도 있어요.

-실제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가 있다면.
▲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10년 전만 해도 ‘어떤 사람이에요?’ 물어보면 대답했는데, 배우 생활을 오래 하고 나서부터는 사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을 잘 못하겠어요. 뭐가 진짜인지 잘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웃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마음이에요. 내가 했던 밝은 역할의 상태였으면 좋겠어요. 내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캐릭터들이 밝은 사람들이더라고요. 음 저는 되게 나쁜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성인군자도 아니에요. 평범하고 똑같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있는 사람 같아요.
-드라마,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연기하면서 차별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 저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지 매체를 따지는 사람은 아니에요. 결국은 같아요. 느끼고 눈을 보고 이야기하고 받아들이고 상황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 다만 기술적인 차이가 있을 순 있어요. 영화·드라마는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공연의 경우에는 제가 보여야 하는 모습이 있어요. 단편적으로 그림처럼 기억나는 잔상이 있어야 해요. 여러 가지 이유로 제약 아닌 제약이 있지만, 연기를 하는데, 차별점은 없어요. 요즘에는 더 그렇죠. 공연 쪽 배우들이 매체로 넘어온 것도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진실성 있는 마음은 필요해요. 그거를 조금 더 편안하게 표현하는 것 정도의 차이예요.

-배우 생활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반응이 있다면.
▲ ‘내가 이것도 봤고 저것도 봤는데 같은 사람이라고?’라는 반응이에요. 배우한테 그것만큼 필요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진짜 너무 감사한 칭찬이죠. 제가 한 작품 중에서 밝은 모습도 있고, 심각한 모습을 한 걸 보신 분들이 있을 텐데 두 가지를 같이 봤을 때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때 되게 신나더라고요. (웃음)
-무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은데.
▲ 저는 학기가 끝나기 1년 전부터 연극배우가 될 것이라 진로를 정했는데, 뮤지컬로 시작하게 됐어요. 그렇게 5년을 하고 연극을 하게 됐고, 이후 드라마랑 영화를 같이 했죠. 매체 연기를 한 것보다 무대에 있던 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에 저한테 (연극 무대는) 집 같은 마음이 있어요. 물론 어느 순간 그 집에서 저를 식구로 보지 않는 순간이 올 수도 있지만, 그전까지는 그곳의 식구로서 좀 기능을 하고 싶어요. 무대를 너무 좋아합니다.
-살아가면서 절대 잊지 않고 지키고자 하는 신념은 무엇인지.
▲ 연기하면서 신념은 거짓을 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결국엔 카메라에 잡히고 무대에서도 보이겠지만 인간이 표현하는데 가장 크고 정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게 눈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으로 표현할 때, 내 눈앞에서 나를 봤을 때, 더 구체적으로는 상대 배우가 내 눈을 봤을 때 가짜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배우로서 가진 신념이에요. 살면서 (인간 정문성으로) 신념은 어머니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로 끝까지 있고 싶어요.

-그렇다면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
▲ 가족이에요. 제 가족이 그냥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오래 연기하기 위해 좀 더 건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몸에 안 좋은 것들은 다 끊었어요. (웃음)
-정문성에게 팬이란.
▲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이라 너무 고마워요. 그런 사람들 덕분에 무엇이든 한두 번 더 할 수 있어요. 힘들어서 ‘여기까지’하고 그만하고 싶어도 그 감사함에 ‘OK’하고 조금만 더 할 수 있는 거죠. 공연을 1년에 1개 이상 하는 것도 그런 마음이에요. 연기할 때 너무 힘들어도 정신 바짝 차리고 하는 것도 그분들에 대한 고마움이죠. 저한테는 감사한 분들이에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 더 다양한 작품을 하고 다양한 삶을 살고 싶어요. 그게 사물이든 형상이든 상관없어요. 제가 연기하고 싶고, 자극하는 게 있다면 어떻게든 해보고 싶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