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커밍아웃 후 식칼 들었던 아버지, 그 길로 가출해 10년간 절연”
2022-12-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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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난 가족에게 세 번의 커밍아웃을 했다” (영상)
풍자, 트랜스젠더 커밍아웃 후 가족과 10년간 절연한 사연



트랜스젠더 유튜버 풍자가 커밍아웃으로 10년간 가출한 사연을 밝혔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에 풍자가 출연했다. 그는 '첫 경험'이라는 주제로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겪었던 일들에 대해 털어놨다.
이날 풍자는 "난 부모님께 세 번의 커밍아웃을 했다"며 "첫 번째는 중학교 때 '여자로 살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말했는데 장난인 줄 알고 웃으시더라. 두 번째는 고등학교 때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때는 장난이 아닌 걸 아시고 '네가 문제가 있지 않고서 어떻게 이럴 수 있냐. 너 꼭 고쳐줄게. 사람처럼 살게 해줄게. 조금만 버텨보자'고 하시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리고 스무 살 때 '나 정말 진심이고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고 남들과 조금 다르지만 난 여자로 열심히 살 자신이 있다'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주방에서 식칼을 들고 와서 '네가 여자로 사는 걸 용납하지 못하겠다. 그러려면 나를 죽여라'고 하시더라"며 "수 시간을 대립했지만 고집을 꺾지 못했다.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러 가셨을 때 가출했다. 그 뒤로 가족과 10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고 전했다.
풍자는 가족과 재회하게 된 사연도 털어놨다. 그는 "어느 날 연락이 왔는데 남동생이 이유 불명으로 쓰러졌다고 하더라. 새벽에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는데 남동생이 의식을 찾고 제일 먼저 한 말이 '큰형이 너무 보고 싶다'였다더라"며 "고집 한번 꺾으면 될 거 가지고 어떻게 험난한 세상을 그 꼴로 살겠다고 부모 말까지 어기고 그렇게 사냐고 하더라. 그때 정말 억장이 무너졌다. 내가 이기적인가 싶었다. 아버지가 '집에 와라. 우선 인정해 줄 테니까 만나자'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110 사이즈를 입는 건장한 분이었는데 95 사이즈를 입는 쇠약한 할아버지가 됐고 190mm 신발을 선물했던 남동생은 285mm 신발을 신는 청년이 돼 있었다"며 "10년 떨어지고 모습이 바뀌니 너무 서먹했다. 그래서 친해지고 인정받고 싶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10년 동안 뭘 했지 싶더라. 가족을 너무 원망만 했나 이기적이었던 내 모습이 생각나 눈물이 났다"며 울컥했다.
이어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가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우리 딸, 지 엄마랑 똑같이 생겼네'라더라. 난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며 "아버지가 '널 여자로 받아주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넌 내 자식이다. 내가 널 지켜주고 너에게 날아오는 모든 비난을 받아주겠다. 아빠가 있으니 당당히 여자로 살아봐라'고 하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동생과 여동생도 풍자를 따뜻하게 맞아줬다. 풍자는 "남동생이 지나가다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우리 누나 돼지네'라더라. 나는 '맞아. 나 돼지야. 네 누나 돼지다'라고 울었다"며 "여동생은 손 편지를 써줬다. 편지에는 '엄마 돌아가시고 남자 셋 있는 집에서 혼자라며 엄마의 그리움이 컸는데 엄마가 생긴 것 같다. 앞으로 언니로서 엄마로서 잘 지내보자'라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끝으로 "지금은 우리 가족 너무 잘 지낸다. 여행도 간다"며 달라진 가족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풍자의 가족은 풍자가 받을 비난의 시선이 두려워 그의 방송을 아직까지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풍자는 "여러분처럼 나를 응원해 주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아버지에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