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다녀온 유명 가수, 갑자기 입장문 발표했다
2022-12-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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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고?”
“내가 노래로 사람 선동했다고?”
하림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지난 16일 이태원역 인근에서 개최한 시민추모제에서 ‘위로’와 ‘소풍’을 불렀다.
이날 추모회엔 영하 5, 6도의 강추위에도 유족과 친인척 300여명을 비롯해 연인원 8000여명(주최 쪽 추산)이 다녀갔다.
하림이 시민추모제에 참석한 데 대한 입장문을 발표한 이유는 일부 누리꾼으로부터 ‘중립을 지키지 않고 사람들을 노래로 선동한다’는 비판을 담은 DM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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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하림은 “저는 어느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추운 곳에서 가족을 잃은 슬픔에 울고 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은 것”이라며 “제가 부른 노래는 ‘위로’와 ‘소풍’다. ‘위로’의 가사는 세상엔 슬퍼도 울지 못한 사람이 많다고 이야기를 한다. 유족들은 모두 울고 싶어도 분노의 대상을 명확히 확인할 길이 없어 아직 눈물을 다 흘리지 못한다. ‘소풍’은 소풍처럼 짧은 삶을 살다간 분들을 애도하고 남은 분들께는 선물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불렀다”라고 했다.
하림은 “제게 왜 노래로 그들을 선동하냐고 묻는 분도 있지만 한 번 가사의 내용을 찾아보라”라면서 “제가 부른 그 노래들의 가사 어디에 선동적인 내용이 있었나. 저는 선동가가 아니고 그냥 음악가”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즐거울 때도 노래하지만 슬플 때는 더욱 노래했다. 아쉽게도 요즘 대부분의 음악은 엔터테인먼트 안에 포함돼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즐거울 때만 노래하도록 길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슬플 때도 우리는 노래해야 한다. 그게 제가 이태원에서 노래를 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하림이 올린 글의 전문>
어제 이태원에 다녀온 후 많은 분들이 저에게 응원의 메세지와 또 반대의 이야기를 DM으로 보내셨는데요, 어떤 의견이건 저는 괜찮습니다. 다만 여러분의 의견들이 저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공론의 장으로 나와서 돌아가신 분들을 잊지 않는데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긴 글을 써봅니다.
1. 먼저 수많은 응원과 감사의 메세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질책하신 많은 DM에 대해 일일이 답을 할 수 없어 이곳에 정리해서 남깁니다.
2. 저에게 많은 이들의 사랑으로 먹고사는 대중음악가로 중립을 지키지 않고 어느 편에 섰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음악이 중립을 지켜야 하는가 하는 것은 음악계의 오랜 고민 중의 하나로 이 자리에서 짧게 말하긴 어렵습니다. (궁금하신분은 계간지 #마니에르드부아르 (Manière de voir) 3권 <뮤직, 사랑과 저항 사이> 중 '악보위에 이념의 기호를 거두어라' 를 읽어주세요)
3. 다음으로 저는 어느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손을 잡은 것입니다. 추운곳에서 가족을 잃은 슬픔에 울고있는 사람들의 손을요. 정확하게는 제가 했다기 보다 제가 부른 노래 가 손을 잡을 것이겠지요.
4. 제가 부른 노래는 <위로>와 <소풍>이라는 노래였습니다. <위로> 의 가사는 세상엔 슬퍼도 울지 못한 사람이 많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거기 계신 유족분들 모두 울고 싶어도 분노의 대상을 명확히 확인할 길이 없어 아직 눈물을 다 흘리지 못한 분들입니다. 그리고 <소풍>은 소풍처럼 짧은 삶을 살다간 분들을 애도하고 남은 분들께는 선물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불렀습니다.
5. 저에게 왜 노래로 그들을 선동하냐고 묻는 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번 가사의 내용을 찾아보세요. (검색을 통해서..) 제가 부른 그 노래들의 가사 어디에 선동적인 내용이 있었나요? 저는 선동가가 아니고 그냥 음악가입니다. 그리고 음악중에서는 오랜 세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월드 뮤직을 아주 좋아하죠.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의 탄생 배경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고된 삶이 녹아 있습니다. 사람들은 즐거울 때도 노래하지만 슬플 때는 더욱 노래했거든요. 아쉽게도 요즘 대부분의 음악은 엔터테인먼트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즐거울 때만 노래하도록 길들여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슬플 때도 우리는 노래 해야 합니다. 그게 제가 어저께 이태원에서 노래를 한 이유 입니다.
6. 이제 저에게 DM 그만 보내시고 여러분의 귀한 의견들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공론의 장에 말씀해 주세요. 시간들여 선플 악플 보내신 분들 모두 사랑 가득한 연말 보내세요. 🧸🎄☃❤ (사진은 이 글을 쓰는 제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