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경기 치르기 전에 입 틀어막고 단체 사진 찍은 독일 대표팀 (+이유)
2022-11-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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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 시각) 일본과 조별리그 1차전 치른 독일
경기 전 단체 사진 촬영서 '입 가린 포즈' 퍼포먼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독일 국가대표 선수들이 첫 경기를 앞두고 단체로 입을 막았다.
경기 전 베스트11 단체 사진 촬영 때 벌어진 일이다.

독일 대표팀은 23일(현지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일본과의 월드컵 조별리그(E조) 1차전을 치렀다. 본 경기에 앞서 진행된 단체 사진 촬영에서 선수들은 다 같이 오른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주장 마누엘 노이어 선수를 포함한 11명이 모두 똑같은 포즈를 취했다.
독일 스포츠 전문 매체 키커에 따르면 독일 선수들은 '무지개 완장' 착용을 금지한 피파(FIFA·국제축구연맹)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런 행동을 취했다.

당초 선수들은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에서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에 대한 인권 탄압이 발생하자,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미를 지닌 '원 러브(ONE LOVE)' 완장을 차고 경기를 뛸 계획이었다.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띠였다. 독일을 비롯해 잉글랜드, 네덜란드, 벨기에, 웨일스, 스위스, 덴마크 등 7개국 팀이 여기에 동참할 참이었다.
그러나 피파 측은 '옐로카드 징계'라는 초강수를 내놓으며 "만일 경기 중 (승인되지 않은) 무지개색 옷을 입거나 (완장을) 차면 경고 카드를 주겠다"는 입장을 냈다.

결국 선수들은 완장 대신 피파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로 이를 대신했다. 키커는 "독일 선수들의 행동은 '당신은 우리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없다'는 피파를 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했다.

독일보다 먼저 경기를 치른 잉글랜드 대표팀도 이런 피파의 결정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주장인 해리 케인은 지난 21일 이란과의 경기(B조 1차전) 시작 전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했다. 피파가 자체적으로 준비한 '차별 반대(#NoDiscrimination)' 완장도 찼다.

독일 선수 카이 하베르츠는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이런 포즈를 취한 이유를 직접 밝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하베르츠는 "우리가 의견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경기를 치르기 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디서든 그들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 옳은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피파가 이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며 "다른 나라들도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는 동성애가 종교 교리에 어긋난다고 보고 이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형사처벌 대상이기도 하다.
성 소수자의 권리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을 담은 무지개 완장을 차는 것은 그들과 연대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 무지개 캠페인은 네덜란드축구협회가 2020년 인종이나 성 정체성, 문화, 국적 등에 따른 차별에 반대하는 뜻에서 처음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